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전력난에 시달린 中, 원전 건설에 ‘올인’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

김규환 2023. 6. 11.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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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신규 원전 건설 압도적 많아…전 세계 38.9% 차지
전력부족 해소, 석탄발전 의존 낮추는 ‘일석이조’ 노려
中 원전 대부분 한반도와 가까운 동부 해안가에 밀집
中 원전 사고시 3일 안에 방사성 물질 한반도에 도달
중국이 경제발전에 따른 전력부족과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2018년 5월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팡청강 원전 건설 현장. ⓒ AP/연합뉴스

중국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중국경제의 규모가 커진데 따른 전력 부족과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정 에너지’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까닭이다. 특히 가동 중이거나 신규 건설 원전 대부분이 서해와 맞닿아 있는 중국 동부 연안지역에 몰려 있는 만큼 원전 운영·안전과 관련해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모두 436기에 이른다. 나라 별로는 미국이 93기(설비용량 9만 5835MW)로 가장 많다. 프랑스 56기(6만 1370MW)와 중국 55기(5만 3286MW), 러시아 37기(2만 7727MW), 일본 33기(3만 1679MW), 한국 25기(2만 4489MW) 등의 순으로 많다.


이들 나라 가운데 신규 원전 건설은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다. 중국은 현재 원전 23기를 건설 중이다.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59기)의 38.9%에 이른다. 신규 원전 건설 규모에서 중국은 인도(8기), 터키(4기), 한국(3기), 러시아(3기), 이집트(3기) 등 원전 건설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다른 나라들이 발벗고 뛰어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다. 가동 원전 1~2위인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1기를 건설 중이다. 중국이 머지않아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전 세계에서 정부의 건설승인이 났거나 건설자금이 확보돼 15년 내 운영이 가능한 ‘건설예정’ 원전은 100기가 있다. 이 중 중국이 절반에 가까운 45기나 된다. 십수 년 뒤면 중국이 미국까지 제치고 원전을 가장 많이 가동하는 나라로 떠오를 것이 예상된다.


중국이 신규 원전 건설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은 지난해 여름 저장(浙江)성과 장쑤(江蘇)성 등 일부 지역에서 공장가동을 중단해야 할 만큼 혹독하게 시달린 전력 문제를 해결하고, 지나친 석탄 에너지 의존도도 낮추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사실 중국은 경제성장과 함께 전기수요가 급증하면서 만성적인 전력부족 사태에 허덕이고 있다. 원전 건설을 크게 늘렸지만 전체 전력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5% 정도에 불과하다. 여전히 70%(2019년 기준) 전기를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원자력에너지협회(CNEA)는 2015년 보고서에서 원전생산 전력 비중이 2030년 10%, 2050년 15%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2017년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 원자력산업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중국핵공업그룹(CNNC)이 선보인 부유식 원전과 석유굴착장치의 미니어처를 살펴보고 있다. ⓒ AP/연합뉴스

CNEA는 지난달 30일 저장성에서 열린 ‘원자력기술응용 국제콘퍼런스’에서 보고서를 통해 중국 원자력시장 규모는 2015년 3000억 위안에서 지난해에는 국내총생산(GDP)의 0.57%에 해당하는 7000억 위안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민간용 목적에 초점을 맞춰 2025년까지 1조 위안(약 183조원) 규모로 육성하면 급성장하는 원자력 블루오션 시장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CNEA는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원자력의 50% 이상은 산업용 목적, 20% 정도가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만큼 원자력은 군사와 에너지 사용 외에 의료 및 산업, 환경보호와 다른 민간 분야에서 널리 사용됨으로써 경제성장을 위한 더 큰 엔진이 될 수 있다는 중국 당국의 믿음을 시사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설명했다.


세계원자력협회는 "석탄 발전소에 대한 과도한 의존 때문에 중국의 전력생산은 대기오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이 원전 비중을 높이려는 강력한 이유가 된다"고 분석했다. 포브스는 “중국은 원전에 필요한 장비, 원자로 기술 등 전체 원자력 공급망을 갖춰 에너지 안보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이를 위해 2021년 3월 ‘14차 5개년 계획’에서 2020년 말 51기가와트(GW) 수준인 원전설비 용량을 2025년 말까지 70GW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신규 건설 원전의 설비 규모가 1.4GW인 점을 감안하면 13~14기를 더 짓겠다는 것이다. .


