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6월은 건너뛴다?" 美Fed, '매파적 동결' 유력…변수는 지표

뉴욕=조슬기나 2023. 6. 12.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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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부터 10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파른 긴축을 이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드디어 첫 숨고르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다.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결정을 건너뛰고, 이르면 7월 인상을 예고하는 이른바 '매파적 동결(hawkish skip)'이 유력한 시나리오다. 특히 Fed의 결정은 직후 통화정책회의를 앞둔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물론, 최근 강세장에 진입한 뉴욕증시 흐름에도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투자은행 보고서와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월가에서는 오는 13~14일 이틀간 개최되는 FOMC에서 Fed가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5.0~5.25% 범위로 유지하는 시나리오를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 필립 제퍼슨 부의장 지명자 등의 발언을 토대로 이달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이후 7월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BNP파리바 역시 Fed의 최종금리로 5.5%를 제시하며 6월 매파적 동결-7월 인상 전망을 내놨다. 캐피털이코노믹스, 블룸버그이코노믹스 등도 동일한 시나리오에 무게를 뒀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안나웡 이코노미스트는 "Fed 내 의견 분열이 커지고 있다"며 "FOMC 만장일치 결정을 위해 6월에 매파적 동결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간 Fed 내에서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인플레이션, 노동시장 과열을 우려해 추가 인상을 이어가야 한다는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인상 행보를 멈추고 누적된 정책 여파를 확인할 시기가 됐다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의견이 분분했다. 이에 따라 양쪽 의견을 모두 취합해 우선 이달 통화정책 결정을 건너뛰고 파월 의장의 매파적 기자회견 등을 통해 다음 달 인상 여지를 열어두는 방식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공개된 5월 FOMC 의사록에도 다수의 참석자가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향후 회의에 '선택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담겼었다.

이 경우 Fed로선 금리 인상 사이클의 중단(pause)이 아닌, '건너뛰기(skip)'가 된다. 영국 싱크탱크인 OMFIF의 마크 소벨 미국 의장은 "Fed는 필요한 경우 7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며 "'건너뛰기'는 '중단'이 아니다"라고 구분했다. 로저 퍼거슨 전 Fed 부의장은 CNBC에 "시장은 이번에 금리가 동결되더라도 Fed의 추가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의 눈은 FOMC 직후 공개되는 점도표, 경제전망 수정치에도 쏠리고 있다. 특히 점도표 내 연말 금리 전망치가 기존 대비 얼마나 높아질지가 관건이다. 상향 수준만큼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앞서 Fed는 3월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앙값으로 5.1%를 제시했고, 미국의 금리는 이미 그 수준에 도달한 상황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변수는 FOMC 회의 결과 전날인 13일에 나오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현재로선 매파적 동결 전망이 유력하지만, 직전 인플레이션 지표가 강하게 나올 경우 추가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호주와 캐나다 중앙은행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깜짝 금리인상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에 따르면 5월 CPI는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4.0% 올라 4월보다 상승폭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 전문가인 프레드릭 미시킨 컬럼비아대 교수는 CNBC에 "Fed가 (동결을) 원하는 이유를 이해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하기까지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지금 Fed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시킨 교수는 올초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도 금리를 6%대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도이체방크 브레트 라이언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강력한 노동시장, 인플레이션 지표의 진전 징후가 없는 상황에서 Fed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추가 긴축을 지지했다. 최근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등이 경제학자 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7%는 미국의 최종금리를 5.5~6.0%로 내다봤다. 최소 두 차례는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Fed의 통화정책 결정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뉴욕증시에도 여파를 미칠 전망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지난주 강세장에 진입, 4300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 연말 S&P500지수 전망치를 기존 4000에서 4500으로 상향했다. 추가 5%이상 상승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수와 달리 대다수 종목이 여전히 하락세라는 점에서 아직 약세장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Fed가 매파적 동결이 아닌, 깜짝 인상 카드를 택할 경우 증시 랠리 또한 무너질 수 있다. 앞서 2000년, 2008년 약세장에서도 전저점 대비 20%이상 올랐다가 다시 급락한 사례가 있다.

이번 주에는 미국 외에도 유럽중앙은행(ECB), 대만, 홍콩, 일본 등도 통화정책결정회의를 개최한다. ECB는 오는 15일 회의에서 연 3.75%인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오는 16일 금리 결정을 앞둔 일본은행(BOJ)은 현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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