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두뇌’ 만든다…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6. 1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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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방산 알짜 기업 ‘한화시스템’

한국 방산 산업이 성장하면서 알짜배기로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 ‘한화시스템’이다. 군사용 전자 장비와 센서를 만드는 방산 사업과 기업용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SI)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한화시스템이 만드는 군사 전자 장비는 우리나라 전투 체계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국내에서 만드는 무기 대부분이 한화시스템 장비와 기술을 활용한다. 전차, 함정, 전투기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 방산 수출 규모가 커질수록 한화시스템 실적도 덩달아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방산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사실상 K방산의 최고 수혜주가 한화시스템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한화시스템 어떤 기업이길래

방산과 IT 합쳐진 ‘독특한 구조’

한화시스템은 방산과 IT라는 다소 이질적인 사업 분야를 동시에 수행하는 독특한 회사다. 국내에서 방산 산업과 민간용 소프트웨어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곳은 한화시스템이 유일하다. 이는 회사 역사와 관련이 깊다. 한화시스템 방산 부문 전신은 삼성탈레스다. 본래 삼성그룹 소속 방산 회사였다. 이후 한화가 삼성그룹 방산 사업체들을 인수하면서 한화그룹으로 편입됐다. 2016년 이름을 한화시스템으로 바꿨다. ICT 부문 전신은 ㈜한화 정보통신 부문에서 시작한 한화S&C다. 타 그룹 정보통신 업체처럼 본래는 기업 내부 전산망을 관리하는 회사에서 시작했다. 2018년 한화시스템과 한화S&C가 합병하며 현재의 한화시스템이 탄생했다.

방산 부문은 올해 1분기 기준 회사 전체 매출의 66.5%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부다. 지휘통제통신, 항공전자, 해양 시스템, 위성 사업 등이 주력이다. 주요 고객은 방위사업청과 완제품을 만드는 방산 업체 등이다. 지휘통제통신은 군대 지휘와 전장 통제에 필요한 전산망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사업이다. 항공전자는 항공기 등에 탑재되는 각종 센서와 레이더 등 제품을 생산한다. 해양 시스템은 해군 수상함·잠수함 등의 전투 체계를 만들어 공급한다. 위성사업부는 한반도 지역과 주변국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중·대형 위성 탑재용 전자광학탑재체와 고성능 영상레이다(SAR) 탑재체를 만들고 있다.

ICT 부문은 기업 내부 정보화 시스템을 만드는 SI 사업과 고객사의 전산 시스템을 운영·관리하는 IT 아웃소싱 등을 진행한다. 회사 전체 매출의 33.4%를 책임지는 부서다.

한화시스템이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AESA 레이더는 KF-21에 탑재된다.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 왜 주목받나

국내 무기 핵심 부품 공급

최근 한화시스템이 급부상한 배경에는 방산 부문 질주가 자리 잡는다. 러·우 전쟁 이후 한국산 무기를 찾는 손길이 늘었다. 국내 방산 업체 무기 수주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국내 무기 판매가 늘수록 내부 핵심 부품을 만드는 한화시스템 실적도 덩달아 증가한다. 한화시스템 방산 장비는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공급된다. 전투기와 헬리콥터, 전차, 함정까지 대부분 장비가 한화시스템이 만든 체계를 활용한다.

실제로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으며 2024년 양산에 돌입하는 한국형 전투기 KF-21에는 한화시스템과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가 탑재된다. AESA 레이더는 전자파를 주사해 여러 표적물을 동시에 탐지하고 추적·관찰하는 부품이다. 전투기 생존과 직결된 핵심 설비다. 올해 들어 폴란드로 대규모 수출되고 있는 K2 전차에도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장비가 들어간다. ‘근거리 미사일·로켓 방어 체계’용 레이다와 열상추적장치는 전차를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과 포탄 공격을 감지하고 미리 대응하는 장비다. 전차 생존율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나승두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시스템은 한국산 전투 체계들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기술을 담당하는 회사다. 한국산 무기의 수출이 증가할수록 한화시스템에 대한 가치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화그룹이 조선 사업에 뛰어든 점 역시 한화시스템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그룹은 조선 3강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조선업에 진출했다. 한화오션으로 이름을 바꾼 대우조선해양은 HD현대와 함께 군함 건조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기업이다. 특히 잠수 건조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한화시스템은 군함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전투 체계를 생산한다. 한화오션과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한화오션은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의 잠재 공급사로 거론된다. CPSP는 60조원 규모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만약 계약이 이뤄진다면 한국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 수주 사업이 된다. 잠수함 전투 체계 개발사인 한화시스템도 수혜를 받을 확률이 높다.

한화시스템은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각광받는 UAM 분야에 도전한다. (한화시스템 제공)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아직 있어

UAM·위성통신으로 활로 모색

사업이 순항하는 한화시스템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방산 사업 매출 대부분이 정부기관 발주에서 나온다. 무기 양산(대량 생산) 사업은 방위사업청이, 연구개발 사업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주 고객이다.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규제와 간섭을 많이 받는다. 실제로 잡플래닛·블라인드 등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직원들 후기에는 ‘국방과학연구소의 하청 업체 느낌이 강하다’ ‘방위사업청의 간섭이 심한 것 같다’ 등의 평가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대 들어서는 신사업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방산과 ICT를 넘어설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전력을 쏟아붓는 모양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 시도하는 새로운 도심항공 모빌리티(UAM)와 위성통신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두 사업을 비롯한 신사업이 현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2% 수준이다. 미미한 비중이지만,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신사업은 UAM이다. 2020년 미국 오버에어와 에어택시 ‘버터플라이’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국내에서는 국토부 주관 ‘UAM 팀 코리아’ 업계 대표로 선정됐다. 2023년 시험용 시제기 제작과 비행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5년에는 서울~김포 노선 시험 운행이 예정돼 있다. 2026년부터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UAM 사업과 연계한 위성통신 사업 투자에도 적극 나선다. UAM은 뻥 뚫린 하늘을 나는 일반 비행기와 다르다. 고층 빌딩과 각종 장애물이 즐비한 도심 속을 날아다녀야 한다. 때문에 UAM의 운항 서비스 관제를 위해서는 도심 환경에 알맞은 통신·항법·보안 시스템이 필수다. 기존 항공 통제망으로는 UAM을 관리할 수 없다. 문제는 도심에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 이미 다른 통신 장비가 도심을 가득 채웠다. 때문에 UAM 관제는 공간 제약이 없는 위성통신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위성에서 보내는 신호를 수신하기 위해선 기체에 위성 안테나를 달아야 한다. 위성통신 사업 분야 강화를 위해 위성통신 안테나 제조 업체인 한화페이저를 인수하고 미국 통신 안테나 기업인 카이메타에 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2호 (2023.06.07~2023.06.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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