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노년단 가봅시다!"…프로듀서 피독이 돌아본 BTS 10주년

어환희 2023. 6. 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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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며 새 싱글 '테이크 투'(Take Two)를 지난 9일 발표했다. [사진 빅히트 뮤직]


"우리 함께 '방탄노년단'까지 가봅시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방탄소년단(BTS)이 팬클럽 아미(ARMY)에 감사함을 표하며 공식 SNS에 이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일곱 명의 소년들(RM·진·슈가·제이홉·지민·뷔·정국)은 어느새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청년이 됐다. 총알을 막아내는 '방탄'처럼 10대가 경험하는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겠다며 등장한 이들은 10년 동안 K-팝의 화려한 전성기를 이끌어 냈다. 미국 빌보드 차트(싱글 '핫100'·앨범 '빌보드 200') 1위를 달성했고,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모두 한국 가요 사상 최초로 벌어진 일이다.

음악 프로듀서 피독은 데뷔곡 '노 모어 드림'부터 지난해 발표한 '옛 투 컴'까지 방탄소년단의 히트곡 대부분을 작곡·프로듀싱했다. [사진 하이브]

방탄소년단 10주년을 맞아 음악 프로듀서 피독(강효원·40)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10년을 돌아봤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동반자인 피독은 데뷔곡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부터 지난해 발표한 '옛 투 컴'(Yet To Come)까지 히트곡 대부분을 작곡·프로듀싱했다. '흙수저 아이돌'이었던 방탄소년단의 이름 앞에 '글로벌 슈퍼스타'라는 수식어가 붙기까지, 그 이면에는 멤버들과 제작자의 치열한 과정이 있었다. 긴 시간 동안 이들은 K-아이돌이라는 편견과 싸워야 했고 또 냉정한 현실을 이겨내야 했다.


'힙합'하는 10대 아이돌…"갈피 못 잡던 시기"


초창기 방탄소년단은 2013년 '힙합' 아이돌로 데뷔한 이후, '학교 3부작' 앨범 시리즈를 통해 10대의 분노와 반항을 음악과 퍼포먼스에 담았다. [사진 빅히트 뮤직]
힙합 아이돌의 성격이 강했던 초창기는 방탄소년단이 음악적 방향성을 잡아가는 시기였다. 당시 방탄소년단이 들고 나온 앨범, 학교 시리즈 3부작(2013~2014)에는 10대의 꿈과 고민이 주로 담겼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상남자), ‘네 꿈은 뭐니’(노 모어 드림)라고 묻고, 청춘을 억압하는 사회와 어른들을 비판했다(N.O).

힙합 콘셉트에 대해 피독은 “멤버 중 RM·슈가·제이홉은 처음부터 래퍼로서 정체성이 명확한 친구들이었고, 다른 멤버들은 꾸준히 힙합을 경험해 나가는 단계였다”며 “그 시기는 멤버 진을 제외하고 모두 10대였기 때문에 콘셉트보다는 학교생활에서 느끼는 감정과 10대가 바라보는 당시 시대상 등을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1집 정규 앨범 ‘다크 앤 와일드’(DARK&WILD)를 발매했지만, 기대만큼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피독은 “타이틀곡 '데인저'(Danger)의 성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아 멘탈적으로(정신적으로) 힘들었고, 어떤 방향성을 갖고 음악을 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던 시기였다”고 돌이켰다. 고민 끝에 “에너지는 유지하되 청춘이란 챕터에서 어느 정도 서정성이 묻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에 힙합이란 장르에서 벗어나 조금은 일렉트로 팝 요소가 가미된 트랙으로 방향을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이 아이돌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 '화양연화' 시리즈가 나오게 된 계기다.


'화양연화' 시리즈로 도약…“BTS의 모멘텀”


지난 2015년 4월 발매한 미니앨범 '화양연화 pt.1'. 20대의 고민을 서정적인 분위기로 담은 앨범으로, 대중에게 방탄소년단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사진 빅히트 뮤직]
'화양연화' 앨범 시리즈(2015~2016)의 시작이었던 곡 '아이 니드 유'(I NEED U)는 방탄소년단에게 첫 음악 방송 1위를 안겨주었다. '런'(RUN), '버터플라이'(Butterfly) 등이 수록된 이 앨범 시리즈는 앞서 보여준 10대의 분노와 반항을 넘어서 20대의 사랑과 좌절을 성숙하게 담아냈다. 피독은 “방탄소년단의 성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모멘텀이었다. 아이돌 음악계에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이어 “멤버들이 2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접어들고 또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이 성장하면서, 멤버들의 감정은 그때그때 변해 갔다. 거기에 맞춰서 그들이 느끼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음악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게 보조하는 것이 제 역할이었다”고 설명했다. '불타오르네', '피 땀 눈물', 'DNA', '페이크 러브'(Fake Love) 등의 잇따른 히트곡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
그는 “청춘은 가장 정열적이고 파이팅 넘치는 시기가 아니냐”며 “이 시기 멤버들의 메시지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화양연화'의 서정적인 콘셉트에서 다시 퍼포먼스 위주로 자연스럽게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사랑하라"…전 세계 움직인 메시지


방탄소년단은 곡 '다이너마이트'를 통해 한국 대중음악 사상 처음으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라는 쾌거를 이뤘다. 사진은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다이너마이트' 공연을 하는 방탄소년단. [사진 빅히트 뮤직]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화두를 던진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를 시작으로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2018년 3집 정규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로 K-팝 사상 첫 미국 '빌보드 200' 1위에 올랐고, 2년 뒤인 2020년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는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꿈만 같았던 싱글 1위 순간에 대해 피독은 “코로나19 상황이라 대면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제한적이었고, 멤버들과 전화로 축하 인사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당시 디스코 팝이 굉장히 트렌디한 장르였고, 전 세계적으로 많이 소비됐다”면서 “여기에 방탄소년단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 그리고 각기 다른 보이스 톤이 하나로 뭉쳐지며 시너지가 생겨 전 세계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던 것 같다”고 성공 요인을 짚었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 이후 '버터'(Butter),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등 총 6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빌보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년 1개월 만에 6곡이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1964~66년 비틀즈(1년 2주) 이후 최단 기간 기록”이라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방탄노년단'의 꿈…"군백기 후 정체성 뚜렷해질 것"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앤솔로지(선집) 앨범의 타이틀곡 '옛 투 컴'(Yet To Come)을 발표한 이후 군 복무에 따른 팀 휴식기에 들어갔다. 군백기(군 복무에 따른 공백기)로 인한 우려도 있었지만, 활발한 솔로 활동으로 저력을 증명했다. 진·RM·제이홉·지민·슈가 등 멤버의 절반 이상이 솔로 활동을 펼쳤다. 멤버 지민은 솔로 가수로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했고, 정국은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무대에 올랐다.

피독은 "인간적으로든, 음악적으로든 ‘군백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변할 것이라고 본다"며 "멤버 대부분이 30대가 되면서 각 멤버의 정체성이 뚜렷해질 것이기에 좀 더 다양한 색깔의 방탄소년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7명의 목소리를 한 곡에 담아내면 곡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힌 그는 "(군백기 이후) 음악적 스펙트럼 역시 더 넓어질 것 같다"며 “다시 하나로 뭉쳐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으로 멋진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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