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히어로 배트맨 돌아왔다…마블 추격 나선 DC '플래시'
DC 멀티버스 원조 캐릭터
키튼표 배트맨·슈퍼걸 출동
여러 플래시 등장 장면 백미
빛보다 빠른 히어로 플래시(에즈라 밀러)가 과거로 돌아가 또다른 자신(플래시)과 힘을 합쳐 외계 악당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에게 맞선다. 어릴 적 여읜 어머니를 되살리려다가 자신이 바꾼 과거로 인해 슈퍼 히어로가 사라진 2013년 평행세계에 불시착한 것. 하지만 이 세계에서 오래전 은퇴해 은둔해온 배트맨(마이클 키튼), 슈퍼맨이 아닌 슈퍼걸(사샤 카예)의 도움을 받는다. 14일 개봉하는 DC의 히어로 액션 영화 ‘플래시’(감독 앤디 무시에티)가 선보이는 멀티버스(다중우주) 세계다.
70대 배트맨·슈퍼걸…여러 플래시 뭉쳤다
멀티버스는 사실 경쟁사인 마블보다 DC가 먼저였다. 현재 할리우드 스튜디오 DC의 모태인 DC 코믹스가 1961년 출간한 『두 세계의 플래시』가 최초로 멀티버스를 도입한 혁명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마블 시리즈(MCU)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등을 내세워 멀티버스를 선점했다. ‘플래시’는 뒤쳐졌던 DC가 처음으로 멀티버스를 선보이는 작품. 슈퍼맨 영화 ‘맨 오브 스틸’(2013)로 출발해 배트맨‧원더우먼‧아쿠아맨 등 ‘DC 확장 유니버스(DCEU)’를 마무리 짓고, 새 수장으로 제임스 건을 받아들여 시작하는 새 시리즈인 DC 유니버스(DCU)’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작품이기도 하다. 경쟁사 마블에서 ‘가디언즈오브 갤럭시’ 3부작을 성공시켰던 제임스 건이 DC 스튜디오 공동 CEO로 말을 갈아탄 다음 처음 내놓는 신작인 만큼 내내 마블에 밀려온 DC의 전환점이 될지도 관심거리다.
시사 반응은 준수한 편. 주연 에즈라 밀러의 각종 범죄 의혹에도 불구하고 개봉을 강행한 이유가 납득간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DC만의 멀티버스 활용법이 흥미롭다.
'삼파이더맨' 이후 주춤 마블 바짝 추격
MCU는 진작에 멀티버스를 선보여 놓고, 속속 합류하는 새로운 캐릭터들의 진열장처럼 사용했다. ‘플래시’의 전략은 다르다. DCEU의 배트맨 배우 벤 에플렉과,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1989) ‘배트맨2’(1992)에 출연했던 70대 배우 마이클 키튼이 31년 만에 배트맨으로 복귀해 출연한다는 사실은 알려진 대로였다. 하지만 마블이 ‘노 웨이 홈’에 세 명의 역대 스파이더맨(토비 맥과이어‧앤드류 가필드‧톰 홀랜드)을 모두 출연시켜, ‘삼(三)파이더맨’ 공조 액션을 선보였던 흥행사례를 고스란히 답습하지 않았다.
『어벤져스』 『저스티스리그』 『배트맨』 시리즈 등 마블‧DC 코믹스를 번역한 이규원씨는 “DC는 슈퍼맨 코믹스로 성공한 뒤 히어로 붐에 편승한 후발 출판사 가운데 문 닫는 곳들의 괜찮은 캐릭터를 왕성하게 흡수했다. 그러다 보니 서로 다른 세계관을 합치기 위해 멀티버스가 필요했다”고 짚었다. 특히 플래시는 “1960년대 코믹스 독자층이 세대 교체되는 과정에서 리부트한 젊은 캐릭터를 과거 캐릭터와 만나게 한 첫 사례”였다. 천재 과학자 히어로 플래시는 코믹스로는 1940년 처음 탄생했다. 14일 개봉하는 ‘플래시’는 앞서 언급한 1961년 『두 세계의 플래시』, 배리 앨런(플래시 본명)이 완전히 변한 세상에서 잠을 깨는 내용의 『플래시 포인트』(2011), 두 편의 코믹스를 토대로 한 것이다.
제임스 건 "'플래시' DC 세계관 재설정"
앤디 무시에티 감독은 방대해지기 쉬운 멀티버스 개념에 인물들의 감정을 절묘하게 엮어냈다. 그는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 ‘그것’ 2부작(2017~2019)에서, 아이들 내면의 공포를 섬찟하게 그려내 공포영화 최고 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 영화사 인터뷰에서 무시에티는 “‘플래시’ 같은 대규모 액션 블록버스터에 이 정도로 순수한 감정적 요소를 담을 여지가 보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특히 한 아이와 엄마의 이야기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제임스 건 CEO는 “‘플래시’는 DC의 세계관을 재설정할 작품이다. 내가 본 최고의 슈퍼 히어로 영화”라고 자화자찬했다. 배트맨 같은 왕년 히어로를 동원한 멀티버스 세계관이 후속 시리즈에서도 이어질 걸로 보인다. DC가 마블을 추월할 수 있을까. 영화 말미 쿠키 영상에 그 힌트가 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꼭 교회 가야만 예배인가…어느 목회자 뜻밖의 울림 | 중앙일보
- 인도선 한 해 907명 사망…한국도 벼락 맞을 확률 커졌다, 왜 | 중앙일보
- "한국 가져오고 싶었는데"…박세리, 스타벅스 한국 진출 거절당한 사연 | 중앙일보
- "겨우 20㎝ 틈으로"...베트남인 10명 지구대 집단도주 전말 | 중앙일보
- 숨진 채 돗자리에 싸여 발견된 여성BJ…외교부 "영사조력 제공" | 중앙일보
- 50배 폭리에도 "말처럼 힘솟아"…농촌서 무섭게 퍼지는 '미친 약' | 중앙일보
- 살인·불륜 없다…'원빈 부인' 이나영, 4년 만에 택한 '유일한 낙' | 중앙일보
- 벼락 맞은 30대 남성 끝내 숨졌다…서핑 후 양양 해변서 참변 | 중앙일보
- '죽음의 정글' 40일 버텼다…비행기 추락 4남매 생존 비결 | 중앙일보
- "오지 말아야 할 곳인데"…오은영 박사가 대검찰청에 뜬 이유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