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난민이 치앙라이 밀림 속에서 의지한 건 오직 하나님

김용원 2023. 6. 12. 10: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태국 소수민족 선교 현장을 가다…‘골든트라이앵글’에 선포된 복음, 한나의 서원이 깃든 ‘매웡시온교회’
태국 위앙캄파교회 부흥회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은 참석자들. 뒷줄은 선교대원들. 앞줄은 위앙캄파 두란노 신학교 신학생들과 기숙사 어린이들.

지난 4일~9일 태국 단기 선교 일정은 완공 후 봉헌 예배를 드리지 못한 매웡시온교회와 새로움교회에서 봉헌 예배를 드리고, 그 후 지난해 봉헌 예배를 드렸던 프라폰모리아교회와 신학교가 있는 위앙캄파교회를 찾아가 부흥회를 열면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심방, 이용, 침술, 한국 음식을 만들어 섬기는 것이었다.

미얀마 출신 교인들을 위해 밀림 속에 건축된 매웡시온교회의 아름다운 전경.

먼저 밀림 속에서 세워진 매웡시온교회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미얀마에서 넘어온 몇몇 사람들이 미얀마 군부독재를 피해 신앙의 자유를 찾아 연접한 태국 치앙라이 밀림 속으로 숨어들었다. 자기 나라를 떠난 사람들의 삶은 방치된 나그네의 삶이었다. 낯선 땅에서 그들이 의지할 사람도 없었고, 그들을 보호해 줄 법은 태국 법전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은 사방이 막힌 밀림 속에서 뚫어진 하늘을 향해 오직 하나님 한 분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직업도, 재산도 없는 이국 밀림 속에서의 나그네 삶은 고단하고 피곤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들은 그 속에서도 대나무를 깎아 이어 붙이고 슬레트로 지붕을 덮은 후 모여서 예배를 드렸다. 비가 들이치고 물이 불어나 대나무의 건물이 무너지는 등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온 박은호 선교사가 치앙라이에서 교회를 세우려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박 선교사를 찾아가서 건축 자재만 사주면 자기들이 교회를 짓겠다며 간청했다. 박 선교사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교회를 짓겠다는 말이 가상해 어찌하던 도와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미얀마 이주민들이 밀림 속 정글에서 교회 건축을 위해 몸부림을 치던 그때 하나님께서는 미국에 사는 김영호 장로·김숙기 권사 부부를 통해 크신 일을 계획하고 계셨다. 손자가 없어 고심하던 차에 둘째 딸이 아들 시온을 낳게 되자 감사한 마음에 미얀마 이주민을 위한 매웡시온교회를 세운 것이다. 매웡이라는 지역명과 둘째 딸이 낳은 아들 시온의 이름을 합쳐 부른 것이다.

밀림 속에서 대충 건물을 만들어 예배를 드릴 때는 누구 하나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더니 이들이 번듯한 교회를 건축한다고 하자 마을 위쪽 절에서 관청에 민원을 제기해 건축을 방해했다. 태국은 불교 국가고, 미얀마 이주민들은 태국에서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신고를 받은 관청에서는 가설 건물에 빨간딱지를 붙이고 더 이상 건축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 후로 답답한 시간이 6개월, 1년, 2년이 흘렀다.

건축 문제는 아무 진전이 없었다. 박 선교사가 변호사를 대동하고 여러 차례 허가 관청을 방문하면서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애썼다. 얼마 전 이곳에 지자체장을 뽑는 선거가 있었다. 이곳에서 예배드리는 사람 중에도 투표권이 있는 사람들이 다수 있다는 등의 방법으로 설득하자 당국의 반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올해 초부터 조금씩 건축을 재개했고 마침내 4월쯤 정식 허가가 나서 매웡시온교회가 세워졌다.

매웡시온교회의 봉헌식에 참석했을 때 자식이 없어 애를 태우던 한나가 자식을 낳으면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서원했던 이야기와 하나님을 사모하여 하나님의 전을 세우려 애를 썼던 다윗의 열망이 함께 떠올랐다. 손자, 손녀가 태어날 때마다 교회를 지어 바치겠다며 서원했던 이들 부부의 기도와 바람은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살겠다는 점에서 자식을 바치는 한나의 바람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밀림 속에서 교회 건축 자재를 사주기만 하면 어떻게 하든지 자신들의 손으로 예배당을 지어보겠다며 외국에서 온 선교사에게 매달린 미얀마 이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에서 하나님의 전을 짓기를 사모했던 다윗의 열망도 함께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성경에는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8:28)

새로움교회 봉헌예배에서 축사하는 김숙기 권사.

