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자연이 내놓은 해법, '해양보호구역'

시셰퍼드코리아 2023. 6. 1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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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BBNJ 협정의 중심, 해양보호구역의 개념과 필요성

[시셰퍼드코리아]

지난 3월 4일, UN 회원국들은 미국 뉴욕에서 38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회의 끝에 근 20년을 끌어온 '국가관할권 이원지역의 해양생물다양성(Biodiversity Beyond National Jurisdiction) 보전 및 지속가능이용을 위한 협약'(약칭 UN BBNJ 협약)에 합의하였다.

비록 협약이 발효되기 위해 60개국 이상의 회원국이 조약에 비준해야 하며, 추후 당사국총회에서 이행에 필요한 구체적 절차와 규칙들을 결정해야 하지만, 환경단체들과 과학자들은 이번 협상 타결이 위기에 처한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고 기후위기에 대처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BBNJ 협약이 오랜시간을 끌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이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까닭은, 이 협약의 주요 골자가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공해 상에 해양보호구역(MPA: Marine Protected Area)을 지정하고,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간 활동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요건과 절차를 규정했기 때문이다. 

해양보호구역(Marine Protected Area)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해양보호구역이란 생태계적, 문화적 가치가 높아 장기적 보전을 위해 법과 제도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지리적으로 명확히 구분된 지역을 의미한다. 많은 학자들은 해양보호구역이 바다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비용이 적게 드는 도구라고 주장한다. 해양보호구역에서는 인간의 어업과 개발 활동의 제한을 통해 해양생물 다양성과 개체들의 생물량(Biomass, 개체의 크기)이 증가하며, 활발한 번식을 통해 생물 개체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 IUCN: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해양보호구역의 직접적인 효과, 출처: Ivan Colic, Save Our Seas magazine
ⓒ Save Our Seas Megazine
 
해양보호구역은 무엇보다 기후위기 해결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1]  바다는 지구에서 가장 큰 탄소저장고(Carbon Sink)로서, 1970년 이후 지구에 발생한 열의 90%와 인류 문명이 내뿜은 이산화탄소의 30%를 흡수해 왔다.[2] 그러나 인간의 과도한 해양활동이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면서 바다의 탄소 흡수 역량은 심각하게 낮아지고 있으며, 그 결과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후재난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해양보호구역에서는 생물다양성이 회복되고, 바닷속 영양물질의 순환이 활발해진다. 이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증가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식물성 플랑크톤에 의해 흡수된 이산화탄소는 먹이사슬을 통해 심해에 격리된다. 이렇게 생태계가 회복된 건강한 바다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력과 복원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해양생물학자들은 고래가 상당한 양의 탄소를 흡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출처: Unsplash/Thomas Kelly, UN News
ⓒ Thomas Kelly
 
또한 해양보호구역은 전체 바다의 어족 자원을 풍부하게 한다. 해양보호구역 내에서 성장한 어류들이 부화한 알과 유생들은 외부 지역으로 퍼져나가 주변 바다의 어획고 증가에 기여하는데, 이를 넘침효과(Spill over effect)라고 한다.[3]   

현재 세계적으로 어획 기술의 발전과 어획 노력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총 어획량은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데, 그 원인은 바로 남획으로 인한 어족 자원의 감소때문이다. 바다를 보호하지 않고 지금처럼 대규모 기업형 어업을 계속한다면 조만간 식량위기는 물론이고 전세계 어업종사자들의 생계도 위태로워질 것이다.  

왜 공해인가?

UN BBNJ 협약의 대상은 국가 관할권 이원 지역, 즉 공해(High Sea)를 대상으로 한다. 공해는 전체 바다의 64%, 지구 표면의 43%에 달하는 광활한 지역으로, 20만 종 이상의 해양생물을 품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공해에서 적절히 보호되고 있는 면적은 약 1.2%에 불과하며, 공해의 이용에 대한 규범체계 역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국제해사기구(IMO)나 지역수산관리기구(RFMOs) 등 충분한 권한이 없는 기관에 분산되어 대형 어업선단 및 개발 자본의 해양 자원 남용에 취약한 상황이다.

일례로 공해에 속하는 남극해를 보면, 과거 IWC(국제포경위원회)의 국제포경규제협약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남극해에서 오랫동안 과학조사를 빙자해 생태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고래를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였다. 호주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에 크게 반발하였으나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었고 일본은 거의 20년 동안 남극해에서 첨단 장비를 활용하여 고래를 사냥하였다.  

