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동네 고양이’라 부르고 해법 찾아봐요
동네고양이 전문잡지 ‘매거진 탁!’ 4호
길고양이 연구자 8명의 논문·인터뷰 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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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경향신문에는 ‘신촌 골 다람쥐를 살리자’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의 내용은 연세대와 이화여대의 캠퍼스에 사는 다람쥐가 자취를 감추고 있는데 이 원인을 다람쥐를 잡아먹는 고양이에게 있다고 보고, 교직원들이 ‘고양이 박멸작전’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고양이 박멸작전’까지는 아니지만 올해 초 제주 마라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멸종위기 조류인 뿔쇠오리의 포식자로 고양이가 지목되며 섬에서 살던 고양이 40여 마리가 모두 퇴출됐다.
이 사건은 야생생물과 길고양이, 인간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고, 이 과정에서 한 유명 탐조 유튜버가 도심 길고양이의 중성화(TNR)와 급식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며 길고양이 돌봄은 사회적 공론화가 됐다.
“길고양이 연구 너무 적다”
당시 논의는 고양이 돌봄과 환경·야생동물 진영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격돌했다. 많은 해외 논문이 근거가 돼 고양이는 도심 생태계의 파괴자로 그려졌고, 서울시가 10년 가까이 정책으로 시행해온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공통적으로 나온 지적은 ‘길고양이 대한 연구가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우리사회 주된 이슈가 된 길고양이 연구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지난 26일 나온 길고양이 전문잡지 <매거진 탁!> 4호는 길고양이를 연구하는 연구자 8명과 그들의 연구에 집중한다. 매체는 길고양이를 동네고양이라고 지칭한다. 길고양이를 반려동물과 야생동물의 경계 있는 동물로서 사람과 맺고 있는 관계를 강조한 것이다.
잡지는 한국 고양이의 실태와 고양이를 소비하는 미디어, 현실 정책 사례 등 다양한 방향의 연구를 소개한다.
서울대 수의인문사회학 연구실 이세림 연구원은 기고문 ‘마라도 고양이를 떠나보내며’를 통해 그간 길고양이 대한 연구가 고양이가 상위포식자로서 생태에 끼치는 악영향에 초점을 맞춰왔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살처분 정책을 폈던 호주·뉴질랜드 등의 사례를 살펴 왜 대부분의 국가에서 살처분 대신 중성화를 택했는지 설명한다.
왜 대부분 중성화 정책을 택했나
이 연구원은 “중성화는 출발부터가 길고양이가 (유기동물 보호소에 입소해) 죽게 두지 않으려는 인간 의지의 표현이었다. 개체수 조절이 시급하다면 살처분을 고려할 수 있지만 인위적으로 고양이를 관리해야 한다면 인간과의 관계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관점이 교차하는 만큼, 장기적 논쟁이나 불안정함은 그 자체로 자연스러우며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양한 가능성과 시각차를 고려해 결론을 모색하는 자세”라고 적었다.
서울시 중성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조윤주 브이아이피(VIP)동물의료센터 부설연구소 소장은 지난 10년간의 길고양이 모니터링 방식과 그에 대한 연구 결과 등을 전했다. 조 소장은 “2013년부터 2년 주기로 길고양이 개체 수 변화, 중성화된 고양이 비율, 어린 고양이 비율을 연구하고 있다. 동일 지역의 반복 조사를 통해 (중성화를 통한) 개체수 감소 경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조사 지역의 중성화 비율(2021년 49%)과 어린 고양이 비율(2021년 13.7%)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중성화 비율이 높을수록 어린 고양이 비율은 낮게 나타나 개체수 감소로 이어졌다.
이제 서울시에서 길고양이를 둘러싼 주된 갈등은 개체 수 증가보다 급식소 설치 논쟁, 개인 간 갈등이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조 소장은 “비위생적이거나 과도한 밥자리는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좋은 의도가 다시 이웃 간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적절한 밥자리 관리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밥자리 관리에 대한 합의 필요”
전의령 교수(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는 ‘신촌 골 다람쥐 살리기’ 사례에서부터 지난 20여년간 길고양이는 어떻게 공존의 대상으로 여겨지게 됐는지 살폈고, 미디어학자 이진 조교수(호주 커틴대학)는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동물 학대 놀이와 여성혐오 담론에 대해 실었다. 잡지는 긴 논문의 경우 큐아르(QR)코드를 실어 전문을 보도록 안내하고, 각 연구자들의 인터뷰를 실어 각 학문에 대한 의미 등을 덧붙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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