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히어로 배트맨 돌아왔다…마블 추격 나선 DC '플래시'

나원정 2023. 6. 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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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개봉 영화 '플래시'
DC 멀티버스 원조 캐릭터
키튼표 배트맨·슈퍼걸 출동
여러 플래시 등장 장면 백미
영화 '플래시'에선 1980~90년대를 풍미한 배우 마이클 키튼이 배트맨 복귀해 현재와 과거 두 명의 플래시(에즈라 밀러)와 힘을 합친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빛보다 빠른 히어로 플래시(에즈라 밀러)가 과거로 돌아가 또다른 자신(플래시)과 힘을 합쳐 외계 악당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에게 맞선다. 어릴 적 여읜 어머니를 되살리려다가 자신이 바꾼 과거로 인해 슈퍼 히어로가 사라진 2013년 평행세계에 불시착한 것. 하지만 이 세계에서 오래전 은퇴해 은둔해온 배트맨(마이클 키튼), 슈퍼맨이 아닌 슈퍼걸(사샤 카예)의 도움을 받는다. 14일 개봉하는 DC의 히어로 액션 영화 ‘플래시’(감독 앤디 무시에티)가 선보이는 멀티버스(다중우주) 세계다.

70대 배트맨·슈퍼걸…여러 플래시 뭉쳤다

멀티버스는 사실 경쟁사인 마블보다 DC가 먼저였다. 현재 할리우드 스튜디오 DC의 모태인 DC 코믹스가 1961년 출간한 『두 세계의 플래시』가 최초로 멀티버스를 도입한 혁명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마블 시리즈(MCU)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등을 내세워 멀티버스를 선점했다. ‘플래시’는 뒤쳐졌던 DC가 처음으로 멀티버스를 선보이는 작품. 슈퍼맨 영화 ‘맨 오브 스틸’(2013)로 출발해 배트맨‧원더우먼‧아쿠아맨 등 ‘DC 확장 유니버스(DCEU)’를 마무리 짓고, 새 수장으로 제임스 건을 받아들여 시작하는 새 시리즈인 DC 유니버스(DCU)’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작품이기도 하다. 경쟁사 마블에서 ‘가디언즈오브 갤럭시’ 3부작을 성공시켰던 제임스 건이 DC 스튜디오 공동 CEO로 말을 갈아탄 다음 처음 내놓는 신작인 만큼 내내 마블에 밀려온 DC의 전환점이 될지도 관심거리다.

스피드를 높여가던 초광속 히어로 플래시(사진)는 어느날 시간까지 거스를 수 있단 걸 깨닫고 어릴 적 여읜 어머니를 되살리러 과거로 간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시사 반응은 준수한 편. 주연 에즈라 밀러의 각종 범죄 의혹에도 불구하고 개봉을 강행한 이유가 납득간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DC만의 멀티버스 활용법이 흥미롭다.


