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CPI 둔화에 금리동결 전망 강화...장초반 상승세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13일(현지시간) 공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년2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장초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기대감이 한층 강화된 여파다.
이날 오전 10시10분 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03.14포인트(0.30%) 오른 3만4169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6.72포인트(0.39%) 높은 4355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9.01포인트(0.29%) 상승한 1만3500선을 기록 중이다
현재 S&P500지수에서 유틸리티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업종이 모두 상승세다.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전날 하락한 에너지 관련주의 랠리가 두드러진다.
테슬라의 주가는 이날도 1%이상 올라 역대 최장인 13거래일 연속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메타플랫폼, 엔비디아 등 다른 기술주들도 오름세다. 전날 장 마감후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공개한 오라클은 3%이상 뛰었다. 어반 아웃핏은 모건스탠리가 비중확대로 투자의견을 상향하면서 4%가까이 상승세다. 구글 알파벳은 유럽연합 규제당국이 반독점 소송의 일환으로 광고기술 사업 분할을 추진할 수 도 있다는 보도 이후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수요 압력을 이유로 UBS가 전날 늦게 투자의견을 하향하면서 약보합을 나타내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날 개장 전 공개된 CPI 등 인플레이션 지표와 다음날 오후 발표될 FOMC 결과 등을 주시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0% 올라 월가 전망치에 부합했다. 4월 상승폭(4.9%)보다 낮아진 것은 물론, 2021년3월 이후 2년2개월만에 최소 상승폭이다. 5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1% 오르는 데 그쳐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다만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5.3%,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CPI가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시장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10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파른 긴축을 이어온 Fed가 다음날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한층 강화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현재 이달 동결 가능성을 95%가까이 반영 중이다. 이는 전날 79%대와 비교해 오른 수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희소식"이라며 "실업률이 역사적인 최저 수준을 유지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지속적인 진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간 6월 FOMC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Fed가 6월 금리 결정을 건너뛰고, 이르면 7월 인상을 예고하는 이른바 ‘매파적 동결(hawkish skip)’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대두돼왔다. CPI에 앞서 전날 공개된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4.1%) 역시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며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었다. 누적된 긴축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인상을 멈추고 경제상황을 살필 때라는 당국자들의 발언에 지표까지 뒤따라 준 것이다.
아이셰어 인베스트먼트 스트래티지 아메리카의 가르기 차우두리 책임자는 CNBC에 "긴축 사이클이 시작된 이후 5%까지 금리를 올린 Fed가 (누적된 긴축)효과를 관찰하기 위해 '일시 중지' 대신 '건너뛰기(skip)'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2023년 말까지 최소한 한번의 추가인상을 예고함으로써 최대한의 옵션을 확보하려할 것"이라고 '매파적 동결' 전망을 지지했다.
다만 여전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높은 근원 인플레이션, 과열된 노동시장 등을 언급하며 Fed의 긴축이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역시 다음날 금리 동결을 발표하더라도 이르면 7월 금리 인상 방침을 시사하며 강한 매파 색채를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금리 선물시장에도 Fed가 이달 동결에 이어 다음달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60%이상 반영돼있다.
피치의 브라이언 콜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휘발유가 하락으로 설명되는 헤드라인 CPI의 급락에 속지 말라"면서 "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완고하게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품가격이 다시 오르고 임대료 상승이 지속되면서 Fed를 안심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날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 역시 CNBC에 출연해 "인플레이션이 끈적(sticky)하다"며 "금리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호주와 캐나다 중앙은행도 금리 동결 전망을 깨고 깜짝 인상에 나섰었다.
이러한 상황은 그만큼 통화정책 결정의 어려움이 더 커졌음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과거 Fed에 몸담았던 제레미 스테인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게 더 어렵기 때문에 실수하기 쉬워졌다"며 "통화정책 실수를 저지를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윌리엄 잉글리시는 "만약 당신이 다음 회의에서 인상을 강행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 지금 당장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엇갈리고 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77%선으로 오른 반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58%선으로 내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장 대비 0.4%가까이 내린 103.2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월가의 공포지수' 변동성지수(VIX)는 14.6선을 나타내며 장기 평균인 20을 밑돌고 있다.
최근 하락세를 보였던 국제유가는 반등중이다.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77% 오른 배럴당 69.65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럽증시도 상승세다. 독일 DAX지수는 전장 대비 0.63% 올랐다. 영국 FTSE지수는 0.45%, 프랑스 CAC지수는 0.63% 상승폭을 기록 중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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