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심포니의 선택…첫 아시아 여성 첼리스트

류태형 2023. 6. 1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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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미국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첼리스트 이정현. 보스턴 심포니가 50년 만에 뽑은 여성 첼로 단원이자, 최초의 아시아 여성 첼로 단원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보스턴 심포니 홀을 처음 본 순간 ‘아 여기서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뭔가 따뜻한 분위기에 에너지가 느껴져서 오디션 보는 사람을 응원해주는 것 같았어요.”

지난 8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첼리스트 이정현(32)은 올 2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오디션의 기억을 이렇게 풀어놨다. 이정현은 이 오디션을 통과해 미국 5대 관현악단 중 하나로 꼽히는 보스턴 심포니의 첫 아시아 여성 첼로 단원이 됐다. 지난해 여름 은퇴한 마사 밥코크(75) 이후 보스턴 심포니가 50년 만에 뽑은 여성 첼로 단원이기도 하다.

열 살 때 미국 필라델피아 커티스 음악원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한 이정현은 이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뮤직 샤펠에서 게리 호프만에게 배웠고 줄리아드 음대 석사과정을 마쳤다. 지난해부터 파리의 현악 4중주단 모나 콰르텟의 첼로 멤버로 활동 중인 이정현은 보스턴 심포니 입단으로 솔로이스트와 실내악에 이어 오케스트라까지 넘나드는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게 됐다.

보스턴 심포니 오디션에 참가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지난해 말 연주 일정 때문에 경남 통영에 머무르고 있을 때라고 했다. “반복되는 생활에서 벗어나 내 음악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이정현은 오디션을 준비하며 “뜻밖에도 오디션 엑섭(excerpt, 발췌 악보)의 원곡인 교향곡과 관현악곡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슈만 협주곡과 드뷔시 ‘바다’, 브람스 교향곡 2·3번,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브루크너 교향곡 7번 등 엑섭 원곡의 역사와 맥락 공부가 흥미로웠고 긴 협주곡이 아닌 엑섭이라 음악을 즐기게 됐다. 음반도 찾아 듣고 지휘자 영상도 찾아보면서 보스턴 심포니에 푹 빠졌다.

“대개 연주가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게만 하려 하면 절대 좋은 연주가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단원들 중엔 그 곡을 100번 넘게 연주하신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분들도 좋은 동료를 찾고 싶어할 겁니다. 단지 틀리지 않기 위한 연주가 아니라 와 닿는 연주가 되어야 하고, 전체의 흐름이나 유기적인 움직임을 파악해 음악 안에 들어가 연주하는 게 중요한 거죠.”

이정현은 오는 8월 탱글우드 음악제에서 음악감독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보스턴 심포니의 단원으로 연주를 시작한다. 8~9월에는 런던·루체른·함부르크·쾰른·베를린·파리를 도는 보스턴 심포니의 유럽 투어에 참여한다. 6개월~1년 걸리는 트라이얼(수습) 기간을 통과하면 종신 단원 자격이 주어진다. 보스턴 심포니 합류 전에는 이달 17일과 29, 30일 서울시향 연주회에 첼로 객원 수석으로 참여하고, 7월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참가해 국내 무대에 설 예정이다.

요즘 ‘첼로 백과사전’을 편찬 중이라는 이정현은 오케스트라 단원 지망생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맥락을 두루 볼 수 있도록 협주곡·실내악 등 다양하게 경험하는 게 좋습니다. 호기심과 궁금증도 필수죠. 어쨌든 결국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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