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이 넘어 알게 된 글쓰기의 즐거움
[정미란 기자]
인생은 60부터란다. 50대에 자유로워졌고 60대에 유튜버가 되어 70대가 되니 매일이 설렌다는 어떤 셀럽의 글을 읽으며 '나는 뭐지!'라는 자신감 상실을 느끼는 나는 60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하지만 거울에 비친 나와 마음속의 내가 갈등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실감하는 내 나이는 까먹기 일쑤, '아! 참'을 무한 반복하는 신체 나이임을 어찌 부인하랴!
20여 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있어 매일 매일이 지루하지 않으니 한편 감사하면서도 '젊게 나이 들자'는 모순을 실행하고 싶은 나는 무한 이상주의자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딱히 특별할 것도, 굳이 별로일 것도 없는 날들을 보내는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일상이 되어버린 교사란 나의 직업은 사실 듣기보다 말하는 것에 열중하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세상 이치 중 열어야 하는 지갑보다 닫아야 하는 말문이 내겐 어려운 도전으로 느껴지는 직업병도 있는 듯하다.
그런 내게 닫아야 하는 말 대신 언제든 열 수 있는, 그것도 활짝 열 수 있는 글쓰기의 세상을 제안하며 새로운 기쁨을 알게 해 준 지인이 있다. 그는 이미 지역에서 글쓰기로 열심히 활동하는 작가다. 또한 오마이 뉴스 시민기자로서 활동한다.
영어교사라는 인연으로 알고 지낸 지 수년이지만 서로를 그리 잘 알지 못했던 내게 글쓰기 수업이라는 멋진 기회를 준 그에게 감사하며 글쓰기 첫 날을 기다렸다.
▲ 글쓰기 첫날 문우들과 함께 한 시간 |
ⓒ 정미란 |
첫날 수업 전, 자유 주제로 각자의 글을 쓰는 과제가 있었다. 우리 모두 떨리는 마음과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의 글을 읽는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자신이 돌봐주는 손주들과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동화 같은 표현으로 감동을 주었던 G. 파란만장한 70여 년의 삶을 구구절절 시로 표현하며 문우들의 눈물샘을 열게 했던 L. 식물 박사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해박한 지식을 글로 표현하며 자신만의 특별한 스타일을 갖고 있는 K. 모임의 막내이며 나와는 교사라는 공통점으로 잔잔한 수채화 같은 글로 감동을 주었던 N. 그리고 살아온 동안의 경험과 생각을 그저 편하고 즐겁게 표현한 나 J.
자신 없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표현했던 나의 글에 재미와 솔직함이 있어 좋다는 지도 선생님의 칭찬은 60에 나이에도 더 없이 행복한 제자가 되게 했다. 각양각색의 다양한 개성을 표현하는 우리들의 선생님은 지역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작가님이다.
매주 다양한 주제의 글을 통해 서로를 보여주며 많이 웃고 가끔은 울기도 하며 무한 공감의 시간을 나누고 있다. 어느새 6주차 동안 서로의 인생이 가득한 글들을 주고 받으며 나는 글쓰기의 향상뿐만이 아니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더 귀한 것들을 얻고 있다.
▲ 나의글을 읽으며 글쓰기를 마치고 확인하는 행복한 시간 |
ⓒ 정미란 |
글쓰기는 내가 이루지 못한 세상의 모든 아쉬움과 후회 그리고 갈등을 내 등 뒤에서 밀어내어 내 눈앞 '지금'이란 순간으로 다가오게 하는 마법 같은 세상이다. 아쉽게 헤어졌던 그때 그 친구와의 이별 기억은 나만의 추억 일기가 되어 가슴 한쪽 시린 마음을 어루만진다. 어린 시절 젊었던 부모님과의 아련한 시간들이 부모가 된 지금의 나에게 감동의 수필이 되어 또 다른 추억을 선물한다.
글 속의 나는 무한 자유의 주인공이며 언제 어디라도 날아가는 피터팬 같은 영원한 아이가 될 수 있다. 소설 속 주인공으로 새로운 사랑에 가슴 절절히 슬퍼하며 시인이 되기도 한다. 불멸의 세계가 있다면 글 속의 내가 바로 영원한 존재가 되어 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과 공감의 세계에서 시공을 초월하는 것이 아닐까!
살아있는 한 움직이는 우리 누구나 다 인생의 주인공일 것이다. 내 삶의 주인으로 꿈꾸는 모든 생각과 의미를 글을 통해 누군가와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나를 찾게 되는 진정한 자유일 것이라 믿는다.
글을 통해 자유로워지고 그 안에서 나만의 무한 에너지를 느끼며 삶의 의미를 깨닫는 이 즐거운 취미로 행복하다. 우리들의 현재 모습들을 만든 과거의 자신들과 마주하고 서로를 보여주며 보듬어주는 인연의 시간들을 바로 글쓰기의 세상 속에서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시인이 말하지 않았는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는 어리석은 사람과 인연을 만나도 놓칠 수 있는 보통의 사람이 있다'라고. 옷깃을 스쳐 이제는 또 다른 시작의 나이에 만나게 된 글쓰기의 인연들을 살려내며 현명한 인간이 될 수 있음을 육십이 되어서라도 알게 되니 이 얼마나 감사한가 싶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