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CPI 둔화·금리동결 기대에 일제히 상승…테슬라 13일째 랠리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3일(현지시간) 공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년2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기대감이 한층 강화된 여파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3개월래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테슬라는 역대 최장인 13거래일 연속 랠리를 이어갔고,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45.79포인트(0.43%) 오른 3만4212.12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30.08포인트(0.69%) 높은 4369.01, 나스닥지수는 111.40포인트(0.83%) 상승한 1만3573.32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에서 유틸리티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업종이 모두 상승했다. 테슬라의 주가는 이날도 3.55%이상 올라 13거래일 연속 랠리를 지속했다. 테슬라의 충전소 슈퍼차저가 포드 등 자동차 브랜드 표준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승세가 꺼지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에 상장된 도요타의 주가는 도쿄에서 차세대 EV를 선보인 행사 이후 6%가까이 뛰었다. 리비안(+8.93%), 니오(+5.83%), 루시드(+4.47%) 등 다른 전기차 대표주들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낙관론에 3.9% 오르며 종가 기준으로 시총 1조달러를 돌파했다. 게임스톱은 라이언 코헨 회장이 지분을 매입하며 11%가까이 치솟았다. 어반 아웃핏은 모건스탠리가 비중확대로 투자의견을 상향하면서 3%이상 상승했다. 반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찍은 애플은 아이폰 수요 압력을 이유로 UBS가 전날 늦게 투자의견을 하향하면서 약보합을 나타냈다. 블룸버그통신은 UBS 하향 이후 자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애플에 대한 매수 투자의견이 67%로 2020년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개장 전 공개된 CPI와 다음날 오후 발표될 FOMC 결과 등을 주시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0% 올라 월가 전망치에 부합했다. 4월 상승폭(4.9%)보다 낮아진 것은 물론, 2021년3월 이후 2년2개월만에 최소 상승폭이다. 5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1% 오르는 데 그쳐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5.3%,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헤드라인 대비 완화 추세는 더디지만, 이 또한 월가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희소식"이라며 "실업률이 역사적인 최저 수준을 유지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지속적인 진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CPI 공개 후 시장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10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파른 긴축을 이어온 Fed가 다음날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한층 강화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현재 이달 동결 가능성을 92%가까이 반영 중이다. 이는 전날 79%대와 비교해 오른 수치다. 이날 오전 CPI 공개 직후 이 수치는 96%에 달하기도 했다. 프린서펄 에셋매니지먼트의 시마 샤 글로벌수석전략가는 "Fed가 6월에 금리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수준으로 깜짝 인플레이션 반등이 확인됐어야 했다"며 "예상치에 부합하는 CPI로 이러한 압박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코메리카은행의 빌 애덤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가 내일 금리 인상을 보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시장에서는 Fed가 6월 금리 결정을 건너뛰는 동시 이르면 7월 인상을 예고하는 이른바 ‘매파적 동결(hawkish skip)’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대두돼왔다. 전날 공개된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4.1%) 역시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 역시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었다. 누적된 긴축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인상을 멈추고 경제 상황을 살필 때라는 당국자들의 발언에 인플레이션 지표까지 뒤따라 준 셈이다. 이날 CPI에 이어 다음날 오전에는 도매물가 격인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공개된다.
아이셰어 인베스트먼트 스트래티지 아메리카의 가르기 차우두리 책임자는 CNBC에 "긴축 사이클이 시작된 이후 5%까지 금리를 올린 Fed가 (누적된 긴축)효과를 관찰하기 위해 ‘일시 중지’ 대신 ‘건너뛰기(skip)’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2023년 말까지 최소한 한번의 추가인상을 예고함으로써 최대한의 옵션을 확보하려할 것"이라고 ‘매파적 동결’ 전망을 지지했다.
다만 여전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잇따른다. 특히 전문가들은 여전히 높은 근원 CPI, 과열된 노동시장 등을 언급하며 Fed의 긴축이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피치의 브라이언 콜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휘발유가 하락으로 설명되는 헤드라인 CPI의 급락에 속지 말라"면서 "근원 CPI는 여전히 완고하게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앞서 호주와 캐나다 중앙은행도 금리 동결 전망을 깨고 깜짝 인상에 나섰었다.
투자자들의 눈은 다음날 오후 금리 결정 외에도 직후 나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과 점도표, 경제전망 수정치 등에 쏠리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통화정책 향방을 가늠하고자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점도표 내 연말 금리 전망치가 기존 대비 얼마나 높아질지가 관건이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등락을 나타내다 현재 상승세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82%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67%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장 대비 0.3%이상 내린 103.3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월가의 공포지수’ 변동성지수(VIX)는 14.6선을 나타내며 장기 평균인 20을 밑돌고 있다.
유가는 중국 당국의 금리인하, 달러화 약세 등에 힘입어 4거래일만에 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30달러(3.43%) 오른 배럴당 69.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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