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싱하이밍 회동 여진 사흘째…김기현 “사대주의 DNA”
국민의힘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와 최근 만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사대주의 DNA” “역대급 외교 참사”라며 사흘째 비판을 이어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원내 제1당 대표가 중국대사의 집에 찾아가 모욕을 당하고서도 한마디 항의조차 못 했으면서 무슨 ‘국익외교’를 했다는 거냐”며 “오로지 ‘윤석열 정부를 흠집 내는 일이라면 국익이 침해당하더라도 괜찮다’는 수준 낮은 인식만 고스란히 노출된 역대급 외교 참사”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어 “‘한국은 작은 나라’라며 중국몽에 사로잡혀 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굴욕적인 사대주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이 대표의 예고된 참사”라고도 주장했다.
김 대표의 비판은 전날 이 대표가 싱 대사 발언 논란에 대해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 공동 협조할 방향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고 그게 바로 외교”라고 말한 걸 겨냥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당연히 중국 정부의 그런 태도가 마땅치는 않다”며 이같이 해명했다.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 대표를 서울 성북구 관저로 초청해 가진 만찬 회동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판단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 9일 오전 싱 대사를 외교부 청사에 초치(招致·주재국 정부가 외교사절을 불러 항의성 입장을 전달하는 것)해 엄중히 경고했고, 중국 외교부는 다음 날(10일)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맞초치’를 했다.
중국 외교부의 맞초치에 대해 여권에선 ‘싱하이밍 추방’ 주장까지 나왔다. 군 장성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싱 대사는 중국을 ‘큰 나라’로 떠받드는 민주당을 믿고 그런 발언을 한 것이냐”며 “정부는 도발적 망발을 일삼는 싱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외교상 기피 인물)로 지정해 추방하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9조에 따르면, 한 정부가 자국에 파견된 공관장이나 공관 직원을 기피 인물로 통보할 경우, 파견국은 해당 인물을 소환하거나 그의 공관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
이런 여권의 전방위 공세는 이재명·싱하이밍 만찬을 고리로 ‘민주당은 친(親)중국’이라는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또 민주당의 ‘국민의힘은 친일’ 공세에 대한 맞대응 성격도 있다. 민주당은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일본의 내로남불에 덩실덩실 따라 춤을 추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친일이자 매국을 하고 있다”(서영교 최고위원)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싱 대사를 만나 ‘친중 마케팅’에 열중하느라, 최근 커지고 있는 국민의 반중 정서는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친일행각을 벌인다면서 소위 ‘죽창가’만 불러왔는데, 오히려 중국에 대한 자신들의 저자세를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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