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네요, 벌써부터 가을이 기다려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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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기자]
▲ 금천한가족건강걷기 |
ⓒ 이혁진 |
▲ 금천한가족건강걷기 출발전 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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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3대가 함께 걷는 금천구 '해피워킹'
600여 명이 줄지어 걷는 모습은 그 자체가 장관이었다. 코로나로 움츠렸던 그간의 피로감을 완전히 벗어난 듯 보였다. 이날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4개월 아기를 태운 유모차와 할아버지와 손자 3대 가족들도 보였다. 반려견 댕댕이도 한껏 치장하고 가족을 따라나섰다. 금천구 산하 금천삘딩 청년회원들도 걷기 조직을 결성해 참가했다.
▲ 재활용품 교환행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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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천변 자전거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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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간선도로쪽 제방길 산책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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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천 제방길에서 본 안양천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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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천 제방길에 본 안양천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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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들른 안양천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소규모 축구장이 생겼고 장승이 지키는 모내기체험장도 눈길을 끌었다. 천변과 제방에 쉼터와 운동기구가 즐비하고 안심화장실, 음수전 등 편의시설이 곳곳에 배치돼 운동하면서도 힘든지 모르고 마음이 가벼웠다. 지인이 뒤늦게 배운 파크골프 때문에 매일 안양천에 쉬러 간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실감 났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안양천은 한바탕 '금천한내장미원' 축제를 벌였다. 축제를 즐긴 사람들은 세상에 있는 모든 장미를 이곳에서 다 봤다는 후문이다. 이른 봄에는 벚꽃도 만개했다. 금천구는 다가오는 여름에 대비해 벌써 안양천에 어린이 물놀이시설 개장을 준비 중이다.
▲ 안양천 어린이물놀이시설 준비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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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천 모내기체험 시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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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금천구청 탁구팀이 유명하다는 기쁜 소식 접해
금천구청 탁구팀이 그렇게 유명한 것도 걷기 행사에서 처음 들었다. 2017년 창단해 최근 전국대회를 연이어 석권했다는 소식이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금천구에서 탁구경기로 이름을 날렸다니 여기저기 환호가 터졌고 그만한 홍보대사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추교성 탁구팀 감독은 "성원에 감사한다"며 인사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생활쓰레기 수거를 6월부터 주간에 시범실시한다는 새로운 정보도 걷기 행사장에서 접했다. 그간 쓰레기는 환경미화원이 밤에만 수거했는데 주간에 수거한다는 것이다. 수거하는 입장의 애로와 안전을 고려한 조치로 보이는데 구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날 해피워킹행사는 78회를 맞았다. 더울 때와 추울 때 기간을 빼면 거의 6년 이상 매월 열린 셈이다. 연륜이 쌓였는지 행사가 안전사고 하나 없이 자연스레 물 흐르듯 진행됐다. 참가구민들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함께 했다. 해피워킹 봉사단체 50여 명은 커피와 음료를 제공하고 코스 구간을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켰다. 이를 보니 걷기 운동이 생활체육의 일부로 완전히 정착된 느낌이다.
▲ 안양천변 가로수와 벤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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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천 다리교량에 홍수와 범람 높이를 재는 수치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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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이미지를 개선하는 안양천 풍경
한편 금천구에 오래 살면서도 안 좋은 이미지가 사실 더 많았다. 안양천의 홍수와 범람이 그것이다. 해마다 장마 때가 되면 안양천은 물난리를 겪는다. 지난해도 안양천이 범람해 한동안 통제됐다.
안양천은 사계절 풍경이 다르며 사랑받는 운동과 휴식공간으로 변모했다. 산림 위주의 서울둘레길에서 물길 따라 걷는 안양천변길은 평평하고 완만해 산책은 물론 걷기 운동하는 사람 모두에 인기가 있다고 한다. 천변과 제방은 다양한 생태복원 식물과 꽃들로 지천이고 자전거도로는 사방팔방으로 연결되고 있다. 특히 제방에 마련된 테이블과 벤치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두고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 금천한가족건강걷기 경품추첨 행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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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을 좀 더 걸었을까 이마에 땀이 조금 맺히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출발한 원점에 도착했다. 만보기를 보니 만보에 거의 육박했다. 다른 곳과 달리 안양천 해피워킹은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시간이었다. 이날 걷기 행사 일등은 초등학생이 차지했다. 다음 걷기 행사가 궁금했다. 7월과 8월은 혹서기를 맞아 잠시 쉬고 9월 둘째 주 토요일에 걷기 행사를 다시 개최한다.
끝으로 행사 중 옥에 티라면 정치인들 이름이 너무 자주 호명됐다. 사람들 모이는 곳에 이들이 길목을 지키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마이크 잡고 시간 뺏는 정치인을 좋아할 시민들은 거의 없다. 진정한 봉사는 말없이 함께 걷는 것이다. 노파심이지만 관제행사가 아닌 순수한 시민모임이 되도록 서로가 배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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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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