김영호 장로의 어머니는 전농동교회를 세운 목사이고 김숙기 권사 역시 기도의 어머니셨던 훌륭한 권사의 딸이었다. 한마디로 믿음 좋은 부모 아래서 신앙생활을 해왔던 부부였다. 이들 부부는 일찍이 미국으로 건너와 손대는 일마다 잘되는 덕분에 부자들만 산다는 LA 호화 저택단지에서 살게 됐다. 이들 부부에게는 모든 것이 다 순조로웠지만 시집간 두 딸들에게 결혼한 지 5년이 지나도 손주가 없다는 것이 고민거리였다. 둘째 딸은 미혼모가 낳은 흑인 아이를 입양해서 키웠다.

그러던 중에 충남 당진 탑동교회 박용완 목사 부부를 비롯한 40여 명의 한국 목사들이 수련회 차 미국에 왔다가 이 가정에 초대됐다. 융숭한 대접을 받고 난 후 기도 제목을 묻자 시집간 딸들이 손주를 낳지 못해 고민이라는 사정을 전해 들었다. 40여명의 목사들은 이들 부부의 딸들이 임신하게 해 달라고 통성 기도를 한 후 돌아갔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서 기적적으로 큰딸이 임신했다. 이건 필시 하나님이 자신의 사자들을 보내어 기적을 일으키셨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이 가정을 다녀갔던 박용완 목사와 통화하는 중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태국 선교지에 교회를 하나 지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고 쾌히 응했다. 이렇게 큰딸이 손녀를 낳으면서 시작된 교회 건축 릴레이는 손자와 손녀들이 태어날 때마다 교회를 하나씩 지어 바치겠다는 감사의 서원으로 이어졌다.

큰딸이 남매를 나았고, 둘째 딸 역시 남매를 낳아 현재 태국에 4개의 교회가 세워졌다. 플라쿤교회, 프라폰모리아교회, 새로움교회, 그리고 지면을 많이 할애한 매웡시온교회다. 이중 새로움교회는 당진 지방 골든선교회 회원들이 헌금서 마련한 교회 부지 위에 이들 부부가 교회 건물을 건축한 교회다.

이번 선교 기간에 몇 가지 뜻깊은 일이 더 있었다. 수년 동안 교통이 편리한 평지에 선교센터 건립부지를 마련하고자 하는 비전을 갖고 있었는데 때마침 4500평 땅이 나와 계약하기로 하고 그곳을 방문했다. 감사한 것은 이번 단기 선교에 동참했던 감리교 충청연회 여선교회에서 부지구입비 일부를 헌금했다. 박은화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선교에도 열심히 동참하며 헌신적으로 봉사했다. 앞으로 더 많은 기관과 개인들의 돕는 손길이 이어져 땅 값을 다 치르고 그 위에 선교센터를 건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뜨겁게 기도했다. 이곳에 선교본부, 신학교, 기숙사, 교회가 있는 선교센터가 세워지면 미얀마, 태국, 라오스 국경지대인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을 선도하는 선교의 요람이 될 것이다.

또 위앙캄파에 있는 두란노 신학교에서 올해 초 졸업식이 있었다. 4년제 신학교인데 처음 17명의 신학생이 입학했는데 올해 초 ‘애’라는 이름의 여학생 단 한 명만 졸업할 수 있었다. 이처럼 불교가 중심 종교인 태국에서 신학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 ‘애’는 위앙캄파 등에서 3년간 전도사 생활을 거친 뒤 목사 안수를 받게 된다. 한국말도 잘하고, 드럼 등 악기도 잘 다뤄 앞날이 기대되는 여성 인재다.

마지막 날 열렸던 신학교가 있는 위앙캄파교회 부흥회에서 65명의 아이들이 나와서 우리말로 예수 사랑하심을 찬양할 때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언젠가 안병욱 교수가 “행복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다가 고생하는 것”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의료 봉사에 중인 최은혜(오른쪽) 전도사와 장준민(왼쪽) 선교사.

이번 단기 선교를 위해 멀리 미국에서 날아온 김영호 장로·김숙기 권사 부부를 비롯해 탑동교회 원로 박용완 목사·윤애진 사모, 유곡 감리교회 박용선 담임목사, 총인솔 책임자였던 문화시티 감리교회 여인달 목사, 장준민 태국 현지 선교사, 김용원 유곡교회 선교목사 등 20명의 참석자 모두 합심 기도하며 물심양면으로 애쓰며 고생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도리어 복음을 소유한 사람들로서 더 많이 도와주지 못하고 그곳을 떠나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탑동교회 원로이자 골든선교회 회장인 박용완 목사는 단기 선교 마무리 인사말을 하면서 “오늘 이곳에서 느꼈던 복음 전도자로서의 사명과 기쁨을 세상에 나가 살면서 빼앗기지 말라”고 당부했다.

치앙라이(태국)= 김용원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