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 친(親)기업파 생기나… ‘삼성 오너경영’ 재조명 토론회

위문희 2023. 6. 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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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삼성그룹의 오너 경영 체제를 긍정적인 측면에서 재평가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가 민주당 내에서 ‘친기업’ 정서를 확산하는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글로벌 기업을 돕다' 정책세미나 - '반도체 글로벌 경쟁과 삼성 오너 경영의 역할'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내 ‘글로벌 기업 국제경쟁력 강화 민주당 의원 모임’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글로벌 기업을 돕다-반도체 글로벌 경쟁과 삼성 오너 경영의 역할’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 4월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출신인 김병욱·송기헌·유동수 의원을 주축으로 모임이 결성된 이후 개최한 첫 세미나다. 모임에는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과 이낙연계 이병훈 의원을 비롯해 안규백·고용진·박정·최인호·김병주·박성준·신현영·정일영 의원 등 13명이 참여한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의 무소속 양향자 의원도 참석했다.

세미나를 주관한 김병욱 의원은 “민주당이 공정이란 두 글자 중심으로 기업을 바라온 게 사실”이라면서도 “공정을 뛰어넘어 글로벌 기업 경쟁력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 기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십년 간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와 불공정 거래, 문어발식 확장을 비판해왔지만,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산업은 또 그분들이 경영한 것”이라며 “대기업의 오너 경영 체제를 한번 민주당의 이름으로 살펴보는 게 상당히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정성호 의원도 축사에서 “민주당답지 않은 세미나라고 하지만 이게 민주당스러운거다. 집권했고 앞으로 집권해야 할 정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도 서면 축사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세계 질서 재편과 맞물려 급격히 재구축되는 중대한 상황인 만큼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전폭적으로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이들은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 신화를 일굴 수 있었던 요인으로 과감한 오너십을 꼽았다. 기조 발제에 나선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반도체는 연구와 생산을 같이 하는데 생산기술도 남보다 빨리 투자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오너 경영에 딱 맞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연구원 부원장 출신의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도 “90년대 이전엔 관료가 주도하고 기업이 따라왔다면 90년대 이후엔 기업이 주도하고 관료가 따라왔다”며 “한국이 이렇게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과 관료의 공이라고 생각한다. 다소 간에 유착이 있었더라도 선진국이 될 수준의 치열함을 간직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글로벌 기업을 돕다' 정책세미나 - '반도체 글로벌 경쟁과 삼성 오너 경영의 역할'에서 김병욱 의원과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창업자 가족이 경영하더라도 견제와 균형의 장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서 이 기업의 철학과 성장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인가 고민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은 “반도체 기업에 몸담은 입장으로서 이러한 논의의 장이 열린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반갑다”며 “지금 반도체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거센 파고에 직면해 있다. 기업과 정치권이 원팀이 되어서 이 위기를 함께 헤쳐나가자고 굳게 다짐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 을지로위원회 같은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에는 대기업을 공정의 잣대로만 볼 것이 아니라 파트너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국제경쟁력 강화 민주당 의원 모임은 이달 중 대한상공회의소와 규제개혁 간담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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