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퍼로 아시아 놀라게 할게요”…고교 최대어, 항저우 금맥 캔다
KBO는 8일 항저우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를 발표했다. 류중일(60) 감독이 이끄는 이번 대표팀에는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를 비롯해 나균안(25·롯데 자이언츠)과 김주원(21·NC 다이노스) 등 만 25세 이하 혹은 입단 4년차 이하의 젊은 선수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또, 박세웅(28·롯데)과 구창모(26·NC), 최원준(26·국군체육부대)이 와일드카드로 합류해 후배들과 손발을 맞춘다.
이번 대표팀의 키워드는 역시 세대교체다. KBO는 일찌감치 나이 제한을 둬 젊은 선수들 위주로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치르기로 했다. 당장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향후 10년을 내다보겠다는 목표 아래 선발의 폭을 좁혔다.
그간 태극마크 주축을 이뤘던 ‘왼손 트로이카’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35·SSG 랜더스), 양현종(35·KIA 타이거즈)은 물론 오지환(33·LG 트윈스)과 허경민(33·두산 베어스) 등 황금세대로 불리는 1990년생 국가대표 손님들이 모두 빠진 이유다.
9월 출항을 앞두고 구성을 모두 마친 류중일호. 그런데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는 정작 따로 있다. 바로 마산용마고 3학년 오른손 투수 장현석(19)이다. 현역 KBO리거가 아닌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로서 발탁돼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최종엔트리 발표 다음날인 9일 장현석을 마산용마고 교정에서 만났다. 동료들과 훈련이 한창이던 장현석은 “얼마 전부터 내 이름이 나오기는 했지만, 쉽게 믿지 못했다. 괜히 기분만 들뜰까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면서 “발표가 되자마자 정말 많은 연락을 받았다. 스마트폰이 터지는 줄 알았다. 여전히 떨리고 믿기지 않는다”고 활짝 웃었다.
탄탄한 체격(신장 1m90㎝·체중 90㎏)을 자랑하는 장현석은 올 시즌 고교야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투수다. 지난해부터 시속 150㎞대 중반의 빠른 공을 연신 던지면서 고교 최대어로 자리매김했다. 개인 직구 최고시속은 157㎞. 이와 함께 제구도 뛰어나고, 커브와 슬라이더의 각도도 예리하다는 평가다. 조계현(59) 전력강화위원장은 “3월부터 장현석의 기량을 체크했다. 구위와 스피드, 경기 운영 등에서 장현석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장현석은 이날 인터뷰에서 새 무기를 하나 공개했다. 바로 ‘스위퍼(Sweeper)’라는 구종이다. 스위퍼는 횡으로 예리하게 꺾여 들어가는 신형 변화구다. 마치 공이 홈플레이트를 쓸고 지나가는 것처럼 보여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궤적 자체는 슬라이더와 비슷하지만, 수직이 아닌 수평 무브먼트가 더 심하고 회전수도 달라 지난해부터 따로 구분되기 시작했다. 또, 3월 일본과 미국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선 오타니 쇼헤이(29)가 마이크 트라웃(32·이상 LA 에인절스)을 상대로 ‘우승 확정’ 삼진을 잡은 마지막 공이 스위퍼로 알려지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핫한 구종이 됐다.
장현석은 “지난해 트레버 바우어(32·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의 투구 영상을 보고 스위퍼라는 구종을 처음 알게 됐다. 사실 그때는 스위퍼라는 이름도 없었다. 그저 옆으로 크게 휘는 슬라이더로 생각했는데, 때마침 손에서 커브가 마음대로 던져지지 않던 시기라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 경기에서도 간간이 던지는 중이다. 항저우아시안게임 전까지 완벽하게 연마해서 아시아를 놀라게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장현석은 최근 오른쪽 이두근 통증으로 두 달 넘게 휴식을 취했다. 일각에선 토미존 수술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진민수(38) 마산용마고 감독은 “와전된 이야기다. 감독도 모르는 수술을 선수가 받는다고 해서 황당할 따름이었다. 이달 말부터는 실전 복귀가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장현석 역시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해주시더라. 근육이 뭉친 정도인데 소문이 잘못 나서 고생을 했다. 공을 던질 수는 있었는데 혹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서 간신히 참았다”고 설명했다.
아시안게임은 1998년 방콕 대회부터 프로 선수들의 출전이 허용됐다. 이후 KBO리거와 메이저리거가 대표팀 주축을 이뤘지만, 2002년(정재복)과 2006년(정민혁), 2010년(김명성), 2014년(홍성무)에는 아마추어 선수를 한 명씩 발탁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당시에는 대학생 신분이었다.
역대 최초로 아시안게임을 밟는 고교생이 된 장현석은 “어릴 적부터 TV로만 보던 아시안게임에서 공을 던지게 되다니 꿈만 같다. 고교야구를 대표하게 된 만큼 남은 기간 몸을 잘 만들어서 힘 있는 공을 던지겠다. 또, 선배님들을 잘 따르면서 막내 노릇도 열심히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현석은…
생년월일 : 2004년 4월 24일
출신교 : 상일초-경주중-마산용마고
신장·체중 : 1m90㎝·90㎏
포지션(투타) : 투수(우투우타)
올해 성적 : 5경기 3승 평균자책점 0.53(17과 3분의 1이닝 1자책점) 29탈삼진
직구 최고구속 : 157㎞
창원=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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