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핏줄 같은 동네, 1년 동안의 책방 이야기를 전합니다
[화성시민신문 강은혜]
"작고 느려서 잘 보이지 않는 것들. 그런 것들이 어딘가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일과 그들의 생을 생각하는 시간이, 그런 것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박선아 · 어떤 이름에게>
작은 것을 소중히 들여다보는 문장이 마음을 적셔올 때면 이런 이야기가 모여있는 공간은 얼마나 따듯하고 아늑할까? 하고 생각했다. 상상이 마음에서 흘러넘칠 땐 가까운 이들에게 나의 뜬구름을 소개했고 친구들은 나의 몽상에 한껏 맞장구를 치며 함께 뜬구름을 쫓았다. 그러다 보면 문득 꿈꾸던 공간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갈피책방은 이렇게 막연한 하루가 쌓여 만들어진 공간이다.
#'갈피책방' 이름 뜻은 무엇인가요?
책방의 이름을 고민하던 어느 날, 노래를 듣다가 한 단어가 아주 낯설게 들렸다.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잔나비 ·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갈피? 이거다! 듣는 순간 마음에 착 하고 붙었다. 갈피를 잡지 못해 희미하고 애매모호한 마음들이 책방에서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문장과 이야기를 이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고. 기억하고 싶고 시선이 머무는 문장에 책갈피를 끼워두듯 이 공간이 그러하길 생각했다. 갈피라는 단어가 가진 다양한 의미가 내가 꿈꿔왔던 책방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오랜 기간 부지런히 꿈꾸고 단련했던 상상에도 불구하고 갈피책방의 정체성을 묻는 물음 앞에 나는 자주 머뭇거렸다. 고전, 여행, 독립출판물, 그림책… 여느 책방들은 개성 있고 선명한 매력을 뽐내는데, 갈피책방은 어딘가 애매하게 다양하고 어설프게 폭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 공간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지 고민하며 책방을 지켜온 지 벌써 1년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작은 이 시간을 생각하면 앞서 소개했던 <박선아 · 어떤 이름에게> 문장들이 마음에서 뿌듯하게 밝혀졌다. 때론 카페 같고, 때론 동네의 커다란 나무 아래 정자 같기도 한 다채로운 정체성을 지닌 책방. 어떤 형태로든 책방을 스치거나 머물러주시며 공간을 누리는 말을 얹어주신 분들 덕분에 책방이 더욱 갈피다워질 수 있었다.
1년 동안 책방에 많은 사람과 이야기가 담겼는데, 곰곰 돌이켜보면 책방의 애매모호한 폭넓음 덕분에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하굣길 우렁차게 문을 열고 들어와 반가운 눈빛으로 인사를 건네고 가는 초등학생 어린이.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책방에서 책을 읽고 독후감을 들려주며 생각을 매끈히 다듬는 나이 지긋한 선생님. 동네 책방에 보탬이 되고픈 마음에 일부러 책방 통해 도서를 주문하시는 손님. 책에는 흥미가 없지만, 공간을 애정하는 마음으로 음료는 꼭 책방에서 드시는 분이다.
이젠 누군가 '갈피책방은 어떤 곳이에요?'하고 물으면 책방을 서술하고 설명하는 말보다, 단골손님들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최근 책방에서 진행된 북토크에서 김소연 작가님께 건넸던 질문이었다. 동네 책방에 대한 애정이 있어 행사에 응해주신 것이라 확신하면서도, 작가님의 목소리로 책방을 응원하는 문장을 건네 듣고 싶었다. 사심이 담긴 의도 있는 질문이다.
작가님은 질문에 이상한 맥락이 담겨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하며, 자신처럼 평생 글을 쓰며 책을 출간하는 사람에게는 유대관계를 일부러라도 만들어봐야 할 장소라고 생각한다 덧붙이셨다. 본인은 동네 작은 책방들이 곳곳의 실핏줄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 주소: 경기도 화성시 동탄영천로 108-10 (1층, 상가 8호), 갈피책방
- 운영시간: 화-토 10:30-20:30,
일월 휴무
- 인스타그램: @galpi.books
-블로그: https://blog.naver.com/galpibooks
- 책방 연락처: 010-9560-7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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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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