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부터 노숙인, 외국인까지?”…이 교회의 착한 바자회

해인교회가 주관한 ‘착한 소비 바자회’에서 지원의 손길 이어져

해인교회 교인들이 지난 10일 교회 앞마당에서 열린 '착한 소비 바자회'를 준비하고 있다. 해인교회 제공

“몇 달간 길거리에서 생활했어요. 우연히 교회를 알게 돼 노숙인 쉼터에서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제가 직접 기른 농작물을 판매하니 뿌듯합니다.”

11일 오후 인천 계양구 해인교회(김영선 목사)가 주최한 ‘착한 소비 바자회’에서 만난 강한석(32·가명)씨는 자신이 수확한 유기농 상추를 보며 웃었다. 그는 해인교회에서 운영하는 사단법인 인천내일을여는집(대표 이준모 목사)을 만나 거리 생활을 마감하고 인생의 2막을 맞이했다.

교회는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계양구 재활용센터의 임대료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10~11일 바자회를 열었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열린 착한 소비 바자회다.

김영선 목사는 남편인 이준모 목사와 함께 해인교회와 사회적기업인 인천내일을여는집에서 사역하고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 인증 요건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은 전체 근로자 중 취약계층 고용비율의 30% 이상을 고용해야 한다. 이들은아무리 어려워도 취약계층 고용비율을 100%로 유지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으나 교회의 후원과 사회적기업의 이익만으로는 인건비와 임대료 지출에 역부족이다.

이에 해인교회 성도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성도들은 후원금을 교회에 기부하거나 바자회의 자원봉사자로서 일손을 더했다. 손재오(54)씨는 “예수님은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부터 챙기셨다”며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을 돕는 것은 예수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준모 목사는 “임대료를 해결하면서 노숙자 한 분이라도 더 고용하고자 바자회를 열기로 했다”면서 “교인들이 이 상황을 듣고 자신의 일처럼 여기며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바자회는 구매자에게도 도움이 됐다. 2016년 몽골에서 온 비 아노다르(43·여)씨는 한부모가정이다. 아노다르씨 혼자서 세 명의 아이들과 어머니까지 부양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는 “아이들이 빠르게 크다 보니 옷이 안 맞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곳에서 의류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며 “예쁜 옷을 구매했다고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취약계층을 돌보기 위해 나서자 지역사회 다양한 단체들의 도움이 더해졌다. 인천세종병원과 한림병원은 물론 계산고등학교와 채드윅국제학교 등 총 50여곳의 단체와 개인들이 물품들을 후원했다.

이 목사는 “지역사회와 이웃 주민들의 관심으로 총 5t 규모의 의류와 생활용품이 모였다”며 “어떤 분은 이른 새벽에 교회 앞에다 기부품들을 두고 가셨다. 교회가 홀로 바자회를 열었다면 이처럼 활기찬 분위기로 이끌지 못했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해인교회 교인들과 계산고 학생들이 지난 10일 바자회 자원봉사를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계산고 제공

계산고 학생들은 바자회의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김양희 계산고 교장은 “학교는 교육에 앞서 관계를 배우는 곳”이라며 “학생들이 이번 바자회를 통해 소외계층과 지역사회를 돌보고 공동체의 일원임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