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연료의 배신?…"수소가 온난화 키운다, 이산화탄소 11배"

강찬수 2023. 6.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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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중부 프에르토야노에 있는 이베르드롤라(Iberdrola)사의 녹색 수소공장의 수소 저장 탱크. 2023년 3월 28일에 촬영한 사진이다. 청정에너지인 수소도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 온실가스를 만들어 내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AP=연합뉴스

청정연료로 주목 받는 수소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수소가 유발하는 온실효과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의 11.6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소 자체는 온실가스가 아니지만, 대기 중에 누출됐을 때 화학반응을 통해 온실가스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국제기후연구센터(CICERO)와 영국 에든버러대학, 미국 해양대기국(NOAA) 등의 국제연구팀은 최근 '지구·환경 커뮤니케이션스(Communications Earth and Environment)' 저널에 수소의 지구온난화 잠재력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지구온난화 잠재력(Global Warming Potential, GWP)은 여러 온실가스가 유발하는 온실효과를 이산화탄소와 비교한 수치다.


이산화탄소 11.6배의 온실효과


중국 베이징 다싱(大興)구의 수소에너지 시범단지의 수소충전소에 수소 트레일러가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은 특히 5개의 지구 대기 화학 모델(GFDL, OsloCTM, INCA, WACCM 및 UKCA)을 사용해 수소의 'GWP100'에 대한 새로운 추정치를 제시했다.
GWP100은 수소가 배출된 다음 100년 동안 사라질 때까지 대기 중에서 일으키는 온실효과를 의미한다.

연구팀은 여러 모델의 평균값으로 수소의 GWP에 대해 11.6이라는 수치를 제시했다.

배출된 수소 1㎏이 100년 동안 일으키는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 1㎏의 11.6배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연구팀에 따르면, 수소 분자(H2)는 대기 중에서 강력한 산화제인 수산기(OH)와 반응해 물 분자(H2O)와 수소 원자(H)로 바뀐다.
이 반응 때문에 수소는 간접적으로 온실효과를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수소의 간접 온실효과는 4가지


오스트리아 감페른(Gampern)에 있는 수소 저장 시설.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전력이 남아돌 때 이를 이용해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리한 다음, 생산한 수소를 지하에 저장하게 된다. 이 시설은 2023년 말까지 완전히 가동될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연구팀은 수소가 일으키는 간접적인 온실효과를 4가지로 파악했다.

우선, 수소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CH4)의 수명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수산기(OH)는 메탄을 산화시켜 제거하는 역할도 하는데, 메탄 대신 수소와 반응하면 결과적으로 메탄이 사라지지 않고 대기 중에 오래 남도록 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게 간접 온실 효과라는 것이다.

둘째, 수소는 대류권의 오존(O3)을 증가시키고, 성층권의 오존 생성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수산기가 감소하고 수증기가 증가하면, 대류권에서 오존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대류권 오존은 이산화탄소와 메탄 다음으로 중요한 인위적 온실가스다.
오존은 지구 표면에서 우주로 방출되는 적외선(열)을 흡수한다.

셋째, 수소는 성층권의 수증기를 증가시킨다. 수증기는 온실가스 중의 하나다.
수소와 수산기가 반응해서 물(수증기)이 만들어지는데, 대류권이라면 별문제가 안 되지만 성층권에서는 이렇게 생긴 수증기의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지구에서 빠져나가는 열을 붙잡는 수증기의 온실효과는 대류권과 달리 성층권에서 냉각 효과를 일으킨다.

넷째, 특정 에어로졸 생산을 증가시킨다.
수소가 일으킨 화학반응은 대기의 황산염 등 2차 에어로졸 등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에어로졸의 변화는 추가적인 복사강제력(지구가 흡수하는 일사량과 그 중 다시 우주로 방출되는 에너지의 차이)을 발생시킨다.
추가적인 온실효과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수소의 지구 온난화 기여도를 메탄 수명 연장 44%, 오존 증가 38%, 성층권 수증기 증가 18%로 평가했다. 에어로졸에 대한 기여도는 포함하지 않았다.


메탄 온실효과의 44%에 해당


지난해 11월 2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1회 수소의 날'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수소경제 활성화 다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연구팀은 같은 방식으로 메탄에 대해서도 GWP 100을 계산했는데, 26.6으로 나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6차 평가보고서(AR6)에서 제시한 27과 비슷했다.

메탄은 천연가스의 주 성분이다.
천연가스는 석탄보다 온실가스를 더 적게 배출하는 청정연료로 알려졌지만, 메탄이 배출되면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훨씬 크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수소의 GWP 100은 메탄 GWP 100의 44%에 해당한다. IPCC 보고서에서는 39%로 봤다.
메탄만큼은 아니지만, 수소가 결과적으로 강력한 온실가스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수소 이용 과정에서 누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수소 경제'가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수소 누출이 얼마나 큰지 더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누출 감지 장치를 개발해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팀은 지구 대기 중의 수소의 농도는 약 530ppb, 양은 191조 g (191 Tg, 테라그램)으로 파악했다.
연간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수소의 양이 36조 g이고 대기 중에서 생성되는 것은 연간 47조 g이다.

대기 중에서 사라지는 것이 25조 g, 토양으로 흡수되는 양이 57조 g으로 추정됐다.
배출된 수소가 대기 중에서 남아있는 기간은 평균 2.4년으로 파악됐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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