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트레블' 과르디올라, 최고 감독 반열에 올라

이준목 2023. 6. 1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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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 트로피 들어올리며 스스로 커리어 입증해

[이준목 기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가 구단 역사상 최초의 유럽 정상에 이어 트레블(3관왕)까지 완성했다. 6월 11일(한국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에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서 맨시티는 로드리의 결승골을 앞세워 인터밀란(이탈리아)에 1-0으로 승리했다.

맨시티는 이미 올시즌 프리미어리그(EPL) 정상에 오르며 3연패를 달성했고,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결승에서도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우승했다. 여기에 구단의 오랜 숙원이던 챔피언스리그마저 마침내 들어올리며 1998-1999시즌 알렉스 퍼거슨 감독 체제의 맨유 이후 잉글랜드 구단으로서는 24년만의 트레블에 성공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에게도 개인 통산 두 번째 트레블이다. 과르디올라는 2008-2009시즌 바르셀로나 시절에 이어 14년만에 또 한번 트레블의 위업을 세웠다.

'유러피언 트레블'은 한 시즌 내에 세계최고의 클럽대항전으로 인정받는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자국 리그와 FA컵 우승을 모두 이뤘을때 내려지는 칭호이며, 축구 역사상 전설적인 팀들만이 보유한 기록이다. 유럽축구사에서 트레블을 달성한 팀은 총 6개 리그에서 맨시티까지 총 8팀(셀틱, 아약스, PSV, 맨유, 바르셀로나, 인테르, 바이에른 뮌헨)에 불과하다. 바르셀로나와 뮌헨이 유이하게 두 번에 걸쳐 트레블을 달성한바 있다.

하지만 감독 개인이 2회의 트레블을 달성한 것은 과르디올라가 최초다. 또한 챔피언스리그만 놓고보면 과르디올라는 2008-09시즌과 2010-11시즌에 이어 개인 통산 3번째 빅이어를 들어올렸다. 카를로 안첼로티(레알 마드리드)의 4회 우승에 이은 역대 공동 2위로 밥 페이즐리-지네딘 지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미 현역 최고의 명장으로 평가받는 과르디올라지만, 이번 트레블은 그의 지도자 커리어에 있어서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바르셀로나 시절 이후 과르디올라의 오랜 꼬리표와도 같았던 '메시없는 UCL 우승'이라는 숙원을 풀어낸 것과 동시에 지도자로서 역대 최고의 시즌을 경신했기 때문이다.

과르디올라는 현역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국가대표팀으로 활약했던 레전드였다. 은퇴 이후 친정팀 바르셀로나의 B팀 감독으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고, 2008년 37세의 젊은 나이에 1군 지휘봉을 잡았다.

과르디올라는 지도자 데뷔와 동시에 두각을 나타내며 첫해부터 바르셀로나에 트레블 포함 6관왕(전관왕)을 선사했다.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은 4시즌동안 라 리가 우승 3회, 코파 델레이-챔피언스리그-클럽월드컵 우승 각 2회 등 무려 14개의 우승트로피를 선사하며 구단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열었다.

이후 과르디올라는 재충전을 위하여 바르셀로나 감독에서 사임하고 1년 정도의 휴식기를 거친뒤 독일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현장으로 복귀했다. 뮌헨에서도 재임기간내내 리그 3연패를 비롯하여 7개의 우승트로피를 선물했다. 그리고 과르디올라는 2016년부터 EPL로 눈을 돌려 맨체스터 시티의 지휘봉을 잡았다.

비록 부임 첫해는 명성에 걸맞지않게 무관에 그치며 잠시 체면을 구겼지만, 적응기를 마친 2년차부터 본격적으로 우승트로피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7년간 5회의 리그 우승과 2회의 FA컵, 리그컵 4연패를 달성했고 잉글랜드에서 들수 있는 모든 우승컵을 휩쓸며 EPL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과르디올라가 축구계에서 유난히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화려한 경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현대축구에 큰 영향을 미친 '전술적 혁신가'로서의 면모가 두드러졋다. 과르디올라는 흔히 '티키타카'로 알려진 빌드업과 점유율 기반의 패싱게임을 현대축구의 대세로 정립시킨 인물로 꼽힌다.

축구의 기본인 포지셔닝과 볼 소유, 밸런스 유지를 치밀하고 정교한 시스템 안에서 극한의 완성도까지 끌어올린 과르디올라 축구는, 승부에서 동전의 양면같은 과정과 결과, 아름다움과 실리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르디올라 역시 기존의 성공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면서 끊임없는 전술적 변화와 자기 혁신을 통하여 성장을 거듭했다.

