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량 비타민D 복용·주사, 골절·낙상 예방 효과 없다

민태원 2023. 6. 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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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3는 오히려 낙상 위험 높여
뼈 건강 위해 “하루 10분 이상 햇볕 쬐고 등푸른 생선·버섯류 섭취 충분”
서울대병원 제공

병의원에서 널리 처방되는 비타민D 주사나 경구(먹는) 고용량 비타민D 요법이 골절이나 낙상 예방에 효과가 없으며 일부는 낙상 위험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명승권 대학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1992~2021년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15건의 임상시험을 메타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주요 의학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PubMed), 엠베이스(EMBASE), 코크란 라이브러리(Cochrane Library)에서 문헌검색을 통해 최종 선정된 15건의 무작위 배정 비교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메타 분석했다.

그 결과, 간헐적 혹은 일회성 비타민D 근육 주사, 경구 고용량 비타민D 요법은 골절이나 낙상의 예방에 효과가 없었다. 반면 비타민D 종류에 따른 하부집단 메타분석에서 비타민D3는 간헐적 혹은 일회성 요법은 경계적인 통계적 유의성을 보이면서 오히려 낙상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상대 위험도 1.06, 95% 신뢰구간 0.99-1.15).

비타민D는 장으로부터 칼슘과 인의 흡수를 촉진하고 콩팥에서 칼슘의 재흡수를 증가시켜 혈중 칼슘 및 인의 적정 혈중 농도를 유지함으로써 뼈의 무기질화를 통해 뼈의 건강과 면역체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용성 비타민이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골다공증이나 골연화증을 초래해 골절이나 낙상, 자가면역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비타민D 부족이나 결핍이 대유행인 것처럼 알려져 있고 병의원을 방문하면 혈중 비타민D 농도 검사를 권유받게 되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부족하다는 결과를 받고 고용량의 비타민D 요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일반 용량의 비타민D 보충제는 골밀도 개선이나 골절 예방에 효과 없는 것으로 보고되며 고용량 비타민D 요법은 오히려 골절이나 낙상의 위험성이 높다는 임상시험 결과도 있어 이번에 메타분석을 시행하게 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명 대학원장은 “분석 결과, 간헐적 혹은 일회성 근육주사 및 경구 고용량 비타민D 요법을 받은 사람은 위약(가짜약)을 사용하거나 아무 처치도 하지 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골절이나 낙상의 빈도에 차이가 없었다. 반면 비타민D 종류 중 육류나 생선 등 동물에서 얻을 수 있는 비타민D3(버섯과 같은 식물에서는 비타민D2)를 사용한 경우 오히려 낙상 위험성을 6%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P값이 0.05 미만이거나 95% 신뢰구간에 1이 포함되면 통계적 유의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데, P값이 0.051, 95% 신뢰구간의 하한값이 0.99로 경계적인 통계적 유의성을 보여 연구 대상자 수가 보다 더 많아지면 통계적 유의성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발표된 메타분석 중 가장 많은 연구를 종합했으며 여러 가지 요인에 따른 하부집단 분석을 시행했고 비타민D3 요법이 낙상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를 얻은 첫 메타분석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고용량의 비타민D요법이 낙상 위험성을 높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생물학적 기전이 제시됐다. 연구팀은 “고용량의 비타민D 투여는 고칼슘혈증으로 인한 골감소 및 근육 약화, 활성형 비타민D 농도의 감소 및 그에 따른 근육 세포의 칼슘 이용 저하로 인한 근육 기능 저하를 초래해 낙상의 위험성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 대학원장에 따르면 서양인의 경우 약 40%, 남아시아인은 약 70%, 한국인은 약 90% 내외가 비타민D 부족 혹은 결핍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이는 과도하게 높은 비타민D 권장 섭취량에 상응하는 혈중 비타민D 농도 이하인 경우를 결핍의 기준점으로 잘못 삼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즉, 전문학회나 기관, 병의원별로 혈중 비타민D 농도를 20 혹은 30ng/㎖을 정상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상위 2.5%내에 해당하는 과도하게 높은 농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12~20ng/㎖에 해당하며 이 범위 수준에서 골절 등의 질병이 높아진다는 근거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2021년 미국 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는 증상이 없는 성인을 대상으로 비타민D 검사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 이득과 해로움의 균형을 판단할 근거가 불충분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또 비타민D 농도가 낮은 사람들(대개 혈중 비타민D 농도 20ng/㎖ 미만)을 대상으로 시행된 46건의 임상시험을 종합한 메타분석 결과, 비타민D요법이 골절, 낙상, 사망률, 당뇨, 심혈관질환 등 어떤 질병에도 효과가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명 대학원장은 “결론적으로 비타민D 검사나 보충은 필요하지 않으며 뼈 건강을 위해 하루 10분 이상 햇볕에 노출해 비타민D 합성을 늘리고, 규칙적 운동과 함께 비타민D가 들어 있는 등푸른 생선류나 버섯류 등의 섭취를 늘리면 충분하다”며 무분별한 비타민D 검사와 보충에 대해 경고했다.

아울러 특정 영양소에 대해 건강인 중 상위 2.5%가 섭취하는 양을 권장 섭취량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재의 기준은 의학적으로 건강한 상태와 관련없고 오히려 과도하게 높은 양을 권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권장 섭취량의 개념과 정의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SCIE(과학기술논문색인 확장판)급 국제학술지 ‘국제 골다공증(Osteoporosis International)’ 최신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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