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 주민이니까…" 나경원∙이낙연도 원한 '대장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말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으로 이사했다. 아버지를 모시며 살던 서울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에서 옮겨와 본격적인 내년 4월 총선 준비를 위해 전셋집을 마련한 것이다. 아크로리버하임은 1073세대 규모로 매매가는 15억~28억원, 전세가는 8억~16억원에 달해 ‘동작구 대장주’로 꼽힌다. 2020년 비강남권에서는 최초로 ‘국평(국민평수)’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33평형)가 20억원을 넘긴 곳이기도 하다.
나 전 의원은 인근 먹자골목인 ‘흑리단길(흑석동+경리단길)’에 나와 수시로 상인이나 시민을 만나면서 바닥 민심을 다지고 있다. 그는 4선을 하는 동안 이 지역(서울 동작을)에서 두 차례(19·20대) 금배지를 달았고, 당시엔 동작구 이수역 인근에 있는 주상복합 ‘이수 자이’(140세대)에 살았다. 거처를 흑석동으로 옮긴 이유에 대해 나 전 의원 측 인사는 “흑석동은 보수세가 강한 곳이어서 기반을 더 탄탄히 다지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수 자이가 민주당 지지세를 뺏는 일종의 전방 기지였다면, 아크로리버하임은 든든한 안방인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수행실장으로 활약한 이용 국민의힘(비례) 의원은 지난 4월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6864세대)로 이사했다. 내년 총선 도전 지역구를 송파갑으로 정한 뒤 아예 파크리오에 터를 잡은 것이다. 파크리오는 잠실 집값을 소개하는 언론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 아파트다. 최근 전용면적 84㎡가 22억원에 거래되는 등 송파갑에서도 손꼽히는 대단지 아파트다. 같은 평형의 전셋집은 7억~8억원 수준이다. 현재 이 지역 현역 의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파크리오에 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파크리오에만 2만명이 넘게 거주하는데,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점이 표를 모으는 데 유리하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도 이사를 앞둔 당시 주변에 “일단 대단지 아파트에 들어가야 지역을 다지기 좋다고 들어서 이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경기 하남시 아파트(미사강변 2차 푸르지오)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집을 팔고 파크리오에 전세로 입주했다.
지난해 6월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예전 자신의 지역구 서울 노원병에 있던 상계동 아파트 전세계약을 종료하고, 분당 백현동으로 이사를 왔다. 안 의원의 선택은 414세대짜리 주상복합건물 알파리움 1단지였다.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가 많은 데다가 판교역 바로 앞이어서 시민도 수시로 만날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안 의원이 지역 표심을 다지는 방법은 또 있다. 매일 아침 탄천을 따라 분당~용인을 20㎞ 가까이 뛰며 운동도 하고, 시민도 만난다. 안 의원 측 인사는 “안 의원이 워낙 잘 알려져서 지나다 만나면 반가워하시는 분이 많다”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대단지 아파트나 그 인근으로 새 둥지를 찾는 건 유권자와 동질감을 형성하기 위한 측면도 크다. 특히 선거를 이기려면 중산층 표를 잡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중산층이 많이 사는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은 거의 필수 요소라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단은 전셋집을 마련한 뒤, 당선 후에는 아예 매입해 ‘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지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다만, 실제 대단지 아파트 거주가 반드시 승리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이웃이라고 꼭 뽑아주지 않다는 건 21대 총선 때 서울 종로 지역에서 증명됐다. 이 지역에서 당선된 이낙연 전 의원은 당시 종로구 최대 아파트 단지인 경희궁 자이(1148세대)를 택했다. 기존 종로 출마자는 평창동·구기동 등 주로 종로구 북부 지역의 빌라나 다세대주택에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전 의원은 교통의 요지에 있는 경희궁 자이 2단지에 전세로 입주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종로 동쪽인 창신동 인근은 원래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고, 종로구 북부지역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편”이라며 “이 전 의원은 그 중간인 경희궁 자이에 살면서 양수겸장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경희궁 자이 2단지에 설치된 교남동 제3투표소에서 이 전 의원은 802표를 득표해 1058표를 얻은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졌다. 물론 민주당 지지층이 사전투표 때 많이 투표한 영향도 있지만 다른 투표소에선 거의 대부분 이 전 의원이 승리했던 만큼 같은 아파트 주민이라고 꼭 뽑아주지는 않다는 게 어느 정도 드러난 셈이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팔로워 25만' 韓여성 BJ, 캄보디아 연못에서 시신으로 발견 | 중앙일보
- "마약 아니었다"…강화도서 발견된 北주민 시신 유류품 정체 | 중앙일보
- 꼭 교회 가야만 예배인가…어느 목회자 뜻밖의 울림 | 중앙일보
- "오지 말아야 할 곳인데"…오은영 박사가 대검찰청에 뜬 이유 | 중앙일보
- "낮엔 성인, 밤엔 악마" 불린 놈한테…아동 100여명이 당했다 | 중앙일보
- 20분간 여성 3명을 성폭행하려고…주택가 돌아다닌 나체남 | 중앙일보
- 프랑스 구단 "키 179㎝ 세터 이다영 영입"…'학폭' 쌍둥이 자매 근황 | 중앙일보
- "가랑이 추가 커버" 이 말에 난동…역풍 강타한 '무지개색 6월' [글로벌 리포트] | 중앙일보
- 루이뷔통도 반한 '250년'…외면받던 '목욕탕 샌들'의 변신 [비크닉] | 중앙일보
- "1인당 2마리만 팔아요"…초여름 별미 '마름모꼴 생선' 금값 됐다 | 중앙일보