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2세가 공들이는 Dx&Vx…사업 확장 ‘닥공 경영’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6. 1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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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엑스앤브이엑스(Dx&Vx).

이름 낯선 바이오 기업이 제약업계에서 눈길을 끈다. 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최근 주식 거래가 재개되면서다. 제약업계는 임 사장이 공격적으로 Dx&Vx를 성장시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Dx&Vx는 마크로젠이 2001년 설립한 DNA 칩 기반의 분자진단업체 ‘엠지메드’가 전신이다. 2015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2017년 말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명지병원 이사장 겸 청년의사 발행인이 조합원으로 있는 명지글로벌바이오조합에 인수됐다. 이때 ‘캔서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최대주주 변경 시점과 맞물려 영국 바이오벤처 ‘옥스포드백메딕스’를 인수하며 항암제 개발로 영역을 넓혔다. 2018년 조합이 청산되며 이 이사장이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캔서롭은 위기를 맞았다. 2019년 3월 외부 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2018 사업연도에 대해 ‘의견거절’을 받아 주권 거래가 정지됐다. 당시 감사인은 해외 소재 기업 회계처리 관련 수익 인식 적절성, 금융 부채 분류 등에서 충분한 감사 증거를 입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상장폐지 직전까지 몰렸던 캔서롭은 2021년 임종윤 사장을 상대로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임 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200억원 규모 한미사이언스 주식 27만7778주(발행 주식 총수의 0.41%)를 현물출자하고 캔서롭 지분 19.67%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사명도 Dx&Vx로 변경했다. Dx&Vx는 의학 용어의 결합으로 진단(Dx·Diagnosis) 사업으로 축적된 인프라 속에서 백신(Vx·Vaccine)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임 사장은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Dx&Vx 회장직에 올랐다.

Dx&Vx는 지난해 영업이익 25억원을 내며 2016년 이후 7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322억원으로 2021년 대비 331% 늘었다. 한국바이오팜을 인수하며 외형 확장에도 나섰다. 지난해 12월 개선 기간 종료 뒤 Dx&Vx는 ‘적정’ 의견을 담은 외부 감사보고서를 냈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상장유지를 결정했다. 지난 2019년 주권 매매가 정지된 지 4년 만인 올해 거래 재개에 성공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최측근 에이스를 경영진으로

에빅스젠 인수 등 신약 도전

임종윤 사장은 경영진부터 교체했다. 최대주주인 임종윤 사장과 한때 호흡을 맞췄던 인물들로 구성해 신약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5월 이용구 신임 대표를 선임하고, 권규찬 한미약품 글로벌사업본부장을 영입해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임 사장이 2004년 북경한미약품 기획실장을 맡아 중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부터 손발을 맞춰온 글로벌 영업 전략통이다. 한양대 졸업 후 한미약품에 입사해 영업, 마케팅전략실 팀장을 역임하며 한미약품의 당뇨·심혈관 질환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미약품 관계사인 북경룬메이캉 헬스케어사업부 대표, 북경한미약품 경영기획실 총감 등을 역임했다.

권 사장은 한미약품에서 국내 최초 항암 분야 바이오 신약 ‘롤베돈(한국제품명 롤론티스)’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취득한 주역이다. 서울대 응용생물화학 학석사, 고려대 기술경영 공학박사를 취득하고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 LG생명과학 RA(Regulatory Affairs)팀을 거쳤다. 한미약품에서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서 해외 RA, 해외 사업 개발, 해외 영업, 신약 임상, 라이선싱 등을 총괄했다. 한미약품에서는 ▲에소메졸의 미국 FDA 허가 ▲피도글 등 20여건의 유럽 허가 ▲탐수로신의 일본 허가 등 국내 최다의 미국·유럽 허가를 포함해 100여건이 넘는 전 세계 글로벌 의약품 시판 허가와 해외 영업을 이끌었다. 최근 권 사장 산하 신약 개발 전담 조직도 꾸렸다. 임 사장이 30년 넘는 영업 베테랑을 중심으로 글로벌 유통 조직을 개편하는 한편, 글로벌 제약 전문가와 신약 허가 강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졌다. 그간 Dx&Vx는 산전·산후 신생아 검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전체 진단 사업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실적이 탄탄하지는 못했다. 2017년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47억원, 32억원이었다. 매년 적자가 이어지며 2021년에는 매출액 75억원, 영업손실 48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임 사장이 최대주주로 오른 뒤 박상태 전 코리컴퍼니 미국 법인 대표를 앞세워 기존 주력 분야인 유전체 진단 사업을 재정비했다. 박 전 대표는 임 사장이 2019년 유전체 회사 마크로젠의 미국 계열사인 소마젠 미국 법인에서 대표로 재직했을 때부터 알고 지낸 인물이다. 그 결과, 지난해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고, 32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연매출액을 기록했다.

Dx&Vx는 ‘진단’ 분야에서 더 나아가 신약 개발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특히 ‘균’에 특화된 기초 연구와 백신 개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원천 기술 개발을 고도화한다.

지난 4월 에빅스젠 지분 63%를 152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에빅스젠은 차세대 세포 조직 투과 전달 ACP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비상장사다. ACP 기술은 일반적인 약물 전달 기술(CPP)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약물 투과성·전달성·용해성을 높여준다. 안구건조증, 노인성 황반변성, 아토피피부염 등의 치료제 연구에 접목시킬 수 있다. 에빅스젠 대표이사는 한성준 Dx&Vx 사업개발본부장이 맡는다. 한 본부장은 파스퇴르연구소 출신의 감염병 백신·신약 개발 전문가로 지난 3월 합류했다.

한미약품 상속세·지배구조 진행

Dx&Vx 통해 재원 마련할까 촉각

Dx&Vx는 한미약품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도 주목받는다. 2020년 임성기 회장이 별세한 이후 오너 일가는 지분 상속에 따른 상속세 납부와 후계 구도 정리를 미처 완료하지 못했다. 당시 임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34.27%(2308만주)를 보유 중이었다. 부인 송영숙 씨는 1.26%, 임종윤·주현·종훈 삼 남매의 지분은 각각 3.65%, 3.55%, 3.14%였다.

임 회장 별세 직후 송영숙 씨가 회장에 올랐다. 다음해인 2021년 3월 송 회장이 약 699만주, 임종윤 사장과 두 동생이 약 355만주씩을 나눠 받는 형태로 상속이 진행됐다. 공익법인인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에도 330만주와 202만주가 증여됐다. 미망인 송 회장과 삼 남매가 부담할 상속세 규모는 송 회장이 1961억원, 삼 남매가 각각 995억원가량으로 총 5000억원에 육박한다. 오너 일가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상속세를 5년간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오너 일가는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상속세를 납부 중이다. 이들이 담보로 잡힌 주식 수만 3686만7537주로 전체 지분의 52.7%에 달한다. 지분율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11월 오너 일가 가족 회사인 한미헬스케어와 한미사이언스 합병을 진행했다. 올해 초에는 1주당 0.02주씩 무상증자도 실시했다. 현재 지분율은 송영숙 회장이 12.56%, 임종윤 사장이 12.16%, 임주현 사장이 6.8%, 임종훈 사장이 7.91%다.

일각에서는 임 사장이 Dx&Vx 기업가치를 키워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고 한미사이언스 지배력을 높일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한다. Dx&Vx의 시가총액은 2427억원이다(6월 7일 기준). 20.14%까지 지분을 늘린 임종윤 사장의 지분 가치는 486억원에 달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3호 (2023.06.14~2023.06.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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