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100세 시대는 현실… 골다공증, 약값 부담 없이 치료할 수 있어야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유미 교수 (대한골대사학회 총무이사) 2023. 6. 13. 13: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한골대사학회 제공
초고령사회가 이제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한국은 2025년에는 전국민의 20%가, 2040년에는 35%가 노인인 나라가 된다. 우리 어르신들의 건강한 백세시대를 무섭게 위협하는 노령층 만성질환 중 하나가 바로 골다공증이다. 뼈가 약해지면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하게 된다. 그 결과 키가 줄고 허리가 굽은 ‘꼬부랑 할머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꼭 이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골다공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기침을 하다 갈비뼈가 부러진다던가, 자동차를 타던 중 안전턱을 퉁하고 넘는 순간 척추뼈가 가라앉는 등 골절 및 재골절, 연쇄골절 위험은 물론 사망 위험도 높아진다. 때문에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와 건강한 사회를 위해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골절 예방을 위한 정책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4년째 진료실에 항상 예쁘게 단장하고 오시는 90대 환자 한 분이 있다. 골다공증 치료 환경 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감사하게도 자신의 골절 경험과 이야기를 널리 알려달라고 해주신 분이다.

31년생 91세 어르신인 문경희 어머님은, 환자들 중에서도 정말 모범 환자시다. 의사가 당부하는 사항을 모두 지키시고 병원도 제때 꼬박꼬박 오신다. 골다공증 골절을 여러 번 겪어 보셨기 때문이다. 문경희 님은 2017년 강원도로 1박 2일 교회 수련회를 떠났는데 새벽에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났다가 가볍게 넘어졌는데 흉추뼈가 부러졌다. 
이 11번 흉추뼈의 급성압박골절로 인해 88세의 나이에 시멘트 수술을 받았다. 처음에 의사 선생님들이 아마 걸어서 병원을 나가지 못할 거라고 했다는데, 다행히 골다공증 약을 먹고 있었던지라 고령임에도 뼈 상태가 수술을 버틸 만했다고 한다. 어머님은 이때를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기적 같은 일이었다고 말씀하신다.

그 다음에 흉추뼈 12번도 연달아 압박골절이 있어서 골절 2개를 치료하시던 즈음에 내분비내과의사인 나와 만나게 되어 골다공증 치료를 좀더 강화하였다. 문경희님은 젊은 시절 165 센티미터의 큰 키를 가진 분이었는데, 지금은 154 센티미터다. 골다공증과 골절로 키가 정말 많이 줄었다. 그래서 오랜 기간 골다공증 치료를 아주 철저히, 꾸준히 하고 계시다.

70대부터 골다공증 약을 드셨는데도 압박골절이 발생한 터라, 4년 전부터는 6개월에 한번 맞는 주사, 1년에 한번 맞는 주사 등을 꾸준히 맞고 치료하고 계신다. 그런데 건강보험 급여기준 제한 때문에 이 같은 지속치료는 건강보험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문경희님은 “살려면 맞아야지요”하면서 자비부담으로 꾸준히 치료하고 계시다. 같은 또래들은 넘어지면 부러지고 넘어지면 부러지고 하는데, 그래서 잘 안 돌아다니고 못 돌아다니는데 당신은 대중교통 타고 일상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이유가 골다공증 치료를 잘 받고 있어서라고 말씀하신다.

문경희 님은 친구들에게도 병원에서 골다공증 치료 중요성을 전파하는 골다공증 관리 전도사다. 골이 비어 있지 않도록 치료하고 관리하라고 목소리를 높여 주시는, 열성적인 ‘골빈당’의 당원이시다. “눈도 정기적으로 검안을 하는데 왜 뼈 검사, 뼈 치료를 안 하냐, 노인들이 뼈 부러져가지고 집 구석에 드러누워 걷지도 못하게 되면 사는 게 사는 거 아냐”라고 말이다.

그리고 정부에도 당부하시는 말씀이 있다. 혈압, 혈당 관리하는 것처럼 골다공증 관리도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수술할 때 수술비를 나라에서 도와준 것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고 고마운 일이지만, 그 수술 안 하려면 골다공증 치료를 도와줘야 한다고. 갱년기 이후 여자들은 가만히 있어도 자동으로 뼈에 ‘구녕’이 나는데, 약값 부담스럽지 않게 정부가 좀 도와주면 좋겠다고, 이야기 좀 전해달라고 말씀을 주신다.

우리나라는 골다공증 진단 인프라가 전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나라다. 전세계에서 지역당 골밀도검사 장비가 가장 많은 나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국가건강검진 골밀도검사 기회를 54세와 66세 2회 무료로 제공해주는 나라다. 그리고 골다공증으로 진단되더라도, 효과적인 골다공증 약제가 지난 10년 간 많이 개발돼서 다양한 방식으로 꾸준하게 ‘지속치료’를 받으면 뼈가 다시 튼튼해지고 또 튼튼해진 뼈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골다공증 장기치료, 지속치료를 어렵게 하는 건강보험 급여기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골다공증 환자가 치료를 시작해서 1년 이내에 골밀도 T-점수가 -2.5 보다 높아지면 급여 적용이 중단된다. 전세계에서 보험급여 기간을 제한하는 유일한 나라다. 미국내분비학회, 북미폐경학회, 국제 내분비학회 등 해외 주요 진료지침들은 T-점수가 -2.5보다 높아지더라도 여전히 골다공증 환자이기에 치료를 이어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보험급여 상 투여기간 제한으로 경제적인 부담을 느껴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대다수의 의료진이 당혹스러워하는 부분이다. 고령층이 골절 없이 건강한 삶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골다공증 지속치료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지금 골다공증 지속치료를 위해 급여기준 검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경희 환자분께 이런 상황과 희망을 말씀드렸더니 한 가지 당부 말씀을 더 해주셨다. “정부가 건강보험 해주는 거 잘해주고! 좋은 의사 만나서 치료 잘 받으면, 100세를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노인에겐 100세 시대 현실이에요. 걸어다니고, 운동하고, 일하고, 그렇게만 살게 해주세요.”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