암 생존자 ‘잊힐 권리’ 유럽서 속속 도입… 뭐길래

장은현 2023. 6. 1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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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암 생존자를 위한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RTBF)' 법안을 추진한다.

유방암 이력이 있는 댄서 로라(45)도 완치 후 15년이 지난 뒤 댄스 교습소를 차리려고 했지만, 암 진단 이력 때문에 은행에서 장기주택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해 2월 모든 회원국에 2025년까지 암 생존자를 위한 잊힐 권리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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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5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의 한 병원에서 환자에게 투여되고 있는 링거 사진. AP뉴시스

이탈리아가 암 생존자를 위한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RTBF)’ 법안을 추진한다. 완치자들이 은행에서 대출받거나 보험에 가입할 때 차별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RTBF 법안을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많은 이탈리아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에 대한 답을 주는 법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통과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이 법안은 하원 보건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 ‘일 솔레 24 오레’는 “법안에 대한 여야의 광범위한 초당적 합의가 있고 정부도 이 법을 빨리 통과시키는 데 찬성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법이 시행되면 암 치료 후 5~10년이 지난 완치자는 보험, 은행 및 금융 서비스, 입양 절차 등 모든 유형의 계약에서 자신의 치료 이력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미성년자나 21세 이전에 암 진단을 받은 경우 치료 후 경과 기간 기준이 5년이 된다.

보통 암 환자들은 완치 후 일정 기간이 지나도 각종 계약에서 제약을 경험한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18세 때 갑상샘암 진단을 받은 30대 이탈리아 시민 프란체스코는 26개월 동안 치료를 받고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아이 입양에 실패했다. 유방암 이력이 있는 댄서 로라(45)도 완치 후 15년이 지난 뒤 댄스 교습소를 차리려고 했지만, 암 진단 이력 때문에 은행에서 장기주택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이탈리아 종양학협회는 멜로니 총리의 결정에 환영 입장을 밝히며 “최근 잊힐 권리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시작해 온라인 청원에 10만6000명 이상의 서명이 모였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럽에서는 프랑스(2016년), 벨기에(2019년), 룩셈부르크와 네덜란드(2020년), 포르투갈(2021년), 루마니아(2022년) 6개 국가에서 잊힐 권리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최근 법 적용 시점을 치료 후 10년에서 5년으로 개정했다. 20만 유로(약 2억7605만원) 미만 주택의 경우 은행 대출 시 개인 의료 정보를 묻는 확인서를 폐지하도록 했다. 프랑스 일간 레제코에 따르면 정부는 암뿐만 아니라 1형 당뇨병, 갑상샘암, 1기 에이즈 등 다른 질환에 대해서도 잊힐 권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이 법안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해 2월 모든 회원국에 2025년까지 암 생존자를 위한 잊힐 권리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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