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업 이미지 탈피”...민주당에서 나온 오너 경영에 대한 재평가 [국회 방청석]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3. 6. 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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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글로벌 기업을 돕다’ 국회 세미나 개최
김병욱 의원 “공정 뛰어넘어 글로벌 경쟁력으로 기업 볼 때”
6월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글로벌 기업을 돕다’ 정책 세미나 ‘반도체 글로벌 경쟁과 삼성 오너 경영의 역할’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조동현 기자)
“민주당이 그동안 기업을 ‘공정’이라는 두 글자를 중심으로 바라봐온 게 사실이다. 공정을 뛰어넘어 글로벌 기업 경쟁력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 기업을 바라봐야 한다. 또 국회와 민주당이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과감히 목소리를 내고 지원하는 게 제1당이자 대중정당으로서 우리의 역할이다.”

6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글로벌 기업을 돕다-반도체 글로벌 경쟁과 삼성 오너 경영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가 주목받은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했기 때문이다. 주최자인 김병욱 의원과 정성호·송기헌·유동수·박정·김병주·이병훈 의원 등 13명이 속한 ‘글로벌 기업 국제 경쟁력 강화 민주당 의원모임’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했다. 세미나에는 무소속인 양정숙·양향자 의원뿐 아니라 박승희 삼성전자 CR 담당 사장도 참석했다.

당 강령에도 ‘재벌 개혁 추진’을 명시할 만큼 대기업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민주당에서 ‘친기업’적 정책 기조 전환을 촉구하는 세미나가 열리자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포함한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그룹의 ‘오너 경영’의 역할을 조명하는 이번 세미나가 민주당 내에서 ‘친기업’ 정서 확산의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주최자인 김병욱 의원은 인사말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의 오너 경영 체제를 민주당의 이름으로 들여다보면서 살펴보는 것도 상당히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용기를 냈다. 민주당이 마치 반기업 정당으로 비치는 모습도 탈피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에 이어 인사말을 한 정성호 의원도 기업의 ‘오너 경영’ 체제에 대해 “한국의 정서·역사·문화, 국민성과 결부됐고 그에 맞는 기업문화가 됐기에 삼성 같은 일류 기업이 나타났다”며 “세계적 기업을 만든 기업문화가 잘못됐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세미나를 함께 준비한 유동수 의원도 “대기업에 대한 규제와 재벌 개혁을 넘어 국가 주도 산업의 활성화와 대한민국 경제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은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을 언급하며 민주당의 기업 친화 노력을 반겼다. 박 사장은 “올해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 지 50년이 되는 해”라며 “처음 반도체를 시작할 때 일본보다 크게 뒤처져 있던 상황을 역전한 것은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과감한 리더십의 결단 덕분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기업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이런 논의의 장이 열린 걸 매우 반갑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영 성과, 오너 경영이 우수...국내 투자·정부 지원 필요”
‘민주당, 글로벌 기업을 돕다’ 정책 세미나가 반도체 글로벌 경쟁과 삼성 오너 경영의 역할을 주제로 6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남영호 건국대 교수를 좌장으로 패널 토론이 열리고 있다. (조동현 기자)
주요 참석자들의 환영사가 끝난 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의 발제를 시작으로 남영호 한국가족기업경영연구소 소장,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신형원 삼성경제연구사 박사,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이 오너 경영의 긍정적 효과에 관해 토론을 펼쳤다.

발제자로 나선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오너의 결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삼성은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에 유일하게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같이하는 기업인데, 이 선택 굉장히 잘했다. 메모리만 했으면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을) 방문 안 했을 듯하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를 시작하고 투자를 본격적으로 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하고 외교적으로도 삼성전자를 통해 미국과 협상할 수 있어 이바지하는 부분이다. 이재용 회장 결단으로 (300조원 파운드리) 투자했고 이게 외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용진 서강대 교수도 ‘오너의 결단’을 강조하면서도 이사회의 견제 장치를 견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파운더(창업자)는 경영 철학과 추진력, 용기로 무에서 유를 만든 사람으로 정주영, 이건희 회장 같은 분들”이라며 “그러면 후세들도 똑같은 역량이 있을지 모른다. 역사적으로 폭군이 나오면 나라 망한 것처럼 파운더들의 레거시(유산)를 잘 이어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가족 경영을 하더라도 (이사회) 견제와 균형이 잘 작동하는 장치를 만들어 잘못될 확률을 줄이고 좋은 사람을 뽑아서 기업 철학과 성장을 이어갈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남영호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 경영과 전문 경영 체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고 어느 체제가 더 좋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오너십이 없는 유럽의 전자 산업은 대부분 망했다. 하지만 미국의 IT 기업은 창업자가 직접 기업을 경영하는 오너 경영 체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너가 없는 공기업은 전문 경영자가 자기 주도적으로 경영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영이나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따라서 오너 경영의 오너들은 끊임없는 혁신과 기업가 정신 추구, 후계자 육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오너 경영 체제며, 경영 성과도 오너 경영이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신형원 삼성경제연구소 박사는 현재 반도체 산업이 큰 변곡점을 맞이했다고 진단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박사는 “반도체 산업 주도권은 곧 자율주행차, 로봇, AI와 같은 미래 산업의 주도권”이라면서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내에 확보하기 위해 보조금, 세제 혜택, 인프라 지원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반도체는 기업이 알아서 잘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국제 경쟁 지형을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며 “사실상 TSMC, 인텔, 마이크론 등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 상대 중 자국 정부의 지원 없이 경쟁에 나서고 있는 기업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 박사는 “지난 3월 ‘반도체 특별법’이 통과된 점에 대해 매우 고무적이다”면서도 “관련법 개정을 통해 반도체 같은 국가 핵심 산업 기술 유출자에 대해선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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