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애 원장의 미용 에세이] 나미비아의 추억

전병선 2023. 6. 1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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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미래의 행복을 위하여 오늘의 수고와 강도 높은 노동을 받아들인다. 나도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삶을 미친 듯이 흔들어 대는 메커니즘을 끊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결심했던가. 성실을 다하며 살려는 의지가 강한 내게 행운이 주어졌다.

1995년 가을 아프리카 나미비아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샤프롱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미스유니버스 대회는 전 세계 미인대회의 꽃이며 최장의 역사와 명예를 자랑하는 대회이다.1980년도에 우리나라에서도 미스유니버스 대회가 열렸었다.

나미비아 현지에서 대회 오프닝 행사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내빈으로 참석했다. 그는 종신형을 받고 27년 만인 1991년에 석방되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인권 운동가이며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자신을 죽음의 골짜기로 밀어 넣었던 정적들을 모두 용서했다. 아름다운 인간애를 몸소 실천하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갈등의 벽을 허물었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은 만델라 대통령의 용기는 어디에서 온 것이었을까.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평화 정신은 그에게 영광스러운 노벨 평화상을 안겨 주었다. 넬슨 만델라가 당했던 인종차별의 치욕은 책으로, 영화로 세계인에게 널리 알려졌다. 평화주의자인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위대한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가 별세한 후 세계인들은 그를 가리켜 인간의 품격을 한 단계 올려놓은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순박하기만 한 나미비아 사람들은 미스유니버스 대회가 자국에서 열리게 됨을 자랑스러워했다. 대회 중간에 세계 각국의 방문자들과 함께 사파리 목장 관광길에 나섰다. 난생처음 보는 희귀한 광경은 신비로웠다. 앙상한 나뭇가지마다 즐비한 새 둥지는 내가 등산길에서 보았던 것들과는 달랐다. 마치 조류계의 집단 키부츠 같은 느낌이었다.

열대지방 특성으로 산과 들에 울창한 활엽수림이 없었다. 앙상한 나무의 꼭대기에 둥지를 만드는 것은 새들의 생존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들의 펜트하우스인 셈이었다. 전망 좋고 신선한 곳을 먼저 차지하는 것은 영민한 새들 몫이다. 새들은 쓰나미 같은 재난을 미리 감지한다.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피난처를 찾아 이동하는 특별한 예지능력을 지녔다. 사파리의 덩치 큰 코끼리와 사자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치타 같은 공격성 동물들보다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다.

가이드는 길가에 드문드문 세워진 황토색 조형물에 대해 설명을 했다. 어떤 것은 소형 피라미드 모형 원두막 모양도 있었다. 건축자재는 몽땅 진흙뿐이었다. 개미들은 많은 양을 운반하고 스스로 설계 시공 감리까지 한다고 했다. 통풍과 동선을 염두에 두었음일까. 벽면에 작은 구멍들이 규칙적으로 뚫려 있었다. 개미는 정말 하찮은 미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개미를 보면서 마치 압축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성경 잠언서에는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 가서 지혜를 배우라”라고 했다. 태어나서부터 땅에서 기는 개미를 누가 천한 미물이라 하겠는가. 개미들은 우릴 깔보지 말라는 듯, 작은 날개를 펼치며 공중을 선회하기도 한다.

여행은 눈과 마음을 들뜨게 하는 예술이다. 나미비아의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광산과 천혜의 모래 해변의 화려한 문양이 잊히지 않는다. 천체를 탐구하려는 지구촌의 천문학자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나미비아다.

해 질 녘 오색찬란한 노을빛은 훔쳐 오고 싶은 자연환경이었다. 여행객들은 목덜미를 주무르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영롱한 별들, 그 별빛의 유혹에 원더풀이라고 외치며 셔터를 눌렀다. 함께 즐기던 지구촌 이웃들, 우리 팀이 ‘아리랑’을 부를 때 모두 함께 따라 불렀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은 어머니 품처럼 따뜻했다. 여행자들은 유럽의 화려함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는 케이프타운 항의 아름다움을 얘기하며 서로 입을 모으며 감동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특별히 나미비아는 자연이 손상되지 않은 관광지였다. 간간이 울어 대는 사자의 울음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 경이로운 세상의 모습은 우주를 다스리는 창조주에게 끊임없이 감사할 일이었다.

나미비아 여행은 느림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속도의 삶은 경쟁과 탐욕을 동력으로 해서 움직인다. 나미비아에서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천천히 숨을 고르며 지난 시간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것은 내면을 고요하게 만들고 내 심층에서 수많은 명상의 나이테가 그려지게 만들었다.

<행복 조각들>

새벽에 뒤뜰에 나가
움이 터지는 망울들을 들여다본다
방긋이 비집고 터지는 미소
잔잔하게 스며드는 봄 냄새

살아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틈새 비집고 나온 저 담초록을 보라
행복은 본래 작고 소소한 것,
언어 이전에 밀려드는 파장

이슬에 씻기운 연둣빛 망울
쪽 빨아 놓은 대추씨마냥 곱다
내 손끝에서 퍼지는 봄의 스펙트럼
태초의 말씀을 만들어가는
행복 조각들

◇김국애 원장은 서울 압구정 헤어포엠 대표로 국제미용기구(BCW) 명예회장이다. 문예지 ‘창조문예’(2009) ‘인간과 문학’(2018)을 통해 수필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계간 현대수필 운영이사, 수필집 ‘길을 묻는 사람’ 저자. 이메일 gukae8589@daum.net
정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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