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中 '전랑외교', 박진 장관이 나설때

백종민 2023. 6. 1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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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중국 인사와 교류가 잦은 지인에게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에 대해 물었다.

싱하이밍 대사에 대한 중국 당국의 신뢰가 커 대사를 교체하지 않을 것 같다는 뜻이었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 측의 관련 입장 표명과 함께 일부 매체가 싱하이밍 대사 개인을 겨냥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심지어 인신공격성 보도를 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우리 정부의 요청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도 중국 정부의 지침을 반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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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중국 인사와 교류가 잦은 지인에게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에 대해 물었다. "아마도 한국에 꽤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싱하이밍 대사에 대한 중국 당국의 신뢰가 커 대사를 교체하지 않을 것 같다는 뜻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말한 싱하이밍 대사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외교 기피인물, 즉 ‘페르소나 논 그라타’ 지명 필요성을 제기했다. 싱하이밍 대사를 초치한 외교부는 물론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싱하이밍 대사에게 부정적인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까지 전해졌다.

중국의 입장은 다를 것이라는 지인의 대답은 곧 실제 상황이 됐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 측의 관련 입장 표명과 함께 일부 매체가 싱하이밍 대사 개인을 겨냥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심지어 인신공격성 보도를 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우리 정부의 요청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자신들의 지침에 따라 ‘전랑외교’에 나선 늑대를 스스로 불러들이는 일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오히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신해 날 선 공세를 하는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한국이 ‘제2의 호주’가 된 듯하다고까지 했다. 중국과 갈등하며 경제적 피해를 본 호주를 거론해 한국을 겁박한 것이다.

중국 외교관의 설화는 전 세계 각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주영국 중국대사관은 중국의 기술 탈취를 우려한 미·영 정상회담 후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발언은 ‘신구자황(信口雌黃·사실을 무시하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인다)’"이라고 대응했다. 주일본 대사는 "중국 내정을 일본 안보와 연계시키는 시도는 지극히 유해하며 일본 민중이 불길 속으로 끌려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의 외교 갈등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7개국(G7)과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 중인 호주에 집중된다. 이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의 의도는 분명하다. 외교적으로 절대로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개 대사와 한국 정부가 갈등하는 모습은 부담스럽다. 대사는 자국 훈령대로 움직인다.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도 중국 정부의 지침을 반영했을 것이다. 대사 한 명을 바꾼다고 달라질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 야당에 훈수하는 ‘위안스카이’식 발언은 미국도 다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뜻에 따라 한국에 대규모 방위비 분담금을 압박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는 ‘조선 총독’으로 불리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싱하이밍 대사를 외교 기피인물로 지정할 경우 정재호 주중 한국 대사 역시 같은 조치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중 관계 악화로 예상할 수 있는 우리 기업과 국민의 피해를 방어하기 어렵다. 한일 갈등이 격화되던 때도 외교관 공백 사태는 없었다. 이쯤 되면 박진 외교부 장관이 나서야 한다. 박 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 부장이 통화하거나 다음 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직접 만나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 그게 외교관의 임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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