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팰리스’ 김선영 “다음엔 제대로 된 악역 하고파”

임세정 2023. 6. 1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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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의 선우 엄마, '사랑의 불시착'의 인민반장 나월숙, '동백꽃 필 무렵'의 게장집 사장 박찬숙, '일타 스캔들'의 헬리콥터맘 수아임당. 인기 드라마에서 김선영은 늘 감초 역할을 해 왔다.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농도의 웃음을 선사해 온 그가 영화 '드림팰리스'에선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전했다.

'드림팰리스'는 남편의 목숨값으로 장만한 아파트를 지키려는 두 여자 혜정(김선영)과 수인(이윤지)의 고군분투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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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연극 ‘연극이 끝난 후에’로 데뷔…‘응팔’ 선우엄마로 눈도장
“그림으로 불안·외로움 치유…내 연기 늘 만족하지 못했다”
배우 김선영. 인디스토리 제공

‘응답하라 1988’의 선우 엄마, ‘사랑의 불시착’의 인민반장 나월숙, ‘동백꽃 필 무렵’의 게장집 사장 박찬숙, ‘일타 스캔들’의 헬리콥터맘 수아임당…. 인기 드라마에서 김선영은 늘 감초 역할을 해 왔다.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농도의 웃음을 선사해 온 그가 영화 ‘드림팰리스’에선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전했다.

‘드림팰리스’는 남편의 목숨값으로 장만한 아파트를 지키려는 두 여자 혜정(김선영)과 수인(이윤지)의 고군분투를 그렸다. 산업재해 피해자 문제와 미분양 사태를 엮어 우리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낸 작품이다.

영화 '드림팰리스' 스틸사진. 인디스토리 제공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선영은 “혜정을 보고 ‘무슨 놈의 고난이 끝이 없냐’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힘든 상황에 던져진다”면서 “시나리오 속에 투쟁을 멈춘 사람들에 대한 깊은 조명이 있었고 이해가 됐다. 다만 현실 속에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실제로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혜정은 산업재해로 남편을 잃고 회사에 맞서 싸웠지만 합의금을 받고 투쟁을 멈춘다. 합의금으로 새 아파트 드림팰리스를 분양받아 새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이사 온 첫날 수도꼭지에서 녹물이 콸콸 흐른다. 합의금을 받고 투쟁을 멈춘 엄마를 못마땅해 하는 아들, 미분양이 해결되면 수도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건설사, 분양을 홍보해 집값을 떨어뜨렸다며 비난하는 입주자 대표 등 모든 사람들이 혜정을 공격한다.

영화 '드림팰리스' 스틸사진. 인디스토리 제공

김선영은 이전의 익살맞 캐릭터들을 지우고 ‘막막하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혜정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영화 후반부 샤워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녹물을 맞으며 우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그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고 무작정 버텨야 하는, 아주 붕괴된 마음이었다. 이야기 속 상황이 이해가 되면 연기를 준비하기보다 그 상황에 던져질 준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며 “당연히 영화의 내용을 알고 있지만 일단 촬영이 시작되면 배우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야 한다. 그 순간 배우는 진짜가 돼야 한다”고 했다.

드라마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김선영은 1995년 연극 ‘연극이 끝난 후에’로 데뷔했다. 30년 연기 내공의 소유자다. 그럼에도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김선영은 “상을 받아도 기쁘지 않았다. ‘욕은 안 먹었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정도였다”며 “앤서니 홉킨스, 메릴 스트립 등의 작품을 보며 좋은 연기에 대한 갈망과 환상이 너무 큰 상태에서 내 모습은 항상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요즘 그림 그리는 취미를 통해 김선영은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그는 “나를 지키는 일은 굉장히 힘들다. 감정이 좋을 때도 있고 우울할 때도 있는데 그림을 통해서 자유로워졌다”며 “마음을 색으로 드러낼 수 있어 공허하고 외롭고 불안한 순간들이 그림으로 많이 채워진다”고 이야기했다.

김선영은 그간 코믹한 역할을 많이 맡아 들어오는 배역이 한정적인 것을 아쉬워했다. 김선영은 “예전에는 다양한 배역에 제안이 왔는데 ‘사랑의 불시착’과 ‘동백꽃 필 무렵’에서 너무 웃겨버리는 바람에 폭이 많이 좁아졌다”며 “악역이 너무 하고 싶다.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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