현재 남극해는 포경 문제가 잠잠해진 반면, 저인망 어선들의 대규모 크릴 어획이 문제가 되고 있다. 남극 바다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크릴은 고래, 바다사자, 펭귄의 중요한 먹이이자 영양물질 순환에 기여하며, 깊은 바다를 오가며 탄소를 심해에 격리하는 등 기후위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생명체이다.[4] 최근에는 우리나라 국적의 대형 저인망 어선 역시 고래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크릴을 대규모로 잡아들이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5] 이와 같이 공해는 특정 국가의 사법권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합의에 의한 실질적 규제 수단 마련이 필요하다. 

학자들은 현재 해양생태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최소한 공해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30x30의 슬로건은 국제사회에 받아들여져 2022년 12월에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목표로 선정되었다. 이제 7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BBNJ 협약 발효를 위해서는 60개국 이상의 비준이 필요하며 이행에 필 요한 구체적 절차나 규칙들은 추후 당사국총회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각 국가들이 서둘러서 이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2022년 11월 시민환경연구소가 진행한 공해 보호 관련 국민인식조사에서는 대다수의 응답자가 공해를 인류공동의 유산으로 인식하며(87.0%), 공해의 환경보전 가치가 경제적 가치보다 중요하다고(84.9%) 답했다. 또한 BBNJ 협약을 통한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응답자의 85.3%가 동의했고, 87%의 응답자가 공해에 해양보호구역을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응답자의 90%가 공해 이용에 앞서 환경영향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들의 의식과는 반대로 우리나라의 선박들은 공해에서의 어획고가 중국과 대만에 이어 세계 3위에 이를 정도로 공해 해양생태계 파괴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6] 정부는 공해의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No Take Zone

해양보호구역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규제 수준을 매우 높여야 한다고 학자들은 강조한다. 현재 특정 국가 내에서 관리되는 해양보호구역 중 많은 곳이 실제로는 이름만 보호구역(일명 'Paper-park")이며, 어업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활동을 허용하는 곳이 많은데, 이런 곳은 해양생태계 회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적지 않은 국가에서 인간의 활동을 제대로 규제하지 않는 이름 뿐인 보호구역을 만들어 놓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해양보호구역은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는 점이다.

No Take Zone은 어업을 비롯, 해저 유전이나 심해 자원 채취 등 목표 지역의 산업적 활용을 철저히 규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풍부한 자연환경을 침해하여 이득을 얻고자 하는 개인 및 이해집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을 단속할 수 있는 법률 제정과 이에 대한 집행 기관을 장기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더 나아가 수중 환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외부의 오염원이 유입되지 않는지, 보호 대상 해양생물들이 늘어나고 종다양성이 회복되는지, 서식지가 안전하게 보전되는지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집행 기관과 모니터링/연구 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 안정적 예산 또한 확보해야 한다.

BBNJ 협정에 따르면 비단 어업과 개발 뿐 아니라 해양오염을 유발하는 활동 또한 국제적인 관리 대상이 된다. 현재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역시 공해의 생물다양성에 크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에 보다 강화된 국제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아직 협정 발효전이라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효과적인 해양보호구역을 위해서는 최소한 ‘No-Take Zone으로 관리 필요
ⓒ Ocean Health Index
  
국내의 해양보호구역

공해 뿐 아니라 국가의 영토에 속한 영해의 보호 역시 중요하다. 연안의 바다는 해양생물이 번식하고 치어들이 성장하여 먼 바다로 나가기 위한 요람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2010년 나고야 의정서를 통해 2020년까지 영해의 1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선언했으며, 2021년에는 2030년까지 영해의 2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선언하였다.[7]

그러나 2022년 세계자연보전연맹의 기준에 맞는 해양보호구역은 영해의 2.46%에 불과하며, 그나마 학자들이 강조하는 No Take Zone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정부에서 주장하는 해양보호구역은 대부분이 습지지역으로, 국제사회에서 주장하는 바다생태계를 보호하는 해양보호구역과 거리가 멀다. 

금번 UN BBNJ 협상 타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찬성 의사를 표현한 만큼, 국회의 조속한 협약 비준과 함께 공해와 영해 모두 실질적인 보호지역 선정을 위한 절차를 진행해주길 바란다. 이는 급증하는 산불, 홍수, 태풍 등 기후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며, 우리와 자녀들이 사는 터전이 바다에 잠기지 않게 돌봐야 할 정부와 언론의 막중한 책무이다. 

[1] ScienceDirect, "Ocean conservation boosts climate change mitigation and adaptation", 2022.10.21
[2] 조선일보, CNN & 대기과학지(AAS) 인용, 2020.7.16
[3] Bohnsack, 1990  
[4] Pew Charitable Trust, "Krill: Key to a healthy southern ocean", 2019.6.7 
[5] 뉴스펭귄, "저인망 어선, 남극고래의 먹이 크릴 싹쓸이", 2023.3.14    
[6] ScienceAdvances, "The economics of fishing the high seas", 2018
[7] 해양수산부, 202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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