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토요타 크라운, 이유 있는 68년산 왕관

편은지 2023. 6. 11.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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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 불가' 탄탄한 기본기… 운전자도 동승자도 편안해
안정적인 2.5, 경쾌한 2.4 듀얼부스트… "장수비결 있었네"
토요타 크라운. ⓒ토요타코리아

'68년'. '16세대'.


16세대 풀체인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나. 지난 5일 진행된 토요타 크라운의 출시행사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말로만 들었던 크라운이라는 모델이 가진 구체적인 숫자를 들었을 때다.


6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하나의 자동차모델이 단종되지 않고 16세대를 거쳐 장수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엿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자동차의 포니가 등장한 것이 불과 48년 전이니 말이다. 게다가 토요타 크라운이 그간 글로벌 모델이 아니라 일본 내수 전용 모델이었단 점은 더욱 놀랍다.


이 정도의 역사라면 국내 출시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68년을 장수할 수 있었던 크라운의 비결은 뭘까. 토요타의 플래그십 세단이자, 우리나라에선 '일본 그랜저'로 더 잘 알려진 크라운을 직접 시승해봤다.


시승모델은 크라운의 기본 모델인 2.5 하이브리드와 퍼포먼스 모델인 2.4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를 번갈아가며 주행했으며, 가격은 △2.5 하이브리드 5670만원 △2.4 듀얼부스트 6480만원이다. 시승코스는 강원도 정선에서부터 강릉 사천면에 위치한 카페 '곳'까지 왕복 약 150km로, 영동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 등 고속 주행 위주로 마련됐다.


토요타 크라운 외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누가 이 차를 보고 일본 50~60대의 차라고 하겠나. 크라운의 첫 인상은 한 눈에 봐도 예쁘고 고급스럽다. 시승행사에 참여한 기자들의 연령층이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지만, 그 누구도 크라운을 보고 올드하다는 평을 내놓지 못했다.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까지 무난히 아우를 수 있을 것 같은 폭 넓은 세련됨이다.


이번 16세대 크라운부터 적용된 왕관 엠블럼은 플래그십 모델 다운 존재감을 제대로 뽐낸다. 5개의 선으로 심플하게 그려낸 엠블럼은 '크라운'이라는 모델 이름을 직관적으로 나타내면서도 너무 올드하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에선 사실상 첫 출시된 모델이기에 전면 엠블럼만 보고 차를 접한다면 '어떤 브랜드야?' 라는 말이 따라붙을 수는 있겠다.

16세대 크라운부터 적용된 왕관 모양의 엠블럼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의 조화는 젊은 감성의 날렵한 외관을 완성하는 일등공신이다. 길게 찢어져 뾰족하게 마무리되는 헤드램프 중앙에 라디에이터 그릴이 위치하면서 멀리서보면 자연스럽게 일자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최근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은 현대차의 쏘나타와도 비슷한 느낌을 낸다. 참 잘생겼다.


그릴 아래에는 그릴 처럼 생긴 격자무늬 범퍼가 위치하는데, 자칫 날렵한 헤드램프 탓에 너무 스포티할 뻔한 인상을 정제해주는 듯 하다. 2017년 출시했던 캠리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전반적으로 램프부터 범퍼까지 검은색으로 마감되면서 세련되고 점잖다는 인상을 준다.


크라운 측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전면에선 폭넓은 연령층을 아울렀다면 측면으로 돌아섰을 땐 젊은 감성이 극대화된다. 크로스오버인 만큼 쿠페처럼 유선형으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루프라인 덕분이다. 운전석과 뒷좌석 문 하단으로 이어지는 검은색 사이드 가니쉬는 자연스럽게 어울린다기보다 눈에 확 띄는 디자인 포인트인데, 없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후면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 크라운의 전면 로고만 보고 혼란에 빠질 사람들에게 토요타의 차임을 각인시켜준다. 일자로 심플하게 이어지는 리어램프 사이에 토요타 로고가 적용됐고, 전면의 왕관 로고 대신 크라운이라는 모델명이 리어램프 하단에 들어갔다.


크라운 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반박하기 어려운 잘생긴 외모에 홀린듯 차 문을 열어젖히자 예상보다 신경쓴 티가 나는 인테리어가 한눈에 들어온다. 널찍한 중앙 디스플레이가 나름대로 최신의 느낌을 내고, 디지털 클러스터 그래픽도 깔끔하다. 스티어링 휠 중앙엔 왕관 엠블럼이 적용됐는데, 크라운을 타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준다.


인테리어는 최근 신차들이 워낙 화려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탓에 처음 접하는 이들은 입을 삐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토요타의 인테리어 감성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꽤 공들인 인테리어임을 금세 알아차릴 것으로 보인다.


크라운 인테리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그간 출시됐던 토요타의 타 모델들을 고려해보면, 크라운은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소재 질감에 꽤 신경쓴 부분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중앙 디스플레이 아래 공조조절 물리버튼을 바로 배치하지않고, 가죽질감으로 한 단계 분리한 것과 기어노브 주변의 플라스틱에 잔잔한 펄을 가미한 것이 대표적이다.


크라운 1열 중앙 디스플레이 아래 공조 조절 물리버튼이 위치해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시트는 이 차를 시승하는 내내 가장 큰 감동을 준 요소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몸을 감싸안는 듯한 편안함에 절로 칭찬을 쏟아냈다. 크라운의 시트는 적당히 탄탄하면서 부드럽게 몸을 지탱해내는데, 차에 앉았을 때는 물론 주행 중에도 허리가 편안하다. 차를 구매할 때 시트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크라운을 꼭 시승해보기를 추천한다.


