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누리호 위성, 충돌 위험 크다…비좁은 550㎞ 지구궤도"
[최준호의 사이언스&] 위성간 충돌 현실화할까
김 교수는 “고도 550㎞의 지구 저궤도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군집위성 4000대가 매 90분마다 한 번 지구를 돌고 있는 등 지구 저궤도 중 가장 복잡한 곳”이라며 “누리호 위성들은 북극과 남극을 잇는 극궤도를 돌면서 스타링크 위성들과 45도 또는 135도 각도로 만나게 되는데, 이대로 가면 두 위성군이 향후 1년 안에 한 대는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에는 추력기가 달려 있어, 충돌 위험이 예측될 때는 회피기동을 할 수도 있지만, 큐브 위성들은 크기가 작고 성능이 제한돼 궤도수정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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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광 이용 위해 현 고도 선택
스타링크 위성들과 같은 높이
“1년 내 한 개는 충돌할 가능성”
혼잡한 우주…관제 필요해지나
」
김 교수의 충돌 위험 주장에 대해 KAIST 관계자는 “스타링크와 차세대소형위성 2호의 궤도를 계산해보진 않았지만 아직 저궤도 속 위성간 공간이 넓기 때문에 실제로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집위성으로 더 복잡해진 저궤도
확률이 높다고 반드시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누리호와 인공위성들은 왜 하필 목표고도를 저궤도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550㎞로 잡았을까. 스타링크는 왜 또 550㎞ 고도의 궤도에 몰려 있을까. 지구관측 위성 등 저궤도 위성들은 고도 600~800㎞ 사이에 있는데, 스타링크처럼 위성 인터넷 사업을 위한 통신인공위성은 원활한 통신 품질을 위해 관측위성보다 더 낮은 500㎞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500㎞ 아래로 더 내려올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엔 지구 중력의 영향을 더 받아 위성의 수명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누리호 인공위성들도 어쩔 수 없는 사연이 있다. 김해동 국립경상대 항공우주학부 교수(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는 “전남 고흥에서 발사되는 누리호가 인접국가 상공을 피해 올라갈 수 있는 경사각과, 차세대소형위성 2호 등 우리 인공위성이 필요한 여명-황혼궤도를 고려하면 550㎞ 고도가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여명-황혼 궤도는 위성이 24시간 동안 여명이나 황혼을 볼 수 있는 궤도로, 항상 일정한 태양 빛을 받을 수 있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의 주목적은 영상 레이더 시험이다. 영상레이더는 통신위성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배터리 소모가 크다. 이 때문에 스타링크 군집위성 수천 대가 도는 궤도임에도 불구하고 태양 빛을 일정하게 계속 받는 여명-황혼 궤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태양계 내에서 가장 비좁은, 즉 밀도가 높은 곳은 지구궤도다. 1957년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올라간 이후부터의 얘기다. 미국 우주사령부에 따르면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를 포함한 ‘등록 인공우주물체’(10㎝ 크기 이상)만 4만8000개에 달한다. 1㎝ 이상은 약 100만개, 1㎜ 이상은 약 1억5000만 개로 알려져 있다. 지구 궤도 중에서도 가장 비좁은 곳은 대부분의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가 떠 있는 고도 2000㎞ 이하의 저궤도다. 이들 인공우주물체는 초속 7.5㎞, 시속 2만7000㎞로 지구 둘레를 돌고 있다.
인류의 지구 밖 진출 어려워질 수도
인공우주물체는 앞으로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과 러시아 등 전통 우주강국 외에도 한국은 물론 아랍에미리트(UAE)·이스라엘 같은 중·소 국가들도 우주탐사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데다, 지구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 군집화·소형화하는 경향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주쓰레기 위협 뿐만 아니라 인공위성 간 충돌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2009년엔 미국의 550㎏ 급 통신위성 이리듐33과 러시아의 군사위성 코스모스 2251이 우주궤도인 790㎞ 상공에서 충돌했다. 당시 충돌 사고로 발생한 1800여 개의 크고 작은 파편은 지금까지 지구 주위를 떠돌고 있다. 이외에도 버려진 로켓이나 소형 인공위성의 부품 간 충돌사고는 가끔씩 일어나고 있다. 위성 간 충돌 위기까지 간 상황은 더 많다. 2021년 12월에는 중국 우주정거장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과 충돌 직전까지 갔다가 회피기동을 해 간신히 사고를 막기도 했다. 2019년에도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이 유럽우주국(ESA)의 지구관측 위성 아이올로스와 충돌할 뻔한 적이 있다.
위성 간 또는 위성과 우주쓰레기 간 충돌 위험을 일찍이 예견한 과학자가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도널드 케슬러 박사다. 그는 1978년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들이 충돌을 반복해, 토성의 고리처럼 파손된 인공위성 잔해들이 지구를 감싸는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인류가 지구 밖으로 진출하기는커녕,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모든 기술이 중지됨으로써 GPS, 위성 통신 등의 현대 기술 대부분을 쓸 수 없게 돼 인류 문명이 1960년대 중후반으로 후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케슬러 신드롬’이다.
정옥철 항우연 우주상황인식 연구실장은 “스타링크 외에도 영국의 원웹 등 적지않은 글로벌 기업들이 군집위성을 이용한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어 저궤도를 중심으로 인공 우주물체들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항공 교통 관제처럼 이제는 우주 공간 상에서도 교통관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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