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성평등 공존 가능, 최초 페미니스트가 예수님인 걸요"

장은빈 2023. 6. 1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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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주희 성공회 사제 "교회가 '듣는 공동체'로 나아가길 바라요"

[장은빈, 장세라 기자]

"기독교와 성평등이 왜 같이 갈 수 없는지 의문이 들어요. 예수님은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주신 분이에요. 예수님은 남성 제자만 올 수 있었을 자리에 여성인 마리아가 앉아서 말씀 듣는 걸 인정하신 분이에요. 최초의 페미니스트라고도 할 수 있죠."

'보수'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종교는 아마도 기독교일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에 몸담은 현직 여성 목회자, 한주희(41) 사제는 '기독교와 성평등이 함께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명쾌히 "그렇다"라는 답을 내놓는 사람이다. 
 
 한주희 성공회 동대문교회 사제
ⓒ 장은빈
 
한주희 사제는 기독교 교파 중 하나인 성공회의 한국 서울 교구 소속 여성 사제다. 20여 명뿐인 성공회 여성 사제 중 한 명인 한 사제는 현재 대한성공회 동대문교회(여성선교센터 겸직)에서 상주하며 사목하고 있다. 그와 '기독교와 여성'을 주제로 지난 5월 19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이런 불의한 세상에 신이 있는지 의문"이 들어 신학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제까지 됐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희 불의하다. 
  
"스스로 '여성이지만 잘할 수 있다'라고 나를 계속 증명해야 했어요. 남성들에게는 그런 걸 요구하지 않아요. 여성처럼 '나 이런 거 진짜 잘해'하고 증명할 필요가 없죠."

한 사제는 '여성이 무슨 사제를 하냐'는 말도 들었고, 남성 노인들에게 숱하게 무시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교회 내에서 일하는 것 대신 나눔의 집과 같은 기관에서 봉사를 더 많이 해야 했고, 남성 목회자에게는 당연한 '신부', '사제' 호칭을 주저하며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한 사제는 교회 내 성차별, 여성이 성직자가 되는 문제에 대한 인식은 "남성도 성직을 받으니 여성도 받아야지, 차별 같은 걸 하면 안 되지, 그렇지만 우리 교회에서는 안 된다"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종교 내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님비 현상(공공의 이익은 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반대하는 행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 내 만연한 성차별 "적어도 내 후배들은 이런 일 겪지 않길 바라요"
 
 성공회 동대문교회 전경
ⓒ 장은빈
 
윤소정 이화여대 교수의 2013년 논문('오늘날 한국교회 여성 목사 안수와 교회현장에서의 문제들')에 따르면, 한국 기독교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의 경우 여성 목사는 단 5%밖에 되지 않는다. 기독교대한감리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도 각각 5.4%, 14.79%로 미비한 실정이다.

기독교는 왜 여성 목회자를 거부하는 것일까. 혹자는 그 근거가 성경에 있다고 한다. 고린도전서 14장 34-35절에서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이유로 여성은 목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사제는 "현대 사회에 성서가 쓰였으면 '태초에 빅뱅이 있었느니라'로 시작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성서가 처음부터 66권이 뭉쳐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니잖아요. 권마다 독자층이 달라요. 이성적 사고를 통해 (성서에 담긴) 역사적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를 이해하고, 그것이 지금 우리 시대에서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를 충분히 숙고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성서 무고설에 사로잡히니 '여성은 안 돼'라는 이야기부터 나오게 되는 거예요."

즉, 핵심은 '여성 목사'가 아니라 '성경의 일차원적 해석'이라는 것이다. 이는 비단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교회의 여성 목사 안수 반대 문제는 성소수자, 난민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와도 맞닿아 있다. 사랑을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할 종교가 배제에 앞장서고 있다. 한 사제는 "내집단을 공고히 하기 위해 외집단을 배척해 버린 형태"라고 덧붙였다.

해결책은 있을까. 한 사제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과 결정권자가 다르다"는 근본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우선) 결정권이 많은 상위 기구에 의식 있는 여성이 많이 가야 하는 게 맞다"라며 "여성의 문제가 부차적인 것으로 다뤄지지 않도록 계속 투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여성 목회자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다. 한 사제의 선배 목회자들이 싸워서 여성도 목회자가 될 기회를 얻어냈고, 그들 덕분에 이 자리에 위치하게 된 한 사제 역시 본인의 후배들을 위해 계속 싸우고 있다. 한 사제는 "적어도 내 후배들은 더 이상 이런 차별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것이 인터뷰 수락 이유라고 밝혔다. 한 사제는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끊임없이 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요. (결정권자들이) 엄청난 압박을 계속 느끼게 되니까요. 실제로 몇십 년 전에는 전부 남성으로만 구성됐던 대의원과 평신도원이 현재는 여성 할당제를 채택하고 있어요. (문제를 말하는 목소리에) 눈치보는 거죠. 어렵긴 하지만 조금씩은 변화하고 있다고 믿어요."

기독교 내에서는 '여성적인 방식'의 목회로 한국 교회의 문화를 바꾸자는 대안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한 사제는 "(돌봄 등의 여성적 방식의 접근이 여성만의) 강점이 맞다"면서 "요즘 사람들은 평등하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공동체를 원하기에 (돌봄은 여성 목회자의) 가장 큰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돌봄을 잘하는 여성, 돌봄을 못 하는 여성, 또는 돌봄을 잘하는 남성과 그렇지 못한 남성 등 세상은 넓고 개인의 특성 또한 그만큼 다채롭기에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이 강한 분야의 능력을 열심히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사제는 "다양한 리더십이 교회를 더 풍성하게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기독교가 성평등을 이루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냐고 묻자 한주희 사제는 "어쨌든 좀 들어라!"라며 웃으며 말했다. 

"내 말을 그만하고 사람의 이야기, 여성의 이야기, 소수자의 이야기도 들어야죠. 저는 교회가 소수고 약자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들었으면 좋겠어요. '종이든 자유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그리스도인이든 유대인이든 아무런 차별이 없습니다.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한 몸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이런 말씀이 있어요. 그 말씀처럼 교회는 평등을 지향하는 곳이 맞아요. 성적 지향이나 민족, 나를 지칭하는 수식어로 차별받는 곳이 아니에요. 그래서 교회가 '듣는 공동체'를 이루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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