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욕했다"는 아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이나영 2023. 6. 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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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궁금한 이야기]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 알려주고 감정에 이름 붙이기

청소년 상담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나영 상담가가 '부모가 궁금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이나영 기자]

9살 딸을 둔 자람이 엄마입니다. 아기상어 노래를 따라부르며 율동하던 아이는 어느덧 자라 유튜브 게임방송을 보며 "어쩔티비", "킹받아" 같은 유행어를 따라하는 초등학생 언니가 됐습니다.
 
유행어까지는 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문제는 욕입니다. 2학년에 접어 들며 '흔한남X', '밍꼬발X' 등 초등학생 사이에서 인기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방송을 즐겨보더니, 그 속에서 접한 거친 언어의 세계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처음엔 유튜브 방송에서 들었던 속어를 가끔 따라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무슨 놀이를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겁나 재밌어"라는 말이 튀어나오거나, 음료를 마시다가 갑자기 "개시원해"라고 한번 해보는 식입니다. 그럴 때면 최대한 침착하게(보이려 노력하며) "좋지 않은 말이야. 다른 사람에겐 쓰면 안 돼"라고 알려줬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수위 높은 비속어를 배워왔습니다. "가운데 손가락만 드는 건 왜 욕이야?"라며 순수하게 질문만 할 때도 있지만 "앗, 나도 모르게 가운데 손가락으로 코를 긁었네" 하며 고의적인 농담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자꾸 일부러 그러면 기분 나빠"라며 하지 말라고 일러주지만 아이의 호기심은 더욱 강렬해지는 모습입니다.
 
어느 날은 자기도 모르게 친구에게 화가 나 "쓰레X"라고 소리쳤다, 저번엔 재미 삼아 카톡으로 "씨X"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제게 털어놨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매우 단호하게 '그런 말을 쓰면 친구가 상처 받아 너와 놀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 뒤론 누군가에게 그러진 않는 듯하지만 여전히 누군가 욕을하는 소리를 듣거나 놀이터에 적힌 욕 낙서를 보면 돌아와서 '굳이' 부모에게 그 경험을 말로 공유합니다. 욕이 너무나도 궁금한 아이, 그걸 부모에게 곧이 곧대로 표현하며 질문하는 아이에게 제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아이들이 보는 인터넷 방송에서 흥미를 끌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나 농담과 유머를 가장한 비속어를 사용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이들은 유튜브를 보며 알게 된 부정적인 언어표현을 '재미있는 말'이라고 여기고, 친구 관계에서 자신을 과시하거나 누군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일단 아이들이 보는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어른들의 관심과 지도가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초등 저학년까지는 아이가 혼자서 유튜브나 인터넷 방송을 하염없이 보도록 두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누구든지 인터넷을 보다보면 광고나 알고리즘을 통해 내가 몰랐던 콘텐츠를 발견하고 확장하게 되는 경험을 하셨을 겁니다. 자극적이거나 흥미가 가는 내용을 보면 클릭하게 되고 몰입하게 되는 건 아이들의 경우 더 쉽게 일어나는 일이겠지요.

요즘 같은 세상에 인터넷도, 유튜브도 보지 못하게 막는 건 어렵습니다. 다만 어릴 때부터 아이를 달래는 수단이나, 아이에게 집중하기 어려울 때 태블릿이나 핸드폰을 쥐어주며 '아이의 돌보미'로 유튜브를 보게 하고 방치를 한다면 문제가 되기 쉽습니다.

아이가 보는 방송이 어떤 내용을 다루고,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정도는 부모님이 알고 계셔야 합니다. 초등 저학년까지는 아이가 보는 방송을 웬만하면 같이 보고, 방송 내용에 대해 아이와 함께 이야기도 나누며 좋은 것과 옳지 않은 내용에 대해 그때그때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일단 아이가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말이에요.

욕 하는 마음 물어보기
 
 욕 하는 아이의 마음에 대해 알고 싶다는 엄마의 마음을 먼저 표현해주세요.
ⓒ elements.envato
 
자람이 엄마가 제일 고민인 욕이나 비속어에 대한 아이의 관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아이가 단순히 호기심이나 재미로, 비속어를 써보는 것이라면, 너무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별 생각없이 써보았는데 상대방의 반응이 예상밖으로 민감하다는 것을 느끼면 '나쁜 말이 가진 힘'을 경험하게 되고, 그게 더 재미있어서 반복하게 되기도 합니다. 아이의 욕에 감정적으로 대응을 하거나, 수치심을 느낄 만큼 야단을 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그러면 부정적인 감정만 남아 나쁜 습관은 고쳐지지 않고 관계만 틀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말이 좋지 않다는 메시지는 분명히 전달해야 합니다. "우리 자람이의 예쁜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엄마 깜짝 놀랐어. 왜 그런 말을 쓰는 거야?"라고, 아이의 마음을 먼저 물어봐 주는 것이 좋습니다.

