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공들이는 새로운 블루오션 사업, 전기차 충전 시장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6. 1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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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430조 급성장 예고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전기차 충전 시장도 덩달아 커지는 중이다. 주요 대기업이 전기차 충전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핵심 신사업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현대차·SK·LG 등 사업 속도

M&A 주력, 해외 진출도 잰걸음

요즘 국내 대기업 중 전기차 충전 사업을 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5대 그룹에서는 삼성을 제외한 4대 그룹 모두 전기차 충전 업체를 인수하거나 자체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충전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가장 움직임이 활발한 곳은 SK그룹이다. 전기차 충전 사업을 하는 계열사가 한두 곳이 아니다. 전기차 충전기를 생산하는 SK시그넷, 국내 최대 민간 급속충전기 운영사 SK일렉링크, 주차와 연계한 충전 서비스를 해온 SK E&S 등이 줄줄이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SK시그넷은 충전기 생산, 판매 사업을 통해 지난해 매출 1626억원, 영업이익 35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3%, 영업이익은 46% 늘었다. 미국 1위 초급속 충전소 운영사업자 ‘일렉트리파이아메리카(EA)’와 2위 ‘이비고(EVgo)’ 수주를 꾸준히 따낸 덕분에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어느새 미국 전기차 초급속 충전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오는 6월부터 초급속 충전기를 연 1만기 생산하는 미국 텍사스 공장을 가동해 2025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SK시그넷은 향후 충전 효율을 높이는 초고속 충전기를 개발하는 한편,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충전, 로봇을 이용한 충전 등 신기술 확보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뿐 아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국내 최대 민간 급속 충전기 운영 업체 ‘에스에스차저’를 인수해 사명을 SK일렉링크로 바꿨다. SK일렉링크가 운영하는 전기차 충전기는 지난해 8월 1100여기에서 올 5월 2200여기로 2배가량 늘었다. SK E&S도 5600개 이상 주차장 네트워크를 보유한 주차·충전 솔루션 개발 업체 ‘파킹클라우드’와 연계한 충전 서비스를 선보였다. 주차장마다 충전기를 설치하고, 모바일 회원에게 충전 요금을 결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애플망고’라는 회사를 인수했다. 이후 사명을 ‘하이비차저(HiEV Charger)’로 바꿨다. 2019년 설립된 하이비차저는 전기차 충전기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하이비차저는 지난 5월 25일 경기도 평택 LG디지털파크에서 ‘1호 충전기 제품 생산’ 오프닝 세리머니를 진행했다. 집과 사무실은 물론 각종 상업시설에서 편리하게 설치할 수 있는 7㎾ 완속 충전기(벽걸이형, 스탠드형)와 급속 모델인 100㎾, 200㎾ 등 다양한 충전기 제품을 선보였다. 이들 충전기는 방수, 방진 기능을 갖춘 데다 설치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향후 맞춤형 복합 충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를 직접 생산하는 현대차그룹도 초고속 충전기 설치, 운영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계열사인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의 초고속 충전기에는 ‘플러그앤차지(Plug&Charge)’ 기능을 적용해 고객이 별도 조작 없이 인증부터 충전, 결제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게 했다. 현대차, 기아는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에 3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2025년까지 초고속 충전기 3000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정보통신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이 선봉장에 섰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업체 ‘중앙제어(현 EVSIS)’를 인수해 충전 시장에 뛰어들었다. 2025년까지 주요 도심지 주차장에 EVSIS 충전기 1만3000여기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해외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한제윤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정보통신 전기차 충전 사업의 해외 진출 기대가 여느 때보다 크다. 인도네시아가 수도를 이전해 구축하는 스마트시티 대형마트, 몰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필요한 만큼 롯데정보통신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견그룹도 전기차 충전 사업을 신사업 목록에 속속 올리는 분위기다.

LS그룹은 최근 전기차 충전 사업을 하는 LS이링크(E-Link)를 설립했다. 전국 곳곳에 위치한 E1 가스충전소를 거점으로 전기버스, 택시, 화물차 등 대형 전기차 급속 충전 사업에 나섰다. 로젠택배와 협력해 전국 350여개 지역에 위치한 로젠택배 물류 거점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을 하는 한화큐셀을 통해 전기차 충전 사업 브랜드 ‘한화모티브’를 선보였다. 지금까지 200여곳 충전소를 구축, 운영 중이다.

LG전자 연구원이 하이비차저 충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전기차 충전기 보급 속도 더뎌

전기요금 인상 변수

대기업들이 전기차 충전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이유는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사실 전기차 충전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는 충전기를 설치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용자 규모를 확보하면 꾸준한 ‘캐시플로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덩달아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도 우상향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독일 컨설팅 기관 롤랜드버거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는 올해 550억달러(약 72조원)에서 2030년 3250억달러(약 429조원)로 6배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아직까지 충전기 보급 속도는 더디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는 42만4186대지만 충전기는 절반인 22만5731대에 불과하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아직까지 충전기 보급이 더딘 데다 기존 모빌리티, 차량 인프라, 리테일 등 다양한 사업과 연계해 얼마든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기업들이 전기차 충전 시장 공략에 안간힘을 쓰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경우 기술 차별화가 어려워 어느 정도 공급 물량이 쌓이면 ‘치킨 게임’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서비스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기차 충전비용이 점차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변수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부터 공공 전기차 급속 충전기 요금을 50㎾ 충전기는 ㎾h당 324.4원, 100㎾ 이상 충전기는 ㎾h당 347.2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지난 5월 15일 전기요금이 ㎾h당 146.6원에서 154.6원으로 8원 올라가면서 정부는 충전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이를 두고 각종 전기차 커뮤니티에서는 불만이 쏟아졌다.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전기차를 구입하는 것은 저렴한 유지비 덕분인데 충전 요금이 상승하면 저렴한 유지비 이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요금 인상에 앞서 전기차 충전 시설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대기업들이 전기차 충전 사업에 나서지만 당장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정부가 나서서 충전 속도별 요금을 차별화하고 규제를 푸는 등 전기차 충전 시장 활성화 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2호 (2023.06.07~2023.06.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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