하지만 급증하는 중국 원전의 안전 문제가 한반도에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급속히 증가하는 중국의 원전이 한반도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중국의 동부 해안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냉각수를 쉽기 공급받기 위해서다.


중국이 현재 가동 중인 원전 대부분은 광둥(廣東)성(14기)·저장성(11기)·푸젠(福建)성(10기)·장쑤(江蘇)성(6기)·랴오닝(遼寧)성(6기)·산둥(山東)성(3기) 등에 밀집돼 있다. 광둥성 다야완(大亞灣)·링아오(嶺澳) 등 한반도와 멀리 떨어진 중국의 남부 지역을 제외하더라도 장쑤성 톈완(田灣), 산둥성 하이양(海陽)과 스다오완(石島灣), 랴오닝(遼寧)성 훙옌허(紅沿河) 등의 원전은 한반도와 비교적 가까운 지역이다. 건설 중인 원전 23기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와 퍽 가까운 산둥성에도 4기가 신규로 들어설 예정이다.


때문에 국내의 탈원전 정책만으로 원전사고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만일 중국의 이들 지역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해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경우 한반도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편서풍으로 인해 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로 피해를 보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021년 6월 정례브리핑에서 “원전 주변의 방사능 환경 수준에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안전은 보장되고 있다”며 타이산 원전 방사능 물질 유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 UPI 홈페이지 캡처

실제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내놓은 ‘중국 원전(산둥반도 지역) 가상사고 시 국내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 롄윈강(連雲港)에 있는 톈완(田灣) 원전에서 후쿠시마 사태와 같은 원전사고가 일어나면 이르면 3일 안에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에 도달한다. 장쑤성과 서울과의 거리는 970㎞쯤 떨어져 있다.


더욱이 톈완 원전보다 한반도와 더 가까운 랴오닝성 홍옌허 원전 1~6호기가 가동 중이다. 산둥성에는 각각 스다오완 원전과 하이양 원전 1~2호기가 가동 중이다. 산둥성 동쪽 끝인 스다오완은 한반도와 직선거리가 170여㎞ 밖에 안 된다.


이런 가운데 2021년 2월과 4월 홍콩에서 서쪽으로 130여㎞ 떨어진 광둥성 타이산(臺山) 원전에서 연달아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원자로가 자동 정지되는가 하면, 배기가스 처리시스템의 조작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굴뚝 배출가스에 방사성 기체 배출량의 비율이 높아져 1호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중국의 원자력안전국은 당시 사고를 국제 원자력 사고등급(INES) 기준에 따라 정상 운전의 일부로 간주하는 경미한 고장인 0등급으로 분류했다. INES는 원전사고를 0부터 7까지 분류하며, 1~3등급을 고장, 4등급 이상을 사고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다. 1979년 미국 쓰리마일 원전사고가 5급, 1986년 소련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두 건만 최고 단계인 7급으로 분류된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그해 6월 정례브리핑을 통해 “지금까지 중국 원전은 양호한 가동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타이산 원전은 기술 규격 요구를 충족시키며 주변 방사능 환경 수치에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자료: 세계원자력협회

중국 원자력안전국이 미미한 사고라고 알린 타이산 원전 일시장애는 알고 보니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해당 원전을 공동 운영하는 프랑스의 원전장비업체 프라마톰은 중국 당국의 안전성 주장에도 불구하고 관련 문건을 미 에너지부에 보낸 것이다.


CNN은 프라마톰으로부터 받은 문건을 토대로 원자로에서 핵분열 시 방출되는 방사능 기체인 ‘핵분열 생성 가스’가 유출됐으며 이를 정상상태로 돌려놓기 위해 기술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원전 폐기를 막기 위해 위험하게 방사선 수치 허용량을 늘리고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졌다.


CNN은 “프랑스 프라마톰사가 밝힌 ‘핵분열 생성 가스’의 유출은 저장 용기가 파열되며 흘러나왔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원자로 가동중단 등 심각한 문제를 촉발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르몽드는 프랑스 전력공사(EDF) 대변인을 인용해 “유출 가스는 방사성 물질인 크세논과 크립톤”이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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