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부흥의 추억

2023. 6. 1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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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 50주년을 맞았다.

민족의 광장이라 불리던 여의도 광장에서 나흘간 연인원 340만명이 모여 회개와 헌신을 다짐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의 설교가 한창 진행 중인데, 북쪽 하늘 하얀 구름 사이에 선명한 무지개가 나타나 한참 있다가 사라졌다.

그 대회에서 급기야 선교사로 헌신한다고 자리에서 일어서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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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 50주년을 맞았다. 민족의 광장이라 불리던 여의도 광장에서 나흘간 연인원 340만명이 모여 회개와 헌신을 다짐했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필자도 아빠의 손을 잡고 마포대교를 건너 집회에 참가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의 설교가 한창 진행 중인데, 북쪽 하늘 하얀 구름 사이에 선명한 무지개가 나타나 한참 있다가 사라졌다. 도무지 무지개가 보이기 어려운 밝은 대낮이어서 사람들이 다 놀랐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당신의 인자하심을 보여주신 표징이라고 믿고 싶다.

이후 몇 년에 한 번씩 대형집회가 열렸는데, 나는 거의 모든 대회에 열심히 참가했다. 1980년 세계복음화대성회에서는 한 대학생 선교단체에 소속돼 헌금위원으로 봉사한 일도 있다. 그 대회에서 급기야 선교사로 헌신한다고 자리에서 일어서고 말았다. 해외 선교사로 나가지는 못하고 그 벌로 기회 있을 때마다 선교사들을 돕고 있다.

진실로 위대한 부흥의 시대였다. 맨땅에 나무 십자가 꽂고 천막만 쳐도 교회가 되던 때였다. 캠퍼스 벤치에 앉아 있는 대학생에게 사영리(四靈理)를 읽어주면 영접 기도를 따라 하고, 길거리에서 중학생을 붙잡고 설득하면 다음 주일에 교회에 등록했다. 삼각산이 금요일마다 때아닌 인파로 북적이고 연초에는 원단금식기도를 한다고 기도원이 꽉 찼다. 교회가 아이들로 바글거리고 신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 줄을 길게 서야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웅장해지고 곧 먹먹해 온다. 당시 성도들은 모두 민족 복음화를 꿈꿨고 한국도 곧 미국처럼 기독교 국가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 집회에 참여했던 어떤 사람도 50년 후 한국교회가 지금처럼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음 50년 후 한국교회가 어떨지를 상상하는 것은 더욱 괴로운 일이다. 한국교회가 다시 부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이를 낳지 않는 대한민국과 함께 교회도 소멸하는 것이 아닐까.

새로운 부흥의 시대가 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오오,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 무엇을 하면 할수록 더 망쳐지기 때문이다. 잘못된 그림이나 글씨에다가 덧칠하면 할수록 더 엉망이 된다. 못쓰게 된 질그릇은 파쇄해야 하고, 잘못 지어진 집은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한다.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고, 실패한 정책을 입안했던 과거 인사들을 다시 등용한다고 참신한 정책이 나올 리 없다.

우리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탄식하고 슬퍼하는 일이다. 예레미야처럼 슬픔의 노래를 지어 불러야 한다. 인진(茵蔯) 쑥과 쓸개즙을 먹으며 입술을 티끌에 대어야 한다.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는 세상의 모욕과 조롱을 묵묵히 견뎌야 한다. 누구도 섣불리 희망을 말하면 안 된다. 함부로 희망찬 미래를 말하는 자, 그는 거짓 예언자다. 하나님의 어전(御前) 회의에 들어가 본 적 없이 자기 속에서 나온 말을 하는 자다. 골방에 들어가서 숨는 날이 올 것이다.

탄식하고 애통하다가 정신이 들면 지난 50년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차분히 돌이켜보자. 어떻게 우리의 성장이 우리를 영적 싸움에서 패배하게 하였는지. 세상 권력과의 야합과 교권주의와 지역감정과 분열이 우리 교회를 어떻게 멍들게 하였는지. 어떻게 노인들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고 젊은이는 환상을 잃어버렸는지. 어떻게 생계형 목회자와 말 못하는 언어장애 신학자가 교회를 인도하게 되었는지.

먼 훗날 우리의 애가를 듣고 자란 세대, 실패의 역사(歷史)를 배운 세대가 일어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하나님이 새로운 부흥의 시대를 여실 것이다.

장동민(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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