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계신 아버지 입에서 구더기들이”…딸의 울분

김성훈 2023. 6. 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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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입속에서 다수의 구더기가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식 불명인 환자의 입에 파리가 알을 낳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해당 병원 측은 과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체 내 구더기증은 대부분 파리가 피부의 상처에 알을 낳으면서 발생하는데, 김씨 아버지의 경우 교통사고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간 입을 벌린 채 거동을 하지 못하자 파리가 입안으로 들어가 알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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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없는 80대 환자 입에서 다수 발견
딸 김씨 “상상도 못한 일…너무 화가 나”
‘구더기증’ 추정…병원 측 “과실 아냐”
요양병원에 입원해있던 83세 환자의 입에서 구더기가 발견돼 딸 김모씨가 손으로 확인하고 있다. 제보자 김씨 제공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입속에서 다수의 구더기가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식 불명인 환자의 입에 파리가 알을 낳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해당 병원 측은 과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제보자 김모씨에 따르면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전북 지역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83세 아버지를 돌봐온 김씨는 지난달 아버지의 입속에서 꿈틀대는 하얀색 벌레를 발견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1~1.5㎝ 크기의 구더기 여러 마리가 움직이고 있었고, 놀란 김씨는 고무장갑을 끼고 급하게 3마리의 구더기를 꺼냈다. 김씨는 간호사에게도 도움을 요청해 흡입기를 동원했고, 아버지의 목구멍 안쪽에 숨은 구더기들까지 모두 잡아냈다.

김씨는 “너무 놀라고 급해서 입속에서 구더기를 라텍스 장갑 낀 손가락으로 막 잡았다”며 “간호사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물었더니 ‘아버님이 입을 벌리고 있어서 아마도 파리가 알을 깐 것 같다’고 하면서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마치 아버지의 온몸에 구더기가 기어 다닐 것 같은 불안감에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다음 날 아버지를 모시고 대학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았고, 다행히 더 이상의 구더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 피검사에서도 염증수치가 정상 범위로 나왔다.

환자의 입에서 구더기가 발견됐음을 확인한 의료진의 소견. 제보자 김모씨 제공


김씨는 국민일보 통화에서 “이런 일을 상상해본 적도 없어 뭔가에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며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아 너무 화가 나고 주체가 안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해당 병원 측에서는 김씨의 문제 제기에 3개월치 간병비를 받지 않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병원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괴롭힌 건 아니기 때문에 과실이 아니고 치료과정에서의 미흡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말을 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결국 김씨는 지난 7일 병원을 옮겼다. 아버지의 상태를 확인한 의료진은 “옴에 물린 흔적들이 보인다”며 “피부가 매우 좋지 않아 시급하게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고 김씨에게 말했다. 문제의 병원에서는 피해보상에 대해 아무 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입안의 구더기는 정말 이해할 수 없고, 병원의 태도는 더욱더 이해할 수 없다”며 “환자의 가족에게 신뢰를 줘야 하는 병원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버지가 겪은 증상은 ‘구강 구더기증’으로 추정된다. 구더기가 기생충 형태로 입안에서 발견되는 질병으로,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

인체 내 구더기증은 대부분 파리가 피부의 상처에 알을 낳으면서 발생하는데, 김씨 아버지의 경우 교통사고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간 입을 벌린 채 거동을 하지 못하자 파리가 입안으로 들어가 알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국내에서 여러 번 확인된 바 있다. 2014년 치매를 앓고 있던 82세의 할머니 코안에서는 구더기 수십 마리가 발견됐고, 2016년에는 건강한 70대 남성의 눈과 귀에서 구더기가 나오기도 했다.

2020년에는 교통사고로 혼수상태가 된 같은 나이의 할머니 입속에서도 구더기 28마리가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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