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경기도 비서실장, 김성태 모친상서 '北에 비용 대납 고맙다'"

김은빈 2023. 6. 1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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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지난 3월 숨진 채 발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 전모씨가 2019년 5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모친상에 와서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을 전달해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정황이 법정에서 제시됐다.

검찰은 13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35차 공판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 쌍방울 비서실장 엄모씨의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엄씨는 "도지사 비서실장 전씨가 김 전 회장 모친상에 조문왔다고 진술했는데 사실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엄씨는 "전씨가 김 전 회장 모친상에서 '쌍방울에서 경기도를 대신해 북에 스마트팜 비용을 전달해줘 고맙다. 앞으로 대북사업의 모범이 돼 달라'고 말했다는 데, 맞느냐"는 질문에도 "맞다"고 말했다.

검찰이 "경기도에서도 쌍방울의 대납을 알고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는데, 이 전 부지사도 대납을 인지하고 있었고, 나아가 이 사실을 당시 이재명 지사에게 전파했다고 보이는데"라고 묻자, 엄씨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엄씨는 또 김 전 회장과 이재명 당시 지사가 전화 통화하는 것을 봤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통화는 쌍방울이 북한에 외화를 성공적으로 보낸 것과 비비안을 인수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김 전 회장이 주최한 자리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이 지사에게 '준비 잘하셔서 좋은 성과를 내라'고 했고, 이 지사도 '고맙다'는 취지로 말한 거로 이해했다는 진술이 맞느냐"고 물었고, 엄씨는 "맞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는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를 사실상 쌍방울의 대북사업 리더로 판단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쌍방울 그룹에서 외부 투자금을 유치하는 경영 컨설팅 업무를 맡았던 김모씨가 지난 2019년 쌍방울 대북사업 진행 상황을 기록한 회의록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농업 지원(스마트팜) 및 내의 지원 등 북한 인도적 지원을 본격화한다"며 "미국과 북한 관계가 불확실하지만, 경기도와 하는 인도적 지원은 향후 사업 기회 확보의 발판"이라고 언급했다.

김 전 회장은 '사업 분야 우선권 확보가 반신반의'라는 투자자 지적에는 "경기도 부지사는 그룹의 리더로 봐도 된다"며 "경기도와 공동 추진하고 경기도가 보증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적 지원에 너무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는 지적에도 "부지사 등의 요청이 전제돼 다른 옵션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이 전 부지사 측이 요청한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발부를 받아들이고, 오는 15일 검찰과 변호인이 참석한 가운데 영장을 집행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앞서 검찰의 요청에 따라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고, 쌍방울 대북송금 경위가 적힌 국정원 직원 A씨의 보고서를 확보했다. 이후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추가 보고서를 확인하겠다며 재압수수색을 요청했다.

A씨에 대한 증인 신문은 오는 20일 진행될 예정이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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