1열이야 그렇다 치지만 2열에서는 '플래그십인데…' 하는 마음이 튀어나오는 것을 막기 어려웠다.크로스오버임을 감안하더라도 2열 헤드룸과 레그룸이 넉넉하지 못한 편이다.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리클라이닝 시트 등 2열에서 즐길수 있는 편의 기능이 있었다면 좋았을 듯 하다.다만 2열 공간이 좁은 덕에 트렁크만큼은 골프백 두개를 거뜬히 실을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하다.


크라운 트렁크 공간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2.5 하이브리드와 2.4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의 차이는 거의 없다. 2.4 듀얼부스트에만 적용된 옵션의 차이인데, 메모리시트와 JBL스피커가 탑재된 정도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짬에서 나오는 기본기와 파격적인 파워트레인

하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차가 토요타의 플래그십이란 점이다. 가속페달을 밟자 크라운은 하이브리드 명가, 하이브리드 원조 타이틀 답게 꽉찬 기본기를 여과없이 뽐냈다. 묵직하면서 탄탄한 하체는 부드럽게 속도를 올려내고, 흔들림 없이 조용한 안정감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2.5 하이브리드(이하 2.5)와 2.4 듀얼부스트(이하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는 주행감에 있어 예상보다 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두 모델의 가격 차이가 810만원이나 나는 이유가 가속페달을 밟은 후에야 명확하게 느껴졌다.

토요타 크라운 2.5 하이브리드 ⓒ토요타코리아

우선 먼저 시승했던 2.5는 연비 효율성에 최적화된 모델 답게 기본기로 꽉꽉 채워놓은 느낌이 강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일상 주행에서 안락하게 탈 수 있는 신사다움이 느껴진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묵직하고 부드럽게 속도를 올려낸다.


2.5 모델에서는 연비 효율성에 최적화된 모델 답게 이에 걸맞는 주행감과 기능들이 눈에 띈다. 기어노브를 D모드에서 아래로 한번 내리면 순수 전기차에나 탑재되는 B모드로 전환이 가능하다.B모드는 배터리 충전 최적화 모드로,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개입시켜 연비효율성 높인다.


B모드로 전환하고 나니 또 한번 토요타의 기술력에 감동하게 됐다. 전기차든, 하이브리드 차든 회생제동 강도가 강할수록 울컥이는 승차감을 동반하는 데 크라운 안에선 찾아볼 수가 없다. B모드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다. 뒷좌석에 자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 이 차에선 연비 효율성도 높이고 아이도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다만, 기본기에 충실하고 연비 효율성에 최적화된 차 인만큼 차가 잘 안 나간다는 느낌도 동반한다. 가속 페달 밟으면 엔진음이 꽤 큰데, 경쾌한 엔진음이 아니라 힘겨워하는 듯한 엔진음이다. 물론 기분과 달리 가속 자체는 매우 잘 된다.


엔진음을 듣고 있자니 '이 차는 그렇게 타는 차가 아니야' 라고 말하는 듯 하다. 평소 가속을 급히 하지 않고, 신사답게 차를 몬다면 2.5는 아쉬울 것 없는 훌륭한 선택지다.


퍼포먼스 주행에 초점이 맞춰진 2.4 듀얼부스트(왼쪽)는 기어노브에 M모드가, 연비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진 2.5 하이브리드는 기어노브에 B모드가 위치한다. ⓒ토요타코리아

반면 듀얼부스트에서는 2.5와는 완전히 다른 가속감을 즐길 수 있다. 과연 퍼포먼스 모델 답다. 밟는대로 뻗어나가는 시원시원한 가속감은 높아진 출력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고, 탄탄한 기본기는 물론이다.


듀얼부스트는 2.5보다 가솔린 터보 엔진, 다이렉트 시프트 자동 6단변속기, 고출력의 수냉식 리어모터가 장착된 '이포 어드밴스드' 시스템을 통해 348마력을 발휘한다.


엔진음은 2.5와 달리 경쾌하다. 듀얼부스트의 엔진음 역시 작은 편은 아니지만, 2.5의 엔진음이 다소 답답하고 힘겨운 듯한 소리였다면 듀얼부스트는 경쾌하고 시원하다. 덕분에 주행하며 느껴지는 즐거움은 배가된다.


퍼포먼스 하이브리드인 만큼 2.5와 달리 듀얼부스트에는 B모드가 없다.듀얼부스트는 2.5에서 B모드가 있던 자리에 M모드가 자리하는데, M모드는 '매뉴얼'의 약자로 수동 모드라는 의미다. 퍼포먼스에 집중한 모델인 만큼 스티어링 휠 뒤에 패들 시프트도 탑재돼있다.


아무리 하이브리드 명가라지만 펀드라이빙을 한 대가로 연비는 당연히 양보해야할 부분이다. 시승을 마치고 난 후 확인해보니 2.5는 15.6km/L , 듀얼부스트는 10.6km/L을 기록했다. 공식적인 2.5의 복합연비는 17.2km/L, 듀얼부스트는 11.0km/L다.


주행을 마친 뒤 2.4 듀얼부스트(왼쪽)와 2.5하이브리드(오른쪽)의 연비.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왕관 엠블럼 만큼이나 이 차에서 내릴땐 참 신사답고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도 어르신도 누구나 아우를 수 있는 감성의 차가 국내에 얼마나 있을까. 기본기는 탄탄하면서도 16세대 답게 파격적으로 갖춘 파워트레인 선택지는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분명히 매력적으로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68년 장수 모델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타깃

-주머니에 여유는 있는데 남들 다 사는 고급차는 싫은 당신


▲주의할 점

-스티어링 휠엔 왕관 모양 엠블럼이 박혀있지만 토요타의 차를 타고 있음을 잊지말아야한다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비싸다는 느낌은 지우기 어려운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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