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예수보다 돈을 사랑하는 사이비 목사들

이명희 2023. 6. 13.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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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개 교단 80% 이상 무인가 신학교 운영…
목회자 양성하는 신학교 아니라
신학공장이란 씁쓸한 자조 나오는 현실

예수를 사랑하고 삶 속에서 복음의 향기 드러내는
진정한 기독교인이 그리운 시대
교단 통합과 교계 정화 필요해

지난 주말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인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국민비전클럽 6월 예배’에서 작심하고 쓴소리를 했다. ‘소금과 빛’이란 제목의 설교를 통해서다. 정부 관계자를 만났는데 “교계에 왜 이리 ‘사’자 목사들, 사이비 목사들이 많냐”고 물었다고 한다. 일면식도 없는데 이 행사, 저 행사에서 사진 함께 찍은 것을 이용하고 지난해 한 호텔에서 열린 당선인도 알지 못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축하모임’에는 500여명의 교계 인사들이 몰렸다고 하더란다.

이 목사는 “300개 교단이 난립해 있고 80% 이상이 무인가 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정통 교단에서 쫓겨난 사람이 1년 만에 다른 곳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나타나기도 한다”며 교계 정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우후죽순 ‘사’자 목사들이 양산되고 있는 불편한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듣고 있던 목사와 장로들이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했지만 누군가를 시작으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유럽과 미국 교회의 쇠락을 가속화한 동성애 물결이 한국을 뒤덮고 신천지 등 이단의 준동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한국교회를 하나 되게 하고 사회를 선도해야 할 목사들이 정치나 하고 있는 데 대한 한탄이자 위기의식의 발로다. 옆자리에 앉았던 국가조찬기도회장 출신의 한 장로는 “예수를 사랑하고 돈을 이용해야 하는데, 돈을 사랑하고 예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하나님만 바라보지 않고 이중직으로 목회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진정한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는 적고, 목회자를 양산하는 신학공장만 있다는 씁쓸한 자조가 교계에서 나온 지 오래다.

모태신앙으로 자란 내게 목사님은 그림자도 밟지 못하는 영적 존재였다. 30여년 전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인 지방 사립대 교수로 재직하던 교회 장로님은 교수직을 그만두고 시골 교회를 개척하며 목사의 길로 들어섰다. 국내 최대 항공사에 취직했던 대학 친구는 어느날 회사를 나와 동남아 오지 선교사로 간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대학 친구는 갑자기 죽을병에 걸렸다가 새 삶을 얻고 나니 하나님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하나님을 외면하고 세상의 환락을 좇다가 깨지고 병들어서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주의 종으로 돌아오는 사람들도 여럿 봤다. 세상의 부귀영화를 멀리하고 스스로 가시밭길을 택하며 주의 말씀에 순종하는 목회자들이 있었기에 그들을 따라 믿음을 지키는 신앙인도 많았을 터다.

그런데 수십년이 지나 종교국에 와서 만나본 목회자 중에는 세상에 본을 보이는 주의 종인지, ‘꾼’인지 모를 목회자도 더러 있다. 사업을 하다가 잘 안 되니 목사 안수를 받고 나타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격이나 품성이 세상 사람보다 딱히 나을 게 없는 목사와 장로들도 있는 것 같다. 편협하고 위선적인 일부 목회자와 크리스천들의 모습은 믿는 사람들마저 실족하게 한다.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장사하는 자들을 내쫓으며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 되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들었다(마 21:12~13, 눅 19:45~46)고 개탄하셨다. 진리와 구원을 가르쳐야 할 목회자가 높은 지위를 얻고 재물을 모으는 데만 관심을 쏟아서야 교회의 미래가 있겠는가.

우리 사회에는 저출산, 동성애, 기후위기 등 풀어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과거에는 난제를 해결하고 사회를 선도하는 중심에 기독교인들이 있었다. 목회자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교회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는커녕 욕을 얻어먹고 정화해야 할 대상으로 바뀌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팀 켈러는 ‘답이 되는 기독교’(원제: Making Sense of GOD)에서 탈기독교화하는 서구를 선교적으로 대면하려면 평신도가 신앙과 일을 통합해야 한다고 했다. 제자도는 사생활에만 국한할 게 아니라 공적인 생활로 퍼져 나가야 한다. 신앙이 낳는 일상생활의 차이를 비신자들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의 복음은 사람들을 이기심과 독선에서 벗어나서 원수를 위해 자신을 내주신 예수님처럼 다른 사람을 섬기게 한다(‘팀 켈러의 센터처치’)고도 했다. 복음이 어떻게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가 조롱당하고 멸시받는 시대를 살아가는 목회자와 크리스천들이 다시 한 번 새겨야 할 말이다.

이명희 종교국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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