욕은 무조건 하면 안 된다는 훈육보다, 그 말을 쓸 때의 아이의 마음에 대해 알고 싶다는 엄마의 마음을 먼저 표현해주는 것이지요. 물론 모르지 않습니다. 아이가 이렇게 말할 때는 참 곤란하죠.

"엄마, 우리반 애들도 그런 말 다 써."
"다른 애들도, 언니 오빠들도 다 쓰는데 왜 나는 안돼?"

참 답답한 일입니다. '내 아이만 바르고 고운말을 쓰도록 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라는 생각이 밀려올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 가슴을 치고 말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이렇게 한 번 더 물어보면 어떨까요.

"친구가 자람이에게 욕을 할 때 자람이 기분은 어땠어?"
"욕하는 친구들이 너에게는 어떻게 보여?"

욕이 상대에게 주는 부정적 영향을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욕을 하는 사람의 이미지가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아이도 마음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들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내 아이도 알고 있습니다. 욕이 좋지 않다는 것, 타인을 때리는 것만큼이나 공격적이고 불쾌한 것이라는 것을요. 그러니 아이가 별 뜻 없이 사용하는 욕이라도 그것이 사실은 매우 공격적이고 상대방에게 불쾌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 알려주기
 
 아이의 언어습관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대화가 출발점이자 씨앗이 됩니다.
ⓒ elements.envato
 
진짜 문제는, 사연 속 자람이처럼 욕이나 비속어에 대한 호기심과 재미로 쓰는 경우가 아닌 때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폭발하는 방법으로, 타인에게 공격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욕을 거침없이 사용한다면 조금 심각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우선은 욕을 하게 된 그 상황을 잘 들어주세요. 그런 후에 화가 나고 속상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제시해 주어야 합니다.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이 욕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아, 진짜 속상해", "짜증나", "답답해"처럼,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을 알려주고 그런 말을 해보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소에 부모님들도 가정 내에서 불편한 감정을 경험하거나 예민한 상황이 되었을 때 어떤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지 스스로의 습관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아이의 언어습관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대화가 출발점이자 씨앗이 되니까요. 부모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말투는 아이에게 자연스레 스며듭니다.

아이를 혼내거나 화가 나는 상황일 때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다거나, 내뱉고 나서 후회할 정도의 언어적 표현을 하는 성향이 있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은연중에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쁠 땐 아무말이나 해도 된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화가 났을 때나 아이를 혼내야 하는 상황에서, 감정적이 되거나 아이에게 공격적인 말이 나가려고 할 때는 "잠깐만" 하고 멈추셔야 합니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거나 목소리를 가라앉혀 침착하고 단호하게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부모의 감정이 조절된 뒤 이성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아이와 다시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내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기

너무 많이 들은 말이지요?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고요. 그래서 알려드립니다. 바로 '내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기'에요. 감정을 조절하고 적절히 표현하는 방법으로 쓰이는 건데요(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워 하는 아이들에게 알려주셔도 좋습니다). 

"네가 하는 그 행동 때문에 나는 지금 '서운함'을 느끼고 있어."
"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불안감'인 것 같아."

이런 식으로 나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언어로 정확하게 명명하고 표현을 하면, 우리의 뇌가 감정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여 그 감정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고 합니다. 뇌란 녀석, 참 신기하지요? 거칠고 공격적인 언어나 욕으로 감정을 표출하게 되면 비이성적 행동이 튀어나오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더 많아지게 된다고 해요.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를 혼내다가 감정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한 말로 아이를 다그치고 상처를 주고 난 후에 자책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요.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다스리지 못하고 충동적일 때 그렇습니다.

그러는 순간 아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생각하고 인정하기보다는 분노하고 화를 내는 부모의 모습에서 실망감과 두려움을 느낍니다. 반복되다 보면 감정표현의 나쁜 예를 가정에서 배우게 되는 거고요.

부모의 언어습관과 정서적 표현이 안정적이면, 욕으로 타인을 공격하고 말로 이기고 보는 태도가 옳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도 바른 말을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 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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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https://brunch.co.kr/@writeur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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