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의 종이비행기, 우습게 보면 안 되는 이유
아무도 부러워 하지 않지만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는 '어른의 종이접기'. <기자말>
[최새롬 기자]
자매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 공원 한쪽 야트막한 경사로에서 시합하고 있었다. 달리기를 하려나, 지켜보는데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언니, 저기까지 비행기가 먼저 가는지 내가 먼저 가는지 시합하자."
아이들은 비행기와 시합을 하는 거였다. 시작,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아이는 킥보드에 발을 굴렀고, 한 아이는 비행기를 던졌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단순한 구조의 비행기. 결과는 비행기의 완승이다. 비행기는 유유하게 경사로를 진작에 통과해 바닥에 착지했다. 비행기와 시합을 하는 이들은 세상에 아이들 뿐일 것이다.
▲ <유퀴즈>181화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편 캡처. |
ⓒ tvN |
그런데 몇몇 어른들은 종이비행기를 접고 날리는 대결을 한다. <유퀴즈>에 소개된 레드불 세계 종이비행기 대회이다. 세계 60여 개국에서 6만 1천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종이비행기를 멀리, 오래, 멋지게(곡예) 날리는 경기를 한다니. 한낮의 공원에서 아이들이 비행기와 킥보드 시합을 하는 것만큼 생소했다.
대회에 사용되는 종이비행기의 규격은 A4 용지이다. 더해서도 안되고 덜어서도 안된다. 5g의 종이로 만든 비행기에 힘을 실으면 얼마나 실린다고, 어른들이 온몸의 힘을 다해 날리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워보이기도 했는데,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종이비행사가 비행기에 추력을 실었기 때문이다. 종이비행기가 나는 데는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4가지 힘이 작용한다.
▲ 수평으로 나는 비행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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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생각하면 중력이나 항력은 비행에 방해가 되는 힘 같다. 아래로 끌어당기는 힘이나 전진하는 방향과 반대로 생기는 힘이 비행에 도움이 될 리가. 그러나 중력이 없다면 비행기는 지상에 도착할 수 없다. 항력이 발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행기가 애초에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중력이 없어 영원히 나는 비행기라니 아찔한 일이고, 항력을 마주하지 않는 상황은 비행이 존재하지 않을 때이다.
지구에 이미 존재하는 힘인 중력과 물체가 움직일 때 이 움직임에 저항해서 생기는 항력은 다시 말하면 '지구에서 움직이는 한' 늘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신 그 반대로 작용하는 힘, 양력과 추력을 더하면 하늘을 날 수도 있다.
▲ 전 오래날리기 기네스기록 보유자인 Ken Blackburn의 비행기 날리는 모습 위플레이 유튜브 캡쳐 |
ⓒ 위플레이 |
항공종사자 출신의 켄 블랙번이 개발해서 그의 이름을 따서 부른다고. 넙적하고 단순해 보이는 외관이지만, 넓은 면적을 극대화시키는 글라이더형의 장점을 살렸다. 종이비행기는 접는 것도 중요하지만 날리는 기술도 중요하다고 한다.
▲ Ken Blackburn의 오래 날아가는 비행기접기. 위플레이 유튜브 캡쳐 |
ⓒ 위플레이 |
접는 방법도 쉽다. 1. A4용지를 세로로 반으로 접은 다음, 상단의 모서리를 중앙에 맞춰 사다리꼴로 접는다. 2. 하단 모서리는 자연히 가로의 길이를 유지한 채 날렵하게 접힌다. 3. 다시 용지를 가로로 반 접고, 4. 상단 사다리꼴의 좁은 부분부터 가로의 중앙까지 8번 말아 접는다. 5. 세로의 중앙을 기준으로 1센치 정도 골을 만들어 양 날개를 접어주고, 가장자리의 날개 부분을 수평에 맞춰 꺾어주면 완성이다.
▲ 엄청나게 잘 날아가는 종이비행기 켄 블랙번의 종이비행기를 접어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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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종이비행기를 접을 때는 구획을 나누기 위한 세로 반 접기에서 이미 종이의 산을(산처럼 뾰족하게 나온 부분) 위로 둘 것인지 아래로 둘 것인지 고민한다. 이게 비행에 영향을 준다니! 기능적으로 더욱 세심한 종이비행기 접기의 세계였다.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리는 경험은 표정을 만든다. 그건 수십 초 간 중력과 항력을 거슬러 본 사람들이 갖게 되는 것. 켄 블랙번 비행기를 접어서 날려보자. 아무 일도 아니지만 당신에게 이제껏 없었던 표정 하나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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