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와도 쫓겨나는 자영업자...임대차법 개정하자
[박지호 기자]
▲ 지난 2020년 3월 9일 오후 코로나19 발생 여파로 평소 관광객과 상인들로 북적이던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 |
ⓒ 권우성 |
대선이 끝나서인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서인지 언론도 정치권도 자영업자에 대한 관심은 시들하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후폭풍은 물가 인상과 경기 침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며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팬데믹 때 정부가 내놓았던 다양한 정책 방안들은 표심을 위한 눈가리기식 공약이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민병덕 의원(경기 안양동안갑)은 지난 12일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맘상모)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는 자영업자의 피해 예방을 위해 마련한 개정안이다.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코로나 기간에 발생한 임대료 3기 연체에 대해 2020년 9월 29일부터 6개월 동안만 시행되었던 '코로나19 임차료 특례규정' 적용일을 '코로나 엔데믹 선언일'인 2023년 5월 11일에서 3개월을 더한 2023년 8월 11일까지의 연체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당하지 않도록 하였다. 또한 일반적으로 2년 단위로 임대차 계약이 재계약 또는 갱신되는 점을 감안하여 연체 시점이나 기간의 명시가 없는 현행법을 "최근 2년간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로 개정하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재난으로 인하여 연체한 경우는 차임 연체액에서 제외함을 골자로 하였다.
현행법은 5년 전이든 10년 전이든 과거에 한 번이라도 임대료 3기 연체 이력이 있다면 재계약을 해도 언제든지 건물주가 명도소송을 할 수 있기에 이번 개정안은 현실 상황을 반영한 개정안으라 할 수 있다.
수원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권리금을 주고 시설비 1억5000만원을 들여 2020년도에 창업했다. 정부의 영업제한 당시 임대료 일부만 납부 하다가 연체된 누적 임대료가 결국 3기에 달했고 손실보상금이 나온 후 연체 임대료를 모두 완납하였음에도 명도소송을 당해 소송 중이다. 건물주는 본인이 자영업을 하다 수익이 나지 않자 임대로 내놓았고 A씨가 들어와 업종 변경하며 시설 투자하였는데 코로나19로 행정명령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장사가 잘 되었다. A씨는 정부의 행정명령 때 임대료가 3기에서 하루치가 더 연체되자 명도소송을 당하였고 주변 부동산으로부터 건물주가 자기 자식에게 카페를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실제 A씨는 건물주가 원상복구는 안해도 되고 시설물은 그대로 두고 나가도 된다고 하였다고 한다.
영등포역 근처에서 4억원을 들여 대게 회집을 창업한 B씨는 코로나 기간에 임대료 3기 연체를 하였는데 건물주가 바뀐다고 하여 연체 임대료와 이자까지 완납하였으나 새로운 건물주가 재건축을 사유로 퇴거비용 1억5000만원을 제시하며 대리인을 통해 퇴거 요청을 하였다. 2년만에 쫒겨나게 된 B씨는 손해가 너무 커서 대응을 하려고 하였으나 임대료 3기 연체 이력이 걸림돌이 되어 결국 대응은 포기하고 퇴거하였다.
▲ 지난 2021년 10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중소상인, 자영업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임대료 분담법, 강제퇴거금지법 등의 처리를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참가자들은 손실보상이 이뤄지더라도 보상금 상당부분이 건물주에게 고스란히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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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과 관련된 개정안도 포함되어 있다. 건물주가 철거나 재건축 시에는 퇴거비용 보상을 하여야 하며 퇴거비용의 산정기준, 지급기준 및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함을 내용으로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재개발시 보상을 해준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건물주의 재건축시 보상은 형평성에 맞으며 그동안 재건축 문제가 상가 임대차 분쟁의 주요 사안으로 자주 발생되었다는 점을 감안 한다면 개정안 통과로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에상 된다.
또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악용하여 재건축 계획이 없으면서도 재건축을 사유로 임차상인을 보상 없이 내쫒는 경우를 대비해 임대인의 '허위 재건축에 따른 퇴거' 예방 대책도 마련함을 포함시켰다. 건대입구역에서 2층에 헤어샵을 운영했던 C는 건물주가 재건축을 사유로 명도소송을 하여 쫒겨났다. 그러나 건물주는 재건축을 하지 않고 1층은 가족에게 임대하고 2층은 유명 프랜차이즈에게 임대를 주며 재건축 사유가 허위임이 밝혀졌다. C씨는 항소를 하고 대법원까지 가서 승소하였지만 오랜 법정 다툼으로 심한 정신적, 경제적 후유증을 앓게 되었고 같은 건물 1층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던 D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고통을 호소하다 뇌출혈을 겪고 사망하였다.
그 외 계약갱신청구권을 악용할 수 있는 독소조항도 이번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임차인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건물주는 갱신 거절 또는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할 수 있는데, 기한의 마지막 날에 건물주가 갱신 거절 또는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는 경우 임차인이 대항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을 악용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건물주의 갱신 거절 또는 조건변경의 통지 기간을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7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로 변경하여 임차인이 계약 갱신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한달 이상의 시간을 확보함으로서 계약갱신청구권이 악용되어지는 것을 방지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강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F씨는 건물주가 계약종료 1개월이 끝나는 마지막 날 저녁에 재계약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통보했고 당일 의사표명을 하지 못한 임차인 F씨는 다음날 건물주측으로부터 명도소송에 대한 내용증명을 받았다. 현 상가임대차법은 계약종료 6개월에서 1개월내에 건물주와 임차인은 계약 연장에 대한 의사 표명을 하도록 되어 있고 양자가 의사표명이 없을 시에는 묵시적갱신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은 자영업자가 700만명이다. 가족, 연관종사자들을 감안한다면 국민의 절반 정도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대한민국 경제의 모세혈관이다. 이들이 이번 코로나19 시기에 가장 큰 협조자이며 피해자인 것은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선 때 자영업자를 위한 공약이 표심을 위한 선심성 공약이 아니었음을 지속적인 법적, 제도적, 행정적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져야만 할 것이다.
참고로, 맘상모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례를 근거로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임차인의 독소조항 개정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단체이다. 2015년도에 권리금을 법의 테두리에 옮겨놓고 2018년도에 법적보호기간을 10년으로 연장시키며 계약종료 3개월 이내만 유효한 권리계약서를 계약갱신기간에 맞춰 6개월로 연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단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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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의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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