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애플은 MR시장을 구원할까

김준엽,산업1부 2023. 6. 12.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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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1993년 뉴턴(Newton)이란 이름의 제품을 내놨다.

뉴턴에 들어간 여러 기술은 훗날 애플 제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애플 입장에서는 잡스 없는 애플이 처음으로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성공시킬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다.

애플투(II), 아이팟, 아이폰, 맥 등 애플을 오늘날 세계 최고 기업으로 만든 제품은 모두 잡스가 최고경영자로 있을 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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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엽 산업1부 차장


애플은 1993년 뉴턴(Newton)이란 이름의 제품을 내놨다. ‘메시지패드’라는 부연 설명을 붙였는데, 시장에선 PDA 효시가 되는 제품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판매량이 극도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출시 초기 가격이 900달러로 당시 가격으론 지나치게 비쌌다. 스티브 잡스는 1997년 애플에 복귀하면서 뉴턴을 단종시켰다. 뉴턴은 애플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흑역사 중 하나다. 그렇다고 제품 자체가 엉망은 아니었다. 뉴턴은 오히려 시대를 앞서간 면이 있다. 뉴턴은 자체 개발한 칩셋을 썼는데, 이는 ARM의 시초가 됐다. 스타일러스도 채택했는데 애플펜슬의 토대가 됐다. 뉴턴에 들어간 여러 기술은 훗날 애플 제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애플이 WWDC 2023을 통해 발표한 ‘애플 비전 프로’는 애플에도, 혼합현실(MR) 생태계 발전을 염원하는 IT 업계 전반에도 매우 중요하다. 애플 입장에서는 잡스 없는 애플이 처음으로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성공시킬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다. 애플의 성공은 잡스의 성공과 일치한다. 애플투(II), 아이팟, 아이폰, 맥 등 애플을 오늘날 세계 최고 기업으로 만든 제품은 모두 잡스가 최고경영자로 있을 때 나왔다. 잡스가 죽고 팀 쿡이 애플을 맡으면서 나온 제품들은 잡스가 만든 생태계에서 외연을 확장한 것들이었다. 업계에서는 쿡이 비전 프로를 통해 새로운 이정표를 남길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성공한다면 그가 그저 잡스가 남긴 유산을 유지한 후임자가 아닌, 스스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낸 인물로 평가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긍정과 부정이 교차한다. 긍정은 비전 프로가 다른 MR 헤드셋보다 나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애플은 다르다”는 예상을 충족한다는 것이다. 애플이 온갖 신기술을 비전 프로에 집결시킨 것도 기대를 키운다. 하지만 뉴턴 사례를 보듯 기술력이 앞서도 시장 선택을 받는 건 아니다.

가격이 비싸다는 건 생각보다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비전 프로는 대당 가격이 3499달러(약 452만원)다.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 아닌, 기존에 해봤지만 좀 더 나은 경험을 위해 그 정도 가격을 주고 구매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사용자들이 망설인다는 건 관련된 생태계를 꾸려야 할 개발자들이 투자를 주저하게 된다는 의미다. MR 생태계는 지금까지 누구도 투자해 성공한 적이 없는 시장이다. 애플 이름만 믿고 뛰어들 곳은 없다.

MR 시장은 어쩌면 ‘가능성에 중독된’ 상태다. 벌써 수년째 이 분야가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가능성 하나만 보고 여러 업체가 달려오고 있다. 메타는 회사 이름마저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고 미래를 걸었다. 하지만 시장은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용어 정의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완전히 가상공간에서 구현되는 건 가상현실(VR), 가상공간에 현실공간 정보를 결합한 걸 증강현실(AR)로 분류한다. 여기에 MR과 확장현실(XR)을 사용하는 업체들도 있다. 제대로 시장이 형성되지 않다 보니 용어 정의도 명확하지 않다. 실제로 메타는 MR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삼성전자·퀄컴·구글은 올해 2월 언팩에서 XR 협력에 나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메타버스가 이 모든 용어를 통합하는 단어가 되는 듯했으나 올해 인공지능(AI)이 급부상하면서 메타버스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애플이 비전 프로를 내놓으면서 MR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애플은 MR 대신 ‘공간 컴퓨팅’을 방향성으로 제시했다. 결국 살아남는 용어는 누가 시장을 선점하고 주도권을 쥐게 되는지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준엽 산업1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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