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건강]술 한잔은 건강에 이롭다?

2023. 6. 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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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적당한 음주나 와인은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과음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하루에 와인 1잔은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수십년간 상반되고 모순된 연구들로 음주와 건강의 관계에 대해 혼동된 인식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적은 양의 음주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다. 음주를 줄여야 할지 고민 중이라면,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근의 결과들을 알아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1980년대 프랑스의 남성들이 평소 고지방식을 즐기는데 불구하고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은 이유는 와인이라는 가설이 있었다. 이후 연구들은 적절한 음주와 좋은 건강이 연관성이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연관성이 있다고 해서 인과성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연구들은 관찰연구라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으며, 연구 설계 및 분석의 한계점으로 인해 음주의 영향을 좋게 해석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연구는 음주와 사망률 또는 심혈관질환과의 관계를 'J' 모양으로 보여준다. 즉, 음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위험도가 높고, 적당한 음주량은 위험도가 오히려 낮고, 이후 음주량이 증가할수록 위험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고하였다. 그러나 금주하는 사람들의 특성으로 인해 연구 결과의 해석에 문제가 다소 있었다. 먼저, 완전히 금주하는 사람들은 소수이며, 질병으로 인해 금주하게 됐을 수도 있다. 적정 수준의 음주를 즐기는 사람들은 다른 건강 관련 요인도 더 양호할 수 있다. 사회경제적 여건이 양호하고 더 활동적이며 건강에 이로운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습관, 높은 수준의 교육과 같은 요건들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적당한 음주량 자체가 아니라 적당한 음주를 하는 사람들의 특징들 때문에 건강에 이로운 효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적정 음주량의 기준은 나라 그리고 기관별로 다르게 제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한 잔당 알코올 14g 기준으로 남성에서 하루 2잔, 여성에서 하루 1잔 이내로 제한하였고, 최근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단 한 잔도 안전하지 않다고 발표하였다. 참고로 대한가정의학회에서는 한 잔당 알코올양 14g 기준으로 남성에서 주당 8잔, 여성 그리고 65세 이상 남성에서 주당 4잔, 65세 이상 여성에서 2잔 이하를 적정음주로 발표하였고 현재 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 검진 평가 기준에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음주 1잔도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으며, 적정 수준의 음주로도 심방세동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2023년 3월 미국의사협회저널에서 발표한 메타분석 논문에서 하루 2잔 이하의 음주량으로 사망위험이 줄어드는 효과는 없었으며, 여성에서 하루 2잔, 남성에서 하루 3잔에 해당하는 음주량으로도 사망위험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2022년 미국의사협회저널에서 발표한 논문에서는 의학적, 유전학적, 그리고 생활습관과 관련된 정보를 포함해서 분석했더니 모든 음주량에서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증가했으며, 특히 과음할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대폭 증가했다고 보고를 하였다.

가장 좋은 연구는 무작위 대조 연구의 형태로 일부 참가자는 금주하고, 다른 일부는 하루 한 잔, 다른 일부는 하루 2~3잔 정도 음주를 유지하면서 추적관찰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연구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수행하기 어렵다. 실제로 미국에서 2013년도에 이런 연구를 시도하려고 했으나 2018년도에 양조회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음으로 중립성을 저해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중단된 바가 있다.

한 잔의 음주로도 암과 간질환의 위험은 커진다. 수십년 전 이미 국제암연구기구에서 알코올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바가 있다. 특히 음주는 두경부암, 식도암, 간암, 유방암, 대장암의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으며, 췌장암과 전립선암과의 연관성도 드러난 바가 있다. 음주는 간에 안 좋다는 것은 흔히 알려져 있으며, 일반적으로 지방이 축적되기 시작하는 알코올성 지방간, 간에 염증이 생기는 알코올성 간염, 그리고 간조직이 섬유화되는 알코올성 간경화의 단계로 나뉜다. 처음 두 단계는 금주하면 회복 가능하지만, 세 번째 단계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음주를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며, 개인별 기저질환 및 가족력, 또는 생활습관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질 수 있다. 물론 금주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적정수준 이상의 과음을 하고 있다면 음주량을 줄이는 것도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마치 달콤한 디저트처럼, 적은 양은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고 인식하면서 술을 즐기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적어도 건강상의 이득을 위해 음주를 해서는 안 된다.

조인영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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