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가슴에 레이서 품은 당신에게… 제네시스 G70 "하고 싶은 것 다 해"

편은지 2023. 6. 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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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G70 상품성 개선모델 2.5 터보
묵직함·단단함 속 숨겨진 부드러운 반전 매력
거친 주행에도 '흔들림 없는 편안함'
제네시스 G70 ⓒ제네시스

잘 팔리는 자동차에는 공식같은 게 있다. 최근 국내 자동차 판매량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클 수록, 넓을 수록 잘 팔린다. 좁은 주차칸에 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새로 출시되는 차들이 자꾸만 커지는 것은 어찌됐건 사는 사람들이 만족하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주류에 휩쓸리지 않고 꼿꼿하게 정체성을 구축하는 차도 언제나 있다. 이미 방송에 여러번 출연한 만인의 맛집이 아닌, 진짜 동네 주민만 알고 있는 맛집 같은 차 말이다.


제네시스 G70은 딱 그런 차다. 스포츠 세단이라는 특성상 제네시스 전 라인업 중 가장 적게 팔리지만, 매달 3-400대는 꾸준히 팔려나간다. 많은 사람이 즐겨찾진 않지만 누군가에겐 길게 늘어서는 맛집보다 더 특별하고 훌륭한 맛이 있는가보다.


그래서 시승해봤다. 시승모델은 올해 상품성 개선을 거친 제네시스 G70 2.5 터보 풀옵션 모델로, 옵션가를 모두 합친 가격은 5782만원이다. 하남에서부터 양평에 위치한 '마루정원 제빵소'를 찍고 다시 돌아오는 약 60km의 코스로, 고속 주행과 와인딩코스 등 스포츠 세단의 성능을 느끼기 적합한 코스가 마련됐다.


제네시스 G70 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아담하고 날렵한데 고급스럽기까지 하다. 쉽게 섞이지 않는 단어들이지만 G70에만큼은 착 달라붙는 수식어다. 전면부는 제네시스의 아이덴티티인 방패 모양 그릴과 두 줄 헤드램프가 존재감 있게 빛나면서도 G80처럼 중후하거나 묵직한 느낌은 또 없다.


G70 측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측면으로 돌아서면 스포티함과 날렵함이 배가된다. 전장 4685mm의 컴팩트한 사이즈와 측면의 디자인 요소 덕이 큰 듯 하다. 쿠페처럼 유선형으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루프라인과 가로로 길게 뻗은 캐릭터 라인이 참 멋스럽다. 타기 전부터 '예쁘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G70 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기존 모델이 워낙 예쁘게 잘 뽑혔기 때문일까, 제네시스는 상품성 개선을 거치기 전 모델과 비교해 내외관 디자인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풀체인지에서 더욱 큰 변화를 주기 위함일 지도 모르겠다. 디자인이야 워낙 예쁘니 크게 아쉬움은 없다.


G70 인테리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운전석에 앉으니 디지털로 화려하게 꾸며내지 않은 내부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공조 장치와 중앙 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물리버튼이 살아있다.컬럼식, 다이얼식 기어 노브에 익숙해지려던 차에 오랜만에 만난 고정형 기어노브도 아주 반갑다. 최근 널찍한 중앙 디스플레이가 기본으로 장착되다보니 크기가 다소 작다는 느낌도 든다.


최근 신차들이 워낙 내부를 최첨단으로 뽑아내는 탓에 아쉬움이 들 수도 있겠으나, G70은 고급감으로 이를 거뜬히 상쇄한다. G70의 내부 소재와 마감은 어느 곳 하나 아쉬운 부분이 없을 정도로 섬세하다. 천장은 스웨이드 소재로, 시트와 손잡이 주변은 다이아몬드 패턴 가죽으로 럭셔리하게 마감됐다. 제네시스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엔 충분하다.


