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시험대 오른 특별자치

남혁상 2023. 6. 13.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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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자치도는 지역·역사적 특성을 감안해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는 광역단체다.

강원특별자치도의 84개 특례 조항 중 핵심은 환경·국방·산림·농지 4대 분야의 규제 완화 및 자치권한 확대다.

이처럼 막강해진 특별자치도의 권한과 기능 때문인지 다른 자치단체 역시 꾸준히 특별자치단체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특별자치단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통에 이름뿐인 특별자치도가 될 것이라거나, 특례와 권한을 이양받기 위해 자치단체 간 경쟁이 한껏 과열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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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혁상 사회2부장


특별자치도는 지역·역사적 특성을 감안해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는 광역단체다. 정부 권한과 기능 일부를 예외적으로 이양받고, 특례를 통해 정부로부터 다양한 행정·재정 지원을 받는다. 2006년 제주, 2012년 세종에 이어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했다. 행정구역 명칭이 바뀐 것은 조선 태조 4년 이후 628년 만이다. 단순히 이름만 바뀐 게 아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제주, 세종과는 달리 산하 지자체의 자치분권이 함께 이뤄지는 첫 번째 사례다. 자치권이 보장된 도내 18개 시·군이 도지사와 협의해 정부에 특례를 요구하고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구상은 전국 광역단체를 수도권과 부울경, 대구경북, 광주전남, 충청권 5개 메가시티로 나누고 여기에 참여하지 못하는 강원도에 높은 자치권을 부여해 개발을 활성화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84개 특례 조항 중 핵심은 환경·국방·산림·농지 4대 분야의 규제 완화 및 자치권한 확대다. 이양된 권한 중 눈에 띄는 것은 환경영향평가다. 시·군 및 민간 시행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권한이 도지사에게 넘어온다. 그만큼 신속한 행정 처리가 가능해졌다. 개발과 환경보호 사이에서 극심한 갈등과 논란을 낳았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정부의 환경영향평가에만 8년이 걸렸는데, 이젠 빠른 결정이 가능해졌다.

군사 분야 규제도 완화돼 군부대가 사용하지 않는 땅을 활용할 길이 열렸다. 미활용 군 용지를 관광시설, 야영장, 사업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농촌활력촉진지구를 새롭게 지정하고 지구 내 절대농지도 일부 한도 내에서 해제하는 게 가능해졌다. 산림이용진흥지구 내에서는 숙박시설, 산악철도, 케이블카 설치 등이 가능해진다. 강원형 자율학교를 지정해 지역 학생과 학교, 지역 요구에 따라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해졌다. 예컨대 지역 특성을 살려 군사·국방교육학교나 생태환경교육특화학교 등을 만들 수 있는 길도 열린 셈이다.

교육특구 지정, 국제학교 설립 등은 특별법에 명시되지 않았고 공무원 정원과 예산 지원 역시 별도로 늘어나진 않았지만 그동안 군사보호구역, 접경지역으로 이중삼중의 규제를 받아왔다며 차별을 호소하던 강원도로선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디딤돌을 마련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처럼 막강해진 특별자치도의 권한과 기능 때문인지 다른 자치단체 역시 꾸준히 특별자치단체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전북도는 지난해 12월 관련 법이 통과돼 내년 1월 전북특별자치도로 개편된다. 각종 규제로 장기간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온 경기북부 지역도 특별자치단체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특별자치단체의 권한이 막강해진 만큼 행정적 책임 역시 과거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벌써부터 일각에선 도지사의 권한이 워낙 세지고 견제 장치가 미미한 탓에 주민자치권 강화 대신 일방주의적 행정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별자치단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통에 이름뿐인 특별자치도가 될 것이라거나, 특례와 권한을 이양받기 위해 자치단체 간 경쟁이 한껏 과열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또 이름만 바꾼 자치단체가 늘어날 경우 행정체계에 혼란만 불러올 것이란 주장 역시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이다.

소외된 지역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해 개발을 활성화하면서도 지방분권을 실현하는 게 특별자치의 명분이다. 그런 만큼 다른 자치단체들이 부러워하는 규제 완화 혜택을 받으면서 지역 개발, 환경보호, 삶의 질 개선, 주민 소통 등에 있어 조화를 맞춰가는 게 강원특별자치도로선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걸음은 더욱 중요하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이제 시험대에 올라섰다.

남혁상 사회2부장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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