다만 바르셀로나 시절 이후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따라붙던 비판은 이른바 'UCL 우승 실패'와 '명장병'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과르디올라의 팀은 매년 각종 대회에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유독 뮌헨과 맨시티에서는 자국리그에서의 압도적인 위용과는 달리 UCL에서는 번번이 우승에 실패했다. 물론 뮌헨에서는 UCL 4강까지 올랐고, 맨시티에서도 2020-21시즌 결승까지 올랐으니, 못했다고 볼수는 없지만 과르디올라의 이름값이나 팀전력에 비하면 기대에 못미친 결과였다.

전술적인 능력에 비하여 인간적인 면모가 부족하다는 꼬리표도 따라다녔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마리오 만주키치, 아야 투레 등 스타 선수들과의 연이은 불화는 선수들의 신망을 얻어야할 감독으로서 공감과 소통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과르디올라 시절의 바르셀로나는 리오넬 메시,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축구 역사상 최고의 팀중 하나로 꼽히는 호화 멤버였다. 바이에른 뮌헨 역시 바로 전시즌 전임자 유프 하인케스가 트레블을 이뤄낸 팀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맨시티는 UCL 우승 경험은 없었지만 구단주 만수르의 '오일머니'로 대표되는 막강한 자금력 지원을 바탕으로 재정준칙 위반 의혹까지 나올만큼 유럽 최고 수준의 스쿼드를 보유할 능력이 있는 팀이었다. 이 구단들은 감독이 굳이 과르디올라가 아니었더라도 어차피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팀'에 가까웠고, 이는 과르디올라의 능력과 업적이 저평가되는 근거로 작용했다.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킬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UCL 우승이었다. 과르디올라 역시 UCL 우승을 은근히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하지만 중요한 고비마다 전력상 한수 아래로 꼽히거나, 혹은 훨씬 유리한 조건에 있던 상황에서 불구하고 어이없이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승부처에서 상대팀을 지나치게 의식한 과르디올라의 갑작스러운 전술변화가 오히려 독이 된 장면이 많았기에 "과르디올라는 메시없이는 우승 못한다"거나 "명장병에 걸려서 자멸했다"는 조롱을 듣기 일쑤였다.

하지만 과르디올라는 자신을 둘러싼 비난과 의혹을 끝내 압도적인 성과로서 불식시켰다. 소수의 슈퍼팀들이 초강세를 보이는 스페인이나 독일 시절에 비하여, 잉글랜드는 과르디올라 부임 이전까지 여러 빅클럽들이 절대강자 없는 춘추전국시대를 펼치고 있었다. 맨시티는 강팀이었지만 과르디올라가 오기전까지만 해도 이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과르디올라는 맨시티를 EPL의 명실상부한 패자이자 왕조로 만들며, 퍼거슨 은퇴 이후 리그 무관에 그치고 있는 지역 라이벌 맨유를 밀어내고 맨체스터의 주인으로 등극했다. 또한 펩시티와 동시대 최대의 라이벌이었던 위르겐 클롭이 이끄는 리버풀과의 경쟁에서도 사실상 우위를 점했다. 올시즌에는 뮌헨 시절을 포함하며 9전 10기만에 끝내 다시 빅이어를 탈환하는데 성공했고, 심지어 트레블까지 일궈내며 자신과 맨시티의 오랜 숙원을 풀어내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7년째 장기집권하며 선수단을 둘러싼 사건사고나 불화설도 더이상 나오지않을 만큼 과르디올라의 라커룸 장악력도 확고하다는 평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우승 직후 "정말 피곤하다. 그래도 만족한다. 트레블은 정말 어렵다"고 웃으면서 "인터 밀란도 정말 훌륭했다. 부상도 있었고 최상의 경기력이 아니었지만 운도 따랐다. 월드컵 후 어려움이 많았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서 여기까지 왔다. 지금은 완전히 지쳤다. 다음 시즌을 생각하기보다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성과를 자축했다.

과르디올라는 이로서 명실상부한 현역 최고의 감독 자리를 굳건히 했고, 나아가 역대 최고의 자리를 다툴수 있는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과르디올라가 아직도 현역 감독으로서 한창 활동한 50대인데다 맨시티의 전력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많은 우승 트로피를 추가할 것이 유력하다. 과르디올라의 맨시티가 본인이 지휘한 알렉스 퍼거슨의 맨유를 뛰어넘는 역사상 최고의 왕조로 등극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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