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10년 만에 하는 국군의 날 시가행진

2023. 6. 13.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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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영 연세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의 첫날이던 지난 1일 국방부는 올해 국군의날 기념행사 계획을 이례적으로 일찍 공개해 주목받았다. 건군 75주년이자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오는 9월 26일 오전 서울공항에서 개최하고, 그날 오후에는 숭례문∼광화문 일대에서 시가행진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군의날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6·25전쟁 중 국군이 육·해·공군 합동작전에 의해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고, 육·해·공군 창설이 완료돼 3군 체제의 국군이 완성된 날을 국군의 날로 정해 1956년부터 기념해오고 있다. 대통령령에는 ‘국군의 위용 및 전투력을 국내외에 과시하고 국군 장병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행사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9월 26일 숭례문∼광화문 행진
건군 75년, 한미동맹 70년 기념
‘굳건한 국방’ 대내외에 보여야

시론

지난 몇 년간 남북 대화 분위기와 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국군의날 행사는 이전과 달리 간소하게 치렀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7차 핵실험 준비, 탄도미사일과 정찰위성 시험 발사 등 도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 채택 이후 비난 수위도 높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강한 국방력이 없으면 평화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군 75주년을 맞은 올해 국방부가 국민과 함께하는 국군의날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준비한다는 소식은 반갑다. 무엇보다 5주년 단위로 꺾어지는 국군의날마다 열렸던 시가행진이 2013년 이후 10년 만에 부활해 특히 눈에 띈다. 시가행진은 국군의 발전상을 국민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국군장병들을 눈앞에서 응원하는 기회란 의미가 있다. 물론 요즘처럼 정보통신이 발달한 시대에 수천 명의 병력이 오와 열을 맞춰 행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시각도 있고, 시가행진 준비를 위해 무더위 속에서 훈련하면 오히려 장병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는 주장도 없지는 않다.

정말 그럴까. 국방부가 지난 3월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공동으로 진행한 국군의날 행사 관련 설문조사를 보자. 군 장병의 경우 4008명 중 88%가, 일반 시민의 경우 1000명 중 72%가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 의견을 묻는 항목에서 장병들은 국군의날을 통해 전투력을 과시해야 한다거나, 군기 있는 모습이나 강인함·웅장함 같은 군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행사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국군의날은 말 그대로 국군이 주인공인 날이다. 시가행진은 주인공인 국군이 일사불란함 속에 절도와 패기, 늠름함과 씩씩함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다. 국민과 함께하는 시가행진을 한다면 행사 준비로 수고한 장병들도 국민의 열렬한 축하와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군인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시가행진은 국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축하 행사일 뿐 아니라 적에게는 두려움을, 국민에겐 군에 대한 신뢰를, 국군에겐 사기를 높이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국군이 국민 속에서 국민의 군대로 완성되는 현장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뿐 아니라 세계 6위권 국방력(USNWR 평가)까지 갖춘 나라다. 올해 국군의날은 세계적 강군으로 성장하도록 후원한 국민과 함께 발맞춰 걷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

국군의날이 1990년부터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그동안엔 국군들만의 기념일로 끝나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시가행진에 참여해 박수를 보내고 싶어도 생업 때문에 그렇게 못하는 국민도 많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지난해 시도했던 ‘K밀리터리 페스티벌’ 주간 지정을 통해 우리 군의 과거·현재·미래, 첨단무기체계 소개, 군악대 및 의장대 공연, 태권도 시범, 블랙이글스 비행 등을 전국 곳곳에서 진행하면 어떨까. 참전 용사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기릴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하면 좋겠다.

역사적 배경, 관련 법령, 국내외 안보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번 국군의날 행사는 확고한 국방 태세를 다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동시에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지지하는 국민이 든든함을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 국민과 국군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행사를 잘 준비하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도 반가워하실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허재영 연세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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