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적과의 동침
지난주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포드에 이어 테슬라의 충전 표준을 따르겠다고 결정했다. 테슬라는 북미 자동차 충전소의 60%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GM과 포드는 별도의 충전소를 세우며 경쟁하는 것보다 자사 자동차들이 별도의 어댑터 없이 고속 충전소를 사용하도록 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 기업이 합의로 북미 지역의 충전기 표준을 둘러싼 경쟁은 사실상 끝난 셈이다.
이 계약으로 테슬라는 앞으로 상당한 추가 수익을 올리게 되었었지만, 다른 업체들은 전기차 판매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이번 합의를 윈-윈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들은 엄연한 경쟁 기업이고, 싸움은 충전 방식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기술적으로 앞선 테슬라는 다른 기업에게 자신들이 개발한 자율주행시스템도 라이선스를 받고 제공하고 싶어한다.
이 경쟁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이다. 애플은 뛰어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자동차 회사에 제공하고 있고, 구글은 더 나아가 자율주행시스템도 개발했다. ‘자동차의 두뇌’를 차지하려는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중이다. 미래 자동차 시장은 동력 성능이 아니라 컴퓨터 성능으로 경쟁하게 되고, 이를 장악하는 기업은 모빌리티 플랫폼을 장악하게 되기 때문에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승부다.
하지만 최근 포드의 CEO 짐 팔리가 시인한 것처럼 인포테인먼트와 관련해서는 디트로이트가 실리콘밸리에 10년 뒤쳐져 있고, 차량 구매자들은 이미 애플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익숙하다. 자동차 기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추월하기가 불가능한 영역인 것이다. GM과 포드가 충전 표준을 두고 테슬라라는 적과의 동침을 결정한 것은 포기할 건 빨리 포기해서 복잡한 전선(戰線)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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