'삼파이더맨' 이후 주춤 마블 바짝 추격


MCU는 진작에 멀티버스를 선보여 놓고, 속속 합류하는 새로운 캐릭터들의 진열장처럼 사용했다. ‘플래시’의 전략은 다르다. DCEU의 배트맨 배우 벤 에플렉과,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1989) ‘배트맨2’(1992)에 출연했던 70대 배우 마이클 키튼이 31년 만에 배트맨으로 복귀해 출연한다는 사실은 알려진 대로였다. 하지만 마블이 ‘노 웨이 홈’에 세 명의 역대 스파이더맨(토비 맥과이어‧앤드류 가필드‧톰 홀랜드)을 모두 출연시켜, ‘삼(三)파이더맨’ 공조 액션을 선보였던 흥행사례를 고스란히 답습하지 않았다.
다중 우주의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내는 게 마블 영화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플래시’의 멀티버스는 히어로 내면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는 프리즘처럼 활용돼, 캐릭터의 매력을 깊숙하게 파고드는 모양새다. 지금 세상의 플래시는 초광속 스피드, 물체 투과, 전기 방출, 자체 회복,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이지만 대외 관계에 서투르다. 그러면서도 세심하고 책임감 강해 ‘저스티스리그’(DC 히어로팀)의 뒷수습을 도맡는 해결사 모습이다. 반면 어머니를 여읜 적 없는 평행세계의 플래시는 친구가 많고 유쾌하게 자라, 지금 세상 플래시가 갖지 못했던 행복을 깨닫게 하는 존재다.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본능이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판이한 성격의 여러 플래시들을 통해 보여주는 대목도 영화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향후 DC 히어로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새 시리즈를 위한 탄탄한 초석을 쌓는 데 멀티버스를 영리하게 끌어왔다고 할 수 있다. 마블이 ‘삼파이더맨’ 이후 멀티버스를 후속작 홍보용으로 지나치게 남용한 데서 진일보한 지점이 엿보인다.
마블 코믹스를 토대로 소니픽쳐스가 선보이는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도 멀티버스가 부각된다. 기존 세계관에선 스파이더맨의 연인으로 그려졌던 그웬 스테이시(왼쪽)가 히어로가 된 스파이더우먼과 흑인 스파이더맨 마일스 모랄레스의 성장담을 펼쳐냈다. 제공 소니 픽쳐스 코리아
DC 코믹스론 '멀티버스 원조'
『어벤져스』 『저스티스리그』 『배트맨』 시리즈 등 마블‧DC 코믹스를 번역한 이규원씨는 “DC는 슈퍼맨 코믹스로 성공한 뒤 히어로 붐에 편승한 후발 출판사 가운데 문 닫는 곳들의 괜찮은 캐릭터를 왕성하게 흡수했다. 그러다 보니 서로 다른 세계관을 합치기 위해 멀티버스가 필요했다”고 짚었다. 특히 플래시는 “1960년대 코믹스 독자층이 세대 교체되는 과정에서 리부트한 젊은 캐릭터를 과거 캐릭터와 만나게 한 첫 사례”였다. 천재 과학자 히어로 플래시는 코믹스로는 1940년 처음 탄생했다. 14일 개봉하는 ‘플래시’는 앞서 언급한 1961년 『두 세계의 플래시』, 배리 앨런(플래시 본명)이 완전히 변한 세상에서 잠을 깨는 내용의 『플래시 포인트』(2011), 두 편의 코믹스를 토대로 한 것이다.

제임스 건 "'플래시' DC 세계관 재설정"


영화 '플래시'에선 70대가 된 배우 마이클 키튼이 31년만에 배트맨 수트를 입었다. 이번 영화엔 그를 비롯해 마블 확장 유니버스(DCEU)에 속한 벤 애플렉 주연의 배트맨 등 여러 배트맨이 나온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주연 에즈라 밀러는 영화사 사전 인터뷰에서 “빛의 속도를 뛰어넘어 시간을 오가는 배리 앨런은 일종의 중계 지점처럼 활약한다”면서 “멀티버스는 현대의 양자 이론을 통해 나온 발상인데, 오래전부터 ‘플래시’는 양자이론을 바탕으로 한 멀티버스 이야기의 중심이었다. 배리를 통해 관객은 DC의 멀티버스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라 했다.
앤디 무시에티 감독은 방대해지기 쉬운 멀티버스 개념에 인물들의 감정을 절묘하게 엮어냈다. 그는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 ‘그것’ 2부작(2017~2019)에서, 아이들 내면의 공포를 섬찟하게 그려내 공포영화 최고 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 영화사 인터뷰에서 무시에티는 “‘플래시’ 같은 대규모 액션 블록버스터에 이 정도로 순수한 감정적 요소를 담을 여지가 보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특히 한 아이와 엄마의 이야기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제임스 건 CEO는 “‘플래시’는 DC의 세계관을 재설정할 작품이다. 내가 본 최고의 슈퍼 히어로 영화”라고 자화자찬했다. 배트맨 같은 왕년 히어로를 동원한 멀티버스 세계관이 후속 시리즈에서도 이어질 걸로 보인다. DC가 마블을 추월할 수 있을까. 영화 말미 쿠키 영상에 그 힌트가 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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