G70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와 터치식 공조 패널을 제외하면 많은 물리버튼이 살아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기능에 대한 아쉬움이 더 빨리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무겁게 세팅된 스티어링 휠과 딱딱하고 단단한 승차감은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요즘 차와 다르게 색다른 안정감을 준다. 대중적으로 잘 팔리는 모델들보다야 부드럽고 편안하다는 느낌은 적을지라도, 그 어떤 충격도 다 흡수해줄 것 같은 묵직한 신뢰감이 든다.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G70은 "달리고 싶은대로 달려봐" 라고 말하는 듯 했다. 특히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꿨을 때는 G70을 덮어놓고 믿게 됐다. 올해 상품성 개선을 거치며 새로 추가된 2.5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04마력(ps), 최대토크 43.0(kgfㆍm)의 힘을 자랑한다.


G70의 드라이브모드는 에코→컴포트→스포츠→스포츠 플러스 순으로 바꿀 수 있는데, 컴포트에서 스포츠로 전환할 때 시트가 몸을 꽉 잡아주면서 숨겨져있던 주행 성능이 고개를 든다. 경쾌하면서 날렵하고, 부드러우면서 단단하다. 스포츠세단의 묘미는 이런 것이구나.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급가속은 물론이고, 제동 능력도 예술이다. 눈 앞에 있는 차의 갑작스러운 브레이크 등에도 전혀 당황할 필요가 없다. G70은 차에 타고 있는 이들이 놀라지 않게, 너무 쏠리지 않게, 그러면서도 빠르게 제동해낸다. 상품성 개선을 거치며 G70 전 모델에 기본 장착된 고성능 브렘보 브레이크덕분이다.


와인딩 코스에서는 속도를 낸 상태에서 급회전을 하더라도 무리없이 중심을 곧잘 찾아냈다. 근육이 가득 찬 단단한 몸을 가진 남성이 하늘하늘한 발레를 추는 듯한 느낌이다. 일반적인 차라면 중심이 쏠리는 쪽으로 차에 타고 있는 짐들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다같이 이동하지만, G70은 짐들이 움직이다가 갈길을 잃고 멈춰버린다.


G70 2열. 한눈에 보기에도 좁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운전자의 펀드라이빙에 모든 요소가 맞춰진 탓에 2열은 많이 아쉽다. 드라이빙 감성에 반해 사려다 뒷좌석 문을 열어보고 구매 욕구를 잠재운 이들이 꽤 많을 것으로 보인다. 레그룸은 여유가 없고, 헤드룸도 마냥 좁진 않지만 천장이 낮아지는 탓에 다소 답답한 느낌을 준다. 중앙엔 턱이 높게 존재해 안 그래도 좁은 공간이 더 좁아보인다.


좁은 2열 덕에 트렁크 공간은 꽤 넉넉하다. 애초에 2열에 누군가를 태울 사람은 구매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만든 차 같기도 하다. 편하고 안락한 감성의 패밀리 차가 아님을 고려하면 사실 구매하려는 이들에겐 크게 문제될 부분이 아닐 듯 하다.


시승을 마치고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11.3km/L. 연비 운전을 하지 않았음 에도 준수한 수준을 보여준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가슴 속에 레이서를 품고 사는 이들에겐 이만한 차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 한대로 여러 명을 만족시켜야하는 요즘 감성엔 다소 사치스럽다 느끼는 이도 있겠으나, 누군가에겐 운전석에 오를 때마다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베스트프랜드일 수도 있겠다. 전동화 전환으로 제네시스의 내연기관 모델들이 훗날 모두 사라진다면, 가장 아쉬워할 사람들은 G70을 아끼던 이들이지 않을까.


▲타깃

- 누구나 가슴 속에 레이서 한 명 쯤은 품고 살잖아요

- 늦은 밤 잠 안자고 습관적으로 드라이브 가는 당신


▲주의할 점

- 스포츠모드 반해서 샀지만 정작 도심에서 탈 일이 더 많을 수 있다

- 제네시스 자랑하고 싶지만 좁은 공간 탓에 누군가를 태우기엔 민망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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