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 파이널] '명장병'은 없었지만 소극적이었던 펩, 결승 그르칠 뻔했다

김정용 기자 2023. 6. 11.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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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링 홀란(가운데 왼쪽)과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맨체스터시티. 게티이미지코리아
엘링 홀란(맨체스터시티).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의 고질적인 자충수는 없었다. 하지만 선발 라인업은 최상일지라도 운영법 측면에서는 평소보다 소극적이었기에, 자칫 잘못하면 인테르밀란에 우승컵을 내줄 뻔했다.


11일(한국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2022-2023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을 치른 맨체스터시티가 인테르밀란에 1-0 신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맨시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FA컵에 이어 UCL까지 우승하며 3관왕을 달성했다.


라인업이 발표되기 전까지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별 부상자도 없는 맨시티가 최상의 라인업을 내놓을 것인지, 아니면 과르디올라 감독이 승부수를 던질 것인지 여부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UCL에서 지나친 상대 맞춤형 전략을 고민하다 자충수를 둔 적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2020-2021시즌 결승전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뜬금없이 일카이 귄도안을 배치했고, 첼시에 패배하며 우승을 놓친 바 있다.


이번 라인업과 포메이션은 가장 좋을 때 그대로였다. 3-2-4-1 포메이션과 주요 선수들이 빠짐없이 제 역할에 배치됐다. 사실 이번 시즌 맨시티는 같은 멤버를 유지하면서 매우 공격적인 3-2-4-1도, 센터백 성향 선수가 4명 우글거리는 수비적인 4-2-3-1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부상자만 없다면 선수를 바꿀 필요는 없었다.


다만 경기 중에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패착도 있었다. 3-2-4-1이 가장 잘 작동할 때의 과감한 운용법을 많이 포기한 것이 문제였다. 이 포진의 핵심 중 하나는 후방의 5명 모두 신체조건, 운동능력, 위치선정 능력을 겸비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상대가 수비한 뒤 공이 흘러나올 때 스리백 또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먼저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가 따내고, 상대가 역습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이 포인트였다. 이를 위해서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전진할 경우 스리백 중 네이션 아케, 마누엘 아칸지는 과감하게 올라가 예상 낙하지점을 선점해야 했다.


하지만 이처럼 과감한 스리백 활용법에 부담을 느낀 듯, 결승전의 맨시티는 좀 더 평범한 스리백에 가까웠다. 이는 루즈볼 쟁탈전과 빌드업 양면에서 맨시티가 가장 좋을 때의 모습을 재현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3-2-4-1은 맨시티가 주도권을 쥐어야만 제대로 작동하는 전략이다. 측면에 윙백이 없고 공격적인 선수만 있는데다가 두 공격형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안, 케빈 더브라위너의 개인 수비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동등한 경기양상이 되기 시작하면 밀리는 지역도 생긴다.


결국 이날 인테르는 맨시티보다 더 많은 슛을 날릴 수 있었는데, 특히 맨시티 빌드업이 잘 되지 않을 때 인테르가 과감하게 압박해 이득을 보는 장면이 돋보였다. 시모네 인차기 인테르 감독이 잘 준비한 측면도 있지만 맨시티의 전술도 가장 좋은 날 같지는 않았다.


이날 유일한 골도 맨시티가 평소처럼 경기를 운영했을 때 나왔다. 인테르 수비가 걷어낸 공이 맨시티 진영까지 넘어오지 않고 인테르 진영에 떨어졌지만, 아칸지는 자기 자리를 벗어나 이 위치를 선점하고 있었다. 미드필더 존 스톤스와 로드리가 모두 올라갔기 때문에 아칸지는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게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선점해야 했다. 이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곧바로 공격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때 아칸지가 드리블로 공을 운반한 뒤 스스로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스루 패스를 했고, 실바의 패스가 굴절된 걸 로드리가 마무리했다. 평소 같으면 상대 전력이 어떻든 맨시티가 경기 내내 보여주는 운영이었다. 이날 엘링 홀란이 슛을 고작 1회 시도하는데 그친 건 케빈 더브라위너가 일찍 부상으로 빠진 탓도 있지만, 맨시티의 경기 지배력이 평소만 못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한편 본업이 센터백인 미드필더 스톤스가 로드리보다 오히려 앞에서 활동한 전술의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이번 시즌 미드필더화가 많이 진행된 스톤스는 기존 경기에서도 로드리보다 앞에서 활동햐는 장면이 잦았다. 또한 스톤스는 놀랍게도 드리블 6회 시도해 모두 성공시키면서 이날 가장 볼 키핑을 잘 한 선수였다. 후반전 초반 상대 진영에서 현란한 돌파 후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오히려 스톤스가 올라가는 것처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플레이하는 건 과르디올라 감독의 포지션 플레이 원칙에 잘 맞는 모습이었다. 다재다능한 선수를 잔뜩 갖췄으므로 스타팅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팀이 이득을 볼 수 있는 위치라면 선점하는 것이 이번 시즌 맨시티의 핵심이다. 오히려 유연한 운영을 머뭇거렸을 때 맨시티는 위기를 맞았다. 결국 인테르의 결정력 난조와 에데르송의 선방에 힘입어 무실점을 지킨 게 다행이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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