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잇수다]K-클래식, 영재는 있지만 무대는 없다

김희윤 2023. 6. 14. 11:2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바리톤 김태한이 지난 3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아시아권 남성 최초로 우승했다.

이번 우승으로 2년 연속 이 콩쿠르에서 1위를 배출한 한국에 관심이 집중됨과 동시에 높아진 K-클래식의 위상이 다시 한번 세계 음악계에 각인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 콩쿠르 휩쓰는 韓 음악가들
턱없이 부족한 무대, 정책 지원 필요

바리톤 김태한이 지난 3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아시아권 남성 최초로 우승했다. 이번 우승으로 2년 연속 이 콩쿠르에서 1위를 배출한 한국에 관심이 집중됨과 동시에 높아진 K-클래식의 위상이 다시 한번 세계 음악계에 각인됐다. ‘예술에 순위를 매기는 일이 가능한가’란 주제는 늘 풀리지 않는 난제로 남아있지만,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시벨리우스 콩쿠르), 첼리스트 최하영(24·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피아니스트 임윤찬(18·반 클라이번 콩쿠르), 플루티스트 김유빈(25·ARD 콩쿠르), 피아니스트 이혁(22·롱 티보 콩쿠르) 등 지난해 세계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하다시피 한 클래식 연주자들만 놓고 본다면 한국은 최상위권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바리톤 김태한이 지난 3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아시아권 남성 최초로 우승했다. [사진 = 연합뉴스]

K-클래식이 K-팝과 영화, 드라마에 이어 K-컬처를 이끌 차기 주자로 최근 기록한 성과는 더 값지고 뜻깊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클래식의 변방에서 주류로 진입한 데 이어 클래식 강국으로 도약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잇따른 낭보에 가려진 시장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세계적 권위의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입상한 연주자와 성악가가 즐비하지만, 이들이 설 무대는 턱없이 부족하다. 스타 연주자,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은 치열한 예매 경쟁과 더불어 매진사례를 거듭하지만, 실질적인 클래식 소비 인구는 관심도에 비례해 늘지 못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2년 공연시장 동향 총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클래식 공연은 총 6894건으로 전체 공연시장의 48%를 차지했다. 하지만 티켓 판매수는 약 244만매, 티켓 판매액은 약 648억원으로 전체 공연시장에서 각각 18%와 12%인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의 여파로 사라진 무대는 예술가에게 더 높은 ‘자존증명’을 요구했다. 과거엔 유수의 콩쿠르 입상 이후 다양한 연주 기회가 자연히 따라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앞서 2015년 제54회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연주자였다. 핀란드 현지 언론은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의 결선 진출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그는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콩쿠르가 연주자에게 필수는 아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주 기회가 사라지면서 음악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고 콩쿠르에 출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콩쿠르 등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 알려야 비로소 연주 기회, 그리고 유명 공연 기획사와의 계약이 이뤄지는 상황이 되자 기악, 성악 등 대부분의 연주자가 콩쿠르에만 매달리는 구조가 더 공고화됐다. 대한민국은 클래식 강국이 아니라 콩쿠르 강국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2일 클래식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K-컬처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세계무대에서 K-클래식의 활약과 이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을 뒷받침할 정책적 지원의 중요성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생겼다 사라지는 정책은 클래식 시장 확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재교육과 악기 지원 등 연주자 개개인에 대한 지원을 넘어 공연을 기획하는 전문 인력과 기업의 성장을 오랜 기간 동안 지켜보고 후원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콩쿠르를 통해 배출된 인재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와 문화를 만들 수 있다.

편집자주 - 예잇수다(藝It수다)는 예술에 대한 수다의 줄임말로 음악·미술·공연 등 예술 전반의 이슈와 트렌드를 주제로 한 칼럼입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