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 사장단' 후 20년…이재용, 연공서열 타파·女임원 확대

문채석 2023. 6. 1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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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서열 타파 '30대 임원' 성과주의 강화
10년 새 여성 간부 비중 1.3배, 임원 4.9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건희 선대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 이후 10년간 기술 전문가를 중용하고 여성 임원 비중을 확대한다는 이건희 선대회장 방침을 잘 계승했다는 말이 나온다.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삼성을 바꾸겠다며 직원 동기부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사제도를 개편한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이재용 회장은 2015년 12월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서 '기술통(通)'을 전진배치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 정칠희 삼성종합기술원(현 SAIT) 부사장을 승진시켰다. 에버랜드 상장,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이끌었던 윤주화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삼성사회공헌위원장으로 보냈다. 당시 "재무통은 물러나고 기술통이 약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회장 취임 후 처음인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도 기술 전문가를 중용했다. 작년 6월 인사 시즌도 아닌데 이례적으로 메모리사업부 소속 송재혁 부사장을 반도체연구소장으로 옮겼다가 올해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2004년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모습.[이미지 출처=아시아경제 DB]

기술 중심 인사는 이건희 선대회장 2000년 인사와 비슷하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2000년 사장단 인사에서 진대제 비메모리 반도체 총괄 대표를 정보가전 총괄 사장으로, 황창규 반도체 연구소장을 메모리 총괄로, 이상완 액정표시장치(LCD) 부문 총괄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임형규 메모리 개발사업 총괄을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으로 배치했다.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당시를 '삼성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재출범기'라고 평가했다. 시스템반도체는 이재용 회장이 2030년까지 세계 1위로 올려놓겠다고 한 핵심 사업이다.

이재용 회장이 기술 전문가를 중용하는 것은 이건희 선대회장과 비슷하지만 세부 방침은 다르다는 평가다. 미래전략실(컨트롤타워) 중심 '중앙집권정책'을 탈피하고 조직 문화를 수평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재용 회장은 2016년, 2021년 인사제도 개편을 단행했다. 핵심은 연공서열을 타파하고 우수한 직원이라면 30대라도 임원으로 올릴 수 있도록 성과주의를 가다듬은 것이다. 2016년엔 직급 7단계(사원1·2·3-대리-과장-차장-부장)에서 4단계(CL1~CL4)로 단순화했다. 2021년엔 전무를 폐지하고 부사장으로 통합했다. 업무 성과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꿨다. 한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 부서 이동할 기회를 주는 '사내 FA 제도'를 신설했다. 연봉 인상 체계는 바꾸지 않았다.

김경준 딜로이드컨설팅 전 부회장은 "직급 체계를 간소화한 것은 위계(hierarchy)를 줄이고 역할 중심으로 평가한다는 말이어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기업분석기관 CXO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은 "보고체계를 간소화하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직원 동기부여를 강화하고 사업 속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이재용 회장 경영 참여 이후 여성 임원 비중이 커진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창사 54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여성 사장을 배출했다. 이영희 DX(소비자가전·모바일) 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삼성전자 여성 사원 비중은 2010년 45.1%, 2014년 48.3%, 2021년 45.3%로 비슷했지만 여성 간부는 7.1%→12.4%→16.1%, 임원은 1.1%→4.2%→6.5%로 늘었다.

이영희 삼성전자 DX(소비자가전·모바일)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사진제공=삼성전자]

여성 간부, 임원 비중이 커진 것은 1995년 이건희 선대회장이 도입한 '열린채용'을 이재용 회장이 잘 계승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열린채용은 입사 자격요건에서 성별과 학력, 국적, 나이, 연고를 빼는 것이다. 김경준 전 부회장은 "여성 간부와 임원 비중이 커진 것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잡은 방향대로 이재용 회장이 (정책을) 잘 이어간 결과"라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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