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유예 연장…업계 “일단 다행”

박해리 2023. 6. 1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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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는 지난 9일(현지시간) 존 테일러 삼성전자 제조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의 말을 인용하며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의 1200에이커 부지에 더 많은 칩 제조 능력을 추가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테일러 부사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우리가 발표한 팹(반도체 제조 공장)은 하나 뿐이다. 하지만 더 많은 공간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공개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부지 모습. 사진 삼성전자


미국이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유예를 당분간 연장하기로 한 데 대해 국내 업계가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다만 반도체 장비 반입이나 생산물량 한도 등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보다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이 지난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들과 만나 “한국과 대만 기업에 대한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의 수출통제 유예 조치가 당분간(for the foreseeable future) 연장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이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면서 한국‧대만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에 대해서는 1년간 유예했는데, 올 10월 이후에도 이 조치가 연장될 것이라는 뜻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가 대상이다. 상무부가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유예하는 조치를 발표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중국에 공장을 가동하는 한국 기업에 대해 별도의 장비 반입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시적 유예 조치 대신 분명한 기준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다만 기준 마련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으며, 이 때문에 먼저 유예 조치를 발표하고 이후에 기준을 마련하는 식으로 접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 공장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내용은 파악 중”이라며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WSJ은 “해외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과 비즈니스를 제한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저항해왔다. 중국을 가장 큰 수출 시장으로 둔 한국에서 가장 많은 비판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동안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려 노력하는 것에 대해서 한국 반도체 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정부에 의견서를 보내 칩스법에 따른 반도체 생산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수출통제 유예 조치 연장과 함께 최근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존 테일러 삼성전자 부사장은 “현재까지 우리가 발표한 팹(반도체 제조 공장)은 하나뿐이다. 하지만 더 많은 공간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주지역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한진만 삼성전자 DSA 부사장은 최근 열린 ‘더 식스 파이브 서밋’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미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미래 반도체 종류에 대해 이해하고 하드웨어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이 지난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들과 만나 한국과 대만 기업에 대한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의 수출통제 유예 조치가 당분간(for the foreseeable future) 연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 앨런 에스테베스 차관의 모습. AP=연합뉴스

업계에선 “더 요구해야” 목소리도


업계에서는 반도체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진단한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짓고 있는 TSMC는 최근 ‘탈대만’을 우려하는 주주의 반발에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이라며 달래기에 나섰다. TSMC는 내년부터 4나노미터(㎚·1㎚=10억 분의 1m), 칩 양산을 시작할 예정인데, 이에 따른 화물 수요 급증에 대처하기 위해 애리조나주에서는 신공항 건설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런 맥락 속에서 대중 수출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 조치를 얻어낸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향후 미국에는 기업들이 지속해서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를 토대로 한국 반도체 업계에 보다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야 한다는 취지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1년 이상 장기간 유예를 받아내지 못하면 중국 내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원하는 반도체 업계 고위관계자는 “한시적 유예 조치만 받아내는 것으론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것이 어렵다면 가드레일 조항에 있는 중국 내 생산 규제 상한선